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여당과 실익 없는 야권 초선의원들의 방중

「사드, 경제적 후폭풍에 대한 대비는 충분한가」
「중국의 경제 피 말리기 전략에 마땅한 대응 수단 없어」

지난 주 칼럼에서 예견한 대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이미 시작되었다. 첫번째 희생자는 연예계다. 한국 방문객, 즉 요우커들의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 대해 두 번째 희생자가 될 관광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런데도 정작 중국 당국은 ‘사드를 상쇄할 조치를 취하겠다’던 국방부의 경고 이후 아무런 말이 없다.

▲ 사드 관련 발언 중인 중국 왕이 외교부장 ⓒin.reuters.com

우리 정부는 중국의 침묵에 대해 보복조치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체제의 특성상, 정부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 언론의 보복 관련 기사 송출이나 정부기관에 의한 한국 연예인의 활동 저지, 한국 상공인의 비자 발급 거부 등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드 배치가 내년 말로 예정되어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결정을 철회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니 구태여 정부가 나서서 노골적인 경제전쟁부터 도발하고 볼 필요가 없다. 그저 ‘피 말리기’ 정도면 충분하다. ‘저강도 경제 압박’이다.

중국의 이런 전략은 마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초석을 놓은 미국의 ‘저강도 전쟁’을 보는 듯하다. 우리 정부도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하겠단다. 이 문제를 중국의 입장에 서서 손자병법으로 풀어보자.

 

경제적 후폭풍에 대한 식견은 있는가

“한국 지도자가 미국의 전략적인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인민일보의 보도 내용이다. 이는 한국이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려는 목적이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대 중국 견제용임을 박근혜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 대응용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드 제조사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동영상은 우리 정부의 말을 개소리bullshit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이 서해나 동해로 조금만 내려오면 사드 경계 각도를 비켜날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사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보고도 이미 나와 있다.

▲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 MD시스템의 일환이라는 중국 언론의 보도 ⓒchinadailyasia.com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사드가 북핵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근거 없는 주장도 다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리외교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이제 사드 배치의 정당성뿐 아니라, 사드 배치 이후의 경제적 후폭풍에 대해 말해야 할 때이다. 외교력 강화도 좋고 자주외교도 좋고 다 좋은데, 왜 하필 실익이 없는 지금이냐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발사권한도 없이 덜컥 사드 배치부터 결정해놓은 다음, 자주국방을 읊조리다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향해 손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識衆寡之用者勝(지가이전여불가이전자승, 식중과지용자승)

전쟁을 해야 하는지 해서는 안 되는지 아는 자는 승리한다. 식견을 갖고 부대를 운용하는 자는 승리한다.

-손자병법 모공편-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충돌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 있었을까? 만약 없었다면 미국의 MD시스템을 완성시켜주기 위해 사드 배치를 너무도 쉽게 결정해버린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이 가해 올 경제 보복조치의 후유증은 외면한 채 한미안보동맹 강화라는 실익 없는 대가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느 업계가 다음 목표인지는 알고 있는가

‘한・미・일 對 북・중・러’라는 냉전적 구도의 고착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돌이켜 묻는다. 진정으로 대 중국 경제전쟁을 개시해야 하는 때라고 판단했는가? 경제적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식견을 갖고 부대를 운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만약 아니라면, 아래 충고가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吾所與戰之地, 不可知, 則敵所備者多(오소여전지지, 불가지, 즉적소비자다)

아군이 공격할 장소를 적이 모르게 하라. 즉 적이 방비할 장소가 많게 하라.

-손자병법 허실편-

사냥꾼에게 쫓기던 까투리가 짚단에 머리만 처박듯이, 우리 정부는 지금도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를 날리기 위한 잽이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는 격이다.

▲ 신냉전구도의 출발지 ⓒfinancetwitter.com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보복을 알아채지 못한 우리 정부가 중국의 다음 보복 행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눈 뜨고 모여앉아 중국이 어딜 어떻게 공격해올지 방비책 마련에 부심하기를 촉구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중국 방문 유감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能使敵人自至者, 利之也. 能使敵人不得至者, 害之也. 故敵佚能勞之, 飽能飢之, 安能動之(능사적인자지자, 리지야. 능사적인부득지자, 해지야. 고적일능로지, 포능기지, 안능동지)

적병을 나에게 오게 하려면 이익이라는 미끼로 유인하라. 나에게 와서 이득이 없음을 알게 하려면 오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게 하라. 고로 적이 쉬려 하면 피로하게 만들고, 포만감에 배가 부르면 기아에 허덕이게 하고, 편안하면 쉬지 못하게 하라.

