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 vs ‘고소득층 및 대기업 증세’, 즉 부자증세

「국가채무 변제와 복지 확충, 증세로 가능해」
「현재 세대의 짐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합의는 피해야」

정부・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고소득층 및 대기업 증세’, 즉 부자증세다.

새법을 개정하는 이유는 기존 세법에 존재하는 불합리성이나 비효율성, 또는 형평성에 위배되는 부분을 고치기 위함이다.

▲ 트리클다운 효과 또는 사이펀 효과 ⓒreddit.com

이미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거시경제의 물길에 깊숙이 휘말려버린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보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마치 물이 넘쳐서 아래로 흐르듯이 대기업과 선진 부문이 돈을 잘 벌면, 그렇게 흘러넘친 부로 인해 중소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트리클 다운 효과’라고 부른다. 세법에서 이 기준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무역과 투자 자유화, 생산 효율화 등을 지향한다.

또 하나는 마치 실험실에 있는 사이펀이 아래쪽에 있는 물을 위로 쭉 빨아올리듯이 대기업과 선진 부문이 자신들의 부를 위해 중소기업과 노동자, 소비자 등 사회의 생명력을 빨아먹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사이펀 효과’라고 부른다. 세법에서 이 기준은 부자증세, 조세 형평성 등을 지향한다.

정부・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이 두 가지 기준이 여지없이 녹아 있다. 메카시즘이 적절히 섞여 있는 왜곡된 이념 논쟁에 기초해 세법개정안을 바라볼 때는 이미 지났다.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택할 것인지 양극화의 심화를 택할 것인지, 성장 중심 세법을 택할 것인지 분배 중심 세법을 택할 것인지가 본질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를 유지할 것인지 미래를 택할 것인지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대하는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양측의 개정안을 비교해보자.

 

소득세와 법인세

현행 소득세 부과 체계는 과세표준 1억 5천만 원 초과 소득에 대해 38%를 부과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소득세 개정안은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5억 원 이상 고소득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간 1조 원 안팎의 소득세가 더 걷힐 것으로 관측된다.

▲ 각국의 법인세율 비교 ⓒdosmosis.blogspot.com

법인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법인세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바 있으며, 20대 국회 개원 직후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다. 현행 법인세 과세 기준은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10%, 2억 원 - 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22%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은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 25%의 법인세를 매겨서 연간 4조 1,000억 원 수준의 세수를 확보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면세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도 소득세, 법인세 관련 내용은 쏙 빠져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상임위 차원에서 타협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들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개별소비세

한때 전화, TV, 세탁기, 냉장고, 자동차 등 사치품에 붙는 ‘특별소비세’라는 세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상품들이 보편화된 10년쯤 전에 이 세금의 이름이 개별소비세로 바뀌었다.

각종 개별소비세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연료, 즉 휘발유, 경유, 석탄 등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현재 휘발유에는 L당 475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반면, 발전용 석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Kg당 24원에 불과하다. 특혜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세금이다.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에는 이 세율을 24원에서 30원으로 25% 인상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걷히는 추가 세수는 연간 4,000억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화력발전소가 최근 초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화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에 비하면 미래창조경제가 아니라 과거지향경제라는 점, 발전용 석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상이 전기요금 등의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리 달가운 개정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했을 때, 세금은 누가 낼까? 지금은 판매자가 소비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받아서 국세청에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판매자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게 누락되는 세금이 매년 10조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자가 아닌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안에 대해 국세청은 도입에 긍정적인 반면, 정부(기획재정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조 원에 해당하는 세금의 정확한 징수를 주저할 만한 부작용이란 무엇일까?

 

부자증세

① 기업소득환류세

지난 2014년,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라야 당기순이익 상위 2-3개 기업에 불과하다.

매년 발생하는 기업의 미처분 이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그 이득이 고스란히 사내에 유보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한 개정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개선안은 임금 증가분에 대한 가중치를 1.5배 넣고, 배당액은 가중치를 0.8배 빼자는 것이다. 하지만 적용대상이 2-3개 기업에 불과해 배당액을 넣고 말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이 개선안은 부자증세 생색내기의 표본으로 보인다.

 

② R&D세액공제제도

R&D세액공제제도는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 중 일부를 세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경우 30%, 대기업의 경우 20%가 감면된다.

정부로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당연히 실시해야 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상하다. 2014년 기준 R&D투자 공제액 총 2조 8,000억 원 중 1조 8,000억 원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은 현행 20%인 대기업 면세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던 기술취득금액 세액공제를 대기업에도 적용하기로 했으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도 신설했다.

