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없는 사람’의 보수 선택은 교육 부재와 두려움 탓

「보수가 지키려는 것은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선거는 ‘좀 있는 사람’과 ‘그닥 없는 사람’의 대결 구도」
「‘그닥 없는 사람’의 보수 선택은 교육 부재와 두려움 탓」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신자유의 주춧돌 놓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할 재간이 없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유권자들이 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이상한 선택을 해왔고, 이번 총선에서도 그 이상한 선택에 거리낌 없이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누구이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보수와 진보의 판단기준

용어부터 간단히 정리하면, 보수保守는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것이고, 진보進步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기준, 즉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일까? 아니다. 경제다. 그중에서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고전적 자유주의와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말이다.

▲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planetadoalan.blogspot.com

지킬 게 좀 있는 사람은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수적이다. 하지만 지킬 게 그닥 없는 사람은 사회가 구조적으로 바뀌기를 원하고, 따라서 진보적이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좀 있는 사람’과 ‘그닥 없는 사람’의 대결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보수적일까? 당연히 자본이 있는 사람, 자신의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다. 반면 자본과 기업을 갖지 못한 사람, 먹고 살기 팍팍한 사람들은 진보적이다.

왜 그런지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지점에 있다.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주장한 반면, 신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보다 더 큰 폭의 시장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장의 자유란,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금 경감’이다.

세금이 줄어들면 복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금이 늘면 당연히 복지가 늘어난다. 그래서 보수진영은 세금이 줄어들기를 원하고, 진보진영은 복지가 늘어나기를 원한다.

▲ 세금 경감 = 복지 축소 ⓒtruthdig.com

유권자의 네 가지 패턴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생각되면 보수진영에 표를 던지면 된다.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되면 진보진영을 택할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먼저, 자신의 현 상황과 정치적 성향을 연결해보면,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유권자 패턴이 나온다.

○ 기업가, 자본가, 교수, 의사 등 ‘좀 있는 사람’ - 보수

○ 기업가, 자본가, 교수, 의사 등 ‘좀 있는 사람’ - 진보

○ 서민, 노동자 등 ‘그닥 없는 사람’과 거지처럼 ‘완전 없는 사람’ - 보수

○ 서민, 노동자 등 ‘그닥 없는 사람’과 거지처럼 ‘완전 없는 사람’ - 진보

‘좀 있는 사람’이면서 보수를 택하는 사람은 정상이다. ‘그닥 없는 사람’, ‘완전 없는 사람’이 진보를 택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럼 ‘좀 있는 사람’이면서 진보를 택하는 사람은 뭘까? 그 사람은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먼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다.

ⓒcagle.com

그런데 황당무계하고 희한한 경우가 있다. ‘그닥 없는 사람’과 ‘완전 없는 사람’이 보수를 택하는 경우다. 그들은 무슨 이유로 지킬 것도 없는데 보수를 좋아할까?

‘그닥 없는 사람’과 ‘완전 없는 사람’이 보수를 택하는 이유

서울역에 나가서 노숙인들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정치 얘기를 하곤 한다. 노숙인들은 ‘완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없는 현실’을 타파해줄 진보를 지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복지가 늘어나 조금이라도 혜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TV와 신문에서 접한 정치 현실만 와글바글 거창하게 쏟아낸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국밥으로 생각하는 무개념 자해자들이다. 자신이 노숙인이 된 이유가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희생자들이다.

▲ 무개념 보수 ⓒwebnode.com

그런 그들에게 ‘보수가 집권하면 복지가 축소된다’고 말을 해줘도 도대체가 알아듣질 못한다. 그럴 때면 가슴이 아파온다.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교육을 잘 받았을 테고, 그럼 이런 어처구니없는 얘기는 하지 않을 텐데...’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완전 없는 사람’인 그들이 보수를 택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 부류가 또 있다. 시장에 좌판을 펴놓고 고사리를 파는 아주머니들 중에 “나는 죽어도 1번이여!” 하고 외치는 아주머니들이다. 그들도 충분히 이해된다. 노숙인과 동일한 맥락에서 말이다.

내일 유권자가 해야 할 일

마지막 패턴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다가 괴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경우다. 진보를 택하고 싶지만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보수를 택하는 ‘그닥 없는 사람’의 경우다. 진보를 택하고 싶지만 ‘보수를 택하지 않으면 미래 청년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겁박 때문에 보수를 택하는 ‘그닥 없는 사람’의 경우다.

틈만 나면 북한을 들먹이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 정치 제대로 하라고 뽑아줬더니 하라는 정치는 안 하고 열심히 무릎을 꿇어대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 기회를 줬음에도 국가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고 빚은 솟구치게 만든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 현재 청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놓고 미래 청년의 삶을 걱정하는 척하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 의회민주주의를 대한민국에서 제외시켜 버리려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프랭클린 애덤스Franklin Pierce Adams). 내일 4월 13일은 ‘그닥 없는 사람’과 ‘완전 없는 사람’이 두려움 떨쳐내고 정신 추슬러서 원하는 진영의 후보를 제대로 택함으로써 새로운 자유, 곧 신자유新自由의 주춧돌을 놓는 날이 되길 바란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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