-손자병법 허실편-

일단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정부와 새누리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김종인 전 대표도 우려를 표시했으며, 정의당 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대외교’라는 용어까지 들먹이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대외교라는 그의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업계의 피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아직 보복이 미치지 않은 업계의 관계자들 역시 행여 불똥이라도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 판국에, 정부・여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야당 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대화의 물꼬를 터볼까 하는 심정으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함께 가겠다는 소리는 못할망정 이 무슨 밀실형 험담이란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사대외교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미국의 두 대선주자 모임에 고개를 내미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방문 성격부터 규정해놓고 볼 일이다.

물론, 정부가 꼼짝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 국회의원들, 그것도 초선의원들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겠다고 가려는 것에는 나도 그리 내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조차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취소시켜버린 중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초선의원들이 가서 만날 수 있는 인사라야 학계 인사들이 전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방중 예정인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 ⓒ돌직구뉴스

대국민 기만 엄금

또 한 가지, 내키지 않는 이유가 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행보가 손자의 위 언급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손자의 말에 맞춰보자.

① 적병을 나에게 오게 하려면 이익이라는 미끼로 유인하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중국이 슬금슬금 펴고 있는 피 말리기 전술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② 나에게 와서 이득이 없음을 알게 하려면 오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게 하라.

그러나 우리 정치권에서는 초선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은 실정이다. 거기에 중국 정치인을 만나려는 한국 정치인들의 행보도 계속 거부당하고 있다. 아예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을 서로 싸우게 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도 엿보인다.

③ 고로 적이 쉬려 하면 피로하게 만들고, 포만감에 배가 부르면 기아에 허덕이게 하고, 편안하면 쉬지 못하게 하라.

초선의원들의 방문은 실효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별 다른 방법도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이 한국의 의도와 외교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故上兵伐謀, 其次伐交 고상병벌모, 기차벌교). 상황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사드가 배치되는 내년 말까지 중국의 피 말리기 전술은 계속될 테니, 중국이 가해올 보복조치에 대해 최대한 피로를 덜 느끼고, 배가 고파도 배를 두드리고, 있는 힘껏 편안한 척하는 것뿐이다. 자칫 대국민 기만이 일상이 될까 두렵다.

▲ 시위 중인 성주 군민들 ⓒcnn.com

안전하지 않은 국민, 정부의 복안은?

손자는 적의 의도를 봉쇄하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적의 외교를 봉쇄하라고 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적의 군사를 직접 공격해 봉쇄하고, 그것조차 어렵다면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적의 성을 공격하라 했다.

지금처럼 중국의 한국 피 말리기 전술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계가 내년 말까지 감당해야 할 충격파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런 충격을 버텨낸다 해도 공격을 가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니, 충격을 잘 버텨낸다 싶을수록 공격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공격의 주체는 당연히 중국이 아닌 북한이 될 공산이 크고, 공격할 성은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또는 군내 제3지역이 될 수 있다. 너무 멀리 나간 것 아니냐는 질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들까지 가세해 한 시가 멀다하고 내보내는 북한 관련 영상들을 보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

▲ 사드 설명 중 군민들로부터 물세례를 받는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 ⓒuk.news.yahoo.com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국민 안전이다. 작금, 우리 국민들은 편안하지 않다. 경북 성주는 도시가 마비될 지경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제3지역 사드 배치 발언 바람에 이웃동네 김천에서도 난리가 났다. 우리 경제계는 공포심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중국의 한국 피 말리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경제의 피가 마를 거라는 예측이 국민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다. 두려운 성토와 집단반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론 분열이 확산일로에 있다. 답답한 나머지, 일부 의원들은 중국으로 가서 얘기라도 좀 나눠야겠단다.

우리 정부는 대국민 설득 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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