대기업들의 금고에 사내유보금이 쌓여가고 있는 지금, 이러한 세액공제 제도들은 어려운 가운데 연구개발에 투자하려는 중소기업에 집중되어야 한다. 세액공제에 있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한 정부・여당의 이번 개정안은 연구개발에 대한 실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대기업에 세금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③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사업용 토지는 ‘사업’이라는 정해진 용도가 있는 땅이다. 비사업용 토지는 특정 용도 없이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땅을 말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토지를 보유한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에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물론 비사업용 토지는 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은 사업용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투기 목적으로 사둔 땅에도 시간만 지나면 양도차익에서 최대 80%까지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투기공화국 조장 세법이라는 질타가 이 개정안에 쏟아질 전망이다.

▲ 비사업용 토지 ⓒpropertywala.com

비과세・감면제도

지난 2013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집권 5년 동안 18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가 대선 공약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어떨까? 일몰로 인해 이번에 폐기되어야 하는 조세감면제도는 25개지만,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은 그중 21개를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뿐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신설된 비과세・감면제도는 무려 38개나 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7년까지 더 걷힐 세수는 약속했던 18조 원의 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정비할 생각이 없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비과세・감면제도는 대기업들이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아래 표에서도 금세 알 수 있다.

▲ 기업별/자산규모별 감면세액 ⓒ돌직구뉴스

위 표를 보면, 기본적으로 5억 원 이하 중소기업들의 세금감면 비율보다 5,000억 원 초과 대기업들의 세금감면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표에서 5억 원 이하 중소기업들의 감면세액 비중은 2014년 0.55%에서 2015년 0.53%로 줄어든 반면, 5,000억 원 초과 대기업들의 감면세액 비중은 2014년 64.7%에서 2015년 67.1%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런 가운데, 이번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조세형평성에 대한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근로장려세제 : 늙은 부자와 젊은 빈자

근로소득세는 소득이 많으면 많이 내고 적으면 적게 낸다. 너무 적으면 안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소득이 면세 포인트보다 더 적을 경우, 정부로부터 오히려 세금을 받는 제도가 있다. 그게 바로 근로장려세제다.

현행 근로장려세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결혼한 가구’ 또는 ‘40대 이상 단독가구’이다. 40세 미만인 20, 30대 미혼 청년들은 해당사항 무. 맥도널드 알바로 대변되는 우리 N포 세대 청년들에게, 한국은 앞으로도 당분간 ‘헬조선’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무가치한 세법

정부・여당의 이번 세법개정안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라는 게 포함되어 있다. 고용을 창출한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현재 한 사람을 추가 고용할 경우 최대 1,000만 원(청년을 고용할 경우 1,500만 원)의 세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이 상한선을 1,500만 원(청년 2,000만 원)으로 확대한단다.

그런데 싸고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비정규직이 흔해 빠진 이 유연한 노동의 세상에서, 이렇게 작은 혜택을 보자고 한 사람 고용할 걸 두 사람 고용하는 기업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을까? 생색내기의 전형 중 전형이다. 이런 무가치한 세법을 일자리 늘리기 방안이라고 내놓는 정부가 한심할 뿐이다.

 

국가채무와 증세의 당위성

더불어민주당 개정안에 포함된 상속・증여신고세액 공제한도의 축소(10%→3%), 영세업자의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한도 상향(2,400만 원→3,000만 원), 대기업 대주주의 상장・비상장 주식 양도차익 세율 인상(20%→25%) 등을 보면, 이번 더불어민주당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서민감세+부자증세’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역시 부자증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여당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부자감세 + 서민증세’이다.

어느 쪽이 미래를 대비하는 보다 효율적인 개정안일까? 양측의 개정안을 국가채무와 조세부담률로 비교해보면 선명해진다.

우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빚 갚는 능력, 즉 조세부담률은 17.8%(2014년)로 낙제점이다. 거기에 더해서 급속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의 도래, 생산가능인구의 급감 등은 빚을 갚을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느라 가뜩이나 고달픈 젊은 세대가 어른들이 남겨준 채무로 고통 받지 않게 하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거둬야 한다. 증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한다는 관점에서 증세의 당위에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대기업 및 고소득자로부터 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서 조세 형평성을 한층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OECD 평균(8.8%)의 절반도 안 되는(3.7%) 소득세도 인상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채무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통한 복지 확충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여당 및 더불어민주당의 세법개정안은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양측의 합의가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현재 세대의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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