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모두 나쁘기만 할까? 아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소음도 있다. 과학자들은 태아가 진공청소기나 공기정화장치의 소리가 나면 태동을 멈추는 사실을 알아냈다.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혈류 흐르는 소리와 비슷한 이 소음에 태아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으로 소음진동과학자는 추정한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30일 '포커스 과학'의 과학의 향기에서 소음이라고 할지라도 비교적 적정한 음폭을 유지하며 일생 생활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의 다양한 순기능을 소개, 화제를 모았다.

소음은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 특정 음높이를 유지하는 ‘칼라소음(color noise)’과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white noise)이다. 백색소음이란 백색광에서 유래됐다.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합하면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다. 백색소음은 우리 주변의 자연 생활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생활환경에 따라 주변소리가 다르듯이 백색잡음도 다양한 음높이와 음폭을 갖는다. 

비오는 소리와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백색소음이다. 이들 소리는 우리가 평상시에 듣고 지내는 일상적인 소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가 비록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음향 심리적으로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또 항상 들어왔던 자연음이기에 거부감없이 안정감을 느낀다.

게다가 자연의 백색소음을 통해 우리가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느끼게 돼, 듣는 사람은 청각적으로 적막감을 해소하게 된다.

비오는 소리-시냇물 소리 안정과 집중력 강화에 도움

소리진동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음이 생활에 보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했다. 사무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데시벨(dB) 높게 일주일을 들여준 결과, 근무 중 잡담이나 불필요한 신체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한 달 후 백색소음을 꺼버렸더니 서로들 심심해하면서 업무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 백색소음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킨 셈이다.

여름에 해변가에서 깊은 잠을 든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해변가 텐트에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면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파도소리에 숨겨져 있는 백색소음이 사람 뇌파의 알파파를 동조시켜 심신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를 착안, 해변의 파도소리를 CD에 수록해 판다. 도시의 슬리핑 캡슐은 이를 적극 활용, 이용자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색소음을 활용, 학업성취도를 개선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 연구팀은 서울 노원구에 한 보습학원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단어 암기력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일상적인 상태와 백색음을 들려주었을 때를 비교했다. 연구는 고교 2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를 5분간 암기하도록 한 결과, 백색음을 들려주었을 때 평소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35.2%나 개선된 사실을 알아냈다.

자연의 백색음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학습효과가 크게 개선된다.
자연의 백색음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학습효과가 크게 개선된다.

또 다른 실험은 독서실에서 백색소음을 들었을 때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 사실을 알아냈다. 각자의 책상 위에 백색소음이 발생되는 장치를 부착하고 공부하면서 옆 좌석에 고개를 돌리거나 주변에 관심을 갖는 횟수를 시간 단위로 비교 파악한 결과, 백색소음이 들렸을 때 주변에 관심을 갖는 횟수가 약 22%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실험 결과를 좀 더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백색소음을 들려주었을 때의 뇌파반응을 검사했다. 한 의과대학의 도움을 받아 피 실험자에게 백색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베타파가 줄어들면서 집중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알파파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뇌파의 활동성이 다소 감소되고 심리적인 안정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실험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음을 들려주었을 때 집중력의 변화를 관찰했다. 5분 단위로 주변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10대, 20대, 30대 등 연령대별로 공부 중 신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10대와 20대 피 실험자는 약수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소나기 내리는 소리 등 비교적 넓은 음폭의 소리를 선호했고, 이때 공부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30대는 작은 빗소리나 큰 시냇물 흐르는 소리 등 중음 폭의 백색소음을 더 선호하면서 업무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 생활 주변의 자연소리와 유사한 백색소음은 유해한 소음이 아닌 약인 셈이다. 인간의 청각을 만족시키는 백색소음은 이미 상품으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ASMR’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어가 정식 학술 용어는 아니며 백색소음으로 정의한다. 시장은 백색소음과 ASMR을 내세워 어린이 숙면용과 수험생 학습집중용 등으로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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