총선 이후 나설 정계의 오승환은 누구?

「새누리당의 180석과 국민의당의 40석이 의미하는 것은?」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순환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승리자는 국민의당」
「총선 이후 나설 정계의 오승환은 누구?」
「마무리 투수가 맡을 임무는 정치 난맥상 타개와 국민행복」

지난 몇 차례의 총선과 달리, 이번 4․13총선의 결과는 대권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의 정점에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으로 탄생한 국민의당이 자리하고 있다. 무슨 이야긴지 몇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180석과 40석

지난 1월 1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 도중 이번 총선의 목표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내세웠다.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틈날 때마다 그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7일,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 선대위원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의 목표로 ‘양당을 견제할 수 있는 40석’을 내세웠다.

그런데 4월 7일 현재,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느닷없이 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그것도 180석에 한참 못 미치는 130석이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역시 애초 목표치인 130석을 110석으로 낮췄다.

▲ 엄살 담합? ⓒ김태현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당초 목표치인 40석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파문, 나이대별 투표율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엄살을 피우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5-10석, 전체적으로 최대 40석까지 녹색돌풍이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는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에서 보듯, 국민의당은 애초 목표치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180석 목표가 130석으로, 130석 목표가 110석으로 낮아진 반면, 40석 목표는 그대로다. 180석과 40석은 무엇을 의미할까?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Heidegger, Martin의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에 따라 맥락을 짚어보자.

▲ 해석학적 순환 ⓒdimitri.co.uk

해석학적 순환의 의미

중국집 요리사가 밀가루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 밀가루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밀가루는 생각한다.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요리사가 반죽을 하고 냄비에 삶아내고 그릇에 담는 동안, 밀가루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손님이 자신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밀가루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알게 된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내 존재의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만, 죽기 직전 나는 내가 왜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삶이 다하는 순간,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규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전체와 부분의 의미 ⓒpinterest.com

삶의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하려면 삶의 각 상황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각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려면 거꾸로 전체 삶의 의미를 먼저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전체를 이해하려면 부분을 이해해야 하고, 부분의 의미는 전체 안에서 규정된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해석학적 순환’이다.

따라서 연속적인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그 사건들의 끝이다. 끝이 규정되어야만 각 사건이 가지는 의미가 전체 안에서 파악되기 때문이다.

180석과 40석의 해석학적 의미

정치도 마찬가지라서, 연속되는 사건들은 예측된 결말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이번 총선의 결말을 예측해야 하는 이유이며, 새누리당의 목표치인 180석과 국민의당의 목표치인 40석이 예측에 중요한 도구인 까닭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예측해보자.

먼저 누구나 다 아는 바대로,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노리는 것은 향후 정국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는 것이다. 찬성이 3표, 반대가 3표일 때 캐스팅 보트는 위력을 발휘한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0석 미만,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이상, 국민의당이 40석을 획득한다면, 40석은 향후 정국을 좌지우지할 주인공으로 떠오를 게 뻔하다. 이 경우 정의당의 예상 의석수가 6석이니, 국민의당은 34석으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번 총선의 승리는 국민의당 몫이다.

▲ 캐스팅 보트의 위력 ⓒ김태현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국회선진화법처럼 총 의원의 3/5, 즉 180명이 필요한 경우다. 새누리당이 160-180석 가량 차지하고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승리는 국민의당 몫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개헌선인 200석이다. 새누리당이 애초에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180석 언저리를 차지하고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이 내놓는 개헌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민적 요구인 개헌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야당”이라 큰소리칠 수 있다.

정리해 보면,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할 의석수와 관계없이, 새누리당이 150석 미만을 획득하건 160석 이상을 획득하건, 왝더독wag the dog,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30-40석을 차지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향후 정국의 주연을 꿰찰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총선의 가장 큰 결실은 국민의당이 가져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의당의 성격이 예전 3당 합당 당시의 자민련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민의당을 호남 자민련으로 부를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이것이 안철수 공동대표가 김한길 전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야권 연대파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총선 이후 대권까지

새누리당이 과반에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국민의당은 막강해진다. 새누리당이 160-180석을 차지할 경우에도 국민의당의 가치는 그닥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180석 언저리를 차지할 경우, 200석 개헌이라는 새누리당의 목표는 국민의당에 생각보다 큰 힘을 안겨줄 것이며, 그 힘은 안철수 대표에게 집중될 것이다.

▲ 180과 안철수 대표 ⓒjtbc/bluekoreadot.com

총선 이후 정국은 서서히 대선을 향해 치달을 것이며, 국민의당이 위에 언급한 경우 중 하나의 캐스팅 보트를 성공적으로 쥐게 된다면, 안철수 대표의 대선가도는 순탄해질 전망이다. 이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민의당의 대선 가도를 가늠해보자.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대권주자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전 대표다. 그런데 현재 6회말 구원투수로 등장해 있는 김종인 대표는 “대권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시장은 아니다”라면서 7회를 넘어 8회까지 넘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면, 새누리당에는 단연 김무성 대표가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이미 총선 이후 사퇴할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총선 이후 여야의 강력한 두 잠룡이 수면 아래에 머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무려 1년 8개월여이고,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이미 수면 아래를 선택했으니, 김무성 대표 역시 떨어지기 시작한 동력으로 그 긴 시간을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이 물밑에서 재등장할 시나리오를 다듬는 동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수시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대권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9회에 나설 ‘정계의 오승환’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려 할 것이다.

▲ 대선 정국의 히든 카드는? ⓒdeviantart.com

물론 대선 가도가 김종인 대표의 의중대로 굴러가지는 않겠지만, 현재 제1야당을 움직이고 있는 그의 구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의 의중에 있는 이는 문재인 전 대표도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전투가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가 그리는 정계의 오승환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불펜 같은 자연에서 몸을 풀 것이며, 두 당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저녁 같은 9회 초에 초심처럼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 및 다시 등장할 문재인, 김무성 두 전 대표를 향해 ‘정치 난맥상 타개’라는 슬라이더, ‘국민행복’이라는 돌직구를 날릴 것이다.

그는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총선 이전인 이즈음, 총선 이후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누굴까? 정동영 전 의원? 유승민 의원? 반기문 UN사무총장? 아니면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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