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성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치 않을 것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김영란법'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15.03.10.ⓒ뉴시스

최근 건설업체 임원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고, 5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15만원 상당의 놀이공원 이용권 등 금품을 받았다가 일명 ‘박원순법’에 의해 징계를 받은 송파구의 국장급 공무원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낸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한 일이 있었다.

‘박원순법’이란 반부패 청렴 운동 차원에서 2014년 10월 서울시가 공직사회 혁신대책으로 마련해 시행된 서울시공직자행동강령으로 △부정청탁 근절 시스템 마련 △금품수수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강화 △퇴직자 재취업 부패 등 '관피아' 근절 대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금품·향응으로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무조건 감봉 이상 징계를 하고, 100만원 이상 받거나 혹은 100만원이 안돼도 적극 요구한 경우 해임 이상 중징계를 내리며, 알선·청탁을 받고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은 돈을 받지 않아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 대상으로 하는 등 부정청탁의 뿌리를 뽑겠다는 취지가 흠뻑 담겨있다.

‘김영란법’보다 강력한 처벌기준을 제시해 공무원 반발 및 실효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공직사회 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 서울시는 적용 대상 범위를 지난해 말 18개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했다.

금품수수 등 공무원의 부도덕성을 근절키 위해서는 당연히 부적절한 행위를 한 공직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처벌이 과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제도로 여겨져 ‘박원순법’은 국민적 호응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새 행동강령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서울시 공무원 비위는 반으로 줄었고, 공무원이 부득이하게 받게 된 금품을 자진해서 신고하는 '클린신고' 접수도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성과에 고추가루를 뿌린 격이나 다름없는 공무원비리권장 판결이었다고 비판받아도 마땅한 판결이었다. 대법원의 판결 주 이유가 “수수한 금품·향응 액수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금품과 향응은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근절해야 하는 것인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혈세로 녹봉을 받는 공무원이 주권자이자 그들의 고용인인 민원인에게 따로 뇌물을 받는 것은 분명 범죄행위다.

금품을 받을 필요도 없고 받아서도 안되는 게 원칙인데 이번 판결은 국민들의 법 감정과도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판결이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데 “이제부턴 요런 정도의 비리는 저질러도 되겠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기우는 아닐 것이다.

SNS에서 여당정치인을 비난한 글에 리트윗 한번 한 공무원을 ‘공무원 중립위반’으로 해고확정판결을 마다않는 대법원이 유독 뇌물수수엔 왜 이렇게 아량이 넓은지 모르겠다.

혹시 그 이유가 사법부의 전관예우 비리는 얼마 전 불거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 사건에서 보듯 수십억이 오가는 게 일상사여서 그들 눈에는 이런 정도는 뇌물이나 비리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면 이해가 된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란법’처럼 너무 엄하게 하면 내수가 안돼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며 사실상의 ‘김영란법’의 완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는데 대법원이 이때다 하고 화답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도 떠돌고 있다.

공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고액 선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에 국가경제가 위축된다면 깨끗하지 못한 사회라는 반증이며 대한민국이 뇌물공화국이란 말과 다름없다.

공무원이 신뢰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며 그럴려면 공직자에겐 보다 엄격한 청렴의 잣대가 필요하다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박원순법’이나 ‘김영란법’이나 그 밑바탕은 필시 공직사회를 신뢰사회로 만들려는 철학이 담겨있을 것이다.

본지 <돌직구뉴스>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단돈 1000원이라도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해임하겠다는 ‘박원순법’에 대해 응답자의 58.5%가 ‘적절하다’고 대답했다.

청년들에게 공무원시험 응시율이 100대 1을 넘긴지 오래일 정도로 공무원은 최고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들의 자긍심은 물론 그들이 봉사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사법부가 반성과 성찰 그리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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