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文정부 금융개혁 신호탄]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 신임 원장의 우선 과제는 채용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금융권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개혁'이 될 전망이다. '금융 개혁'을 최고 화두로 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짙게 깔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최근 채용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금감원 검사 결과 하나와 국민 등 5개 은행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됐고 검찰은 이들 은행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내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내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시스

금감원 내부의 채용비리 관련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내부 채용비리 사태가 잠잠해 지기도 전에 최흥식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지인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시절 '저승사자', '저격수'로 불리며 누구보다 금융권 적폐 청산을 강하게 외쳐온 김 원장인 만큼 금감원의 새 수장으로 '채용비리 척결'을 당면 과제의 우선 순위로 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원장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목소리를 낼 지도 주목된다. 그는 정무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금감원을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로 분리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소장으로 있던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는 지난해 금융위를 해체하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권위를 회복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과정에서 일정을 미뤄달라는 금감원의 요청에도 하나금융이 이를 강행하자 당국이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밖에 금융당국의 주요 현안인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통합감독, 기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감원은 일단 김 원장에게 기대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전문성과 혁신성을 가진 만큼 금융개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한편, 종전에는 이른바 공격수였지만 이제는 수비수로서 현명한 업무진행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야당 간사 시절 김기식 신임 금융위원장이 질의하는 모습.
지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야당 간사 시절 김기식 신임 금융위원장이 질의하는 모습.

다만 '개혁 강경파'인 만큼 상급기관인 금융위나 금융기관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그가 그동안 소위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강한 불신을 보여온 만큼 금융위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경우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선 불안감이 엿보인다. 금융감독 기관 수장 자리에 정치인 출신은 처음이라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정계에 입성한 뒤엔 정무위원회 간사를 지냈다. 금융권에선 '저승사자'란 단어도 나왔다. 의정활동 당시엔 반대편뿐만 아니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주장에도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자기 소신이 뚜렷한 인사로 알려져있다.

과거 그와 같이 일했던 한 인사는 "독하리라 할 만큼 강단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김 원장이 선택된 배경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해석한다. 민간 출신이었던 최 전 원장이 예상외의 채용비리 의혹을 맞아 낙마, 특정 금융지주와 앙금을 남기고 떠나면서 감독당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기다. 원래 목표대로 개혁을 이어갈 적임자로 김 원장이 꼽힌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당장 최흥식 전 원장과 비교해봐도 확실히 더 센 사람 아니냐"며 "김 원장을 보면 지금 정부의 금융산업 전반에 강력한 개혁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간 출신도, 관 출신도 아닌 정치인 출신이란 점도 시장을 불안케 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인사는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문제, 은산분리 등 규제와 관련된 문제 등에 있어서 반시장 성향이 강한 것으로 비쳐왔던 건 사실"이라며 "정무위원 경력을 가진 금융전문가란 점엔 이견이 없지만 정치인 출신으로 감독 당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과거 시민단체나 국회의원 등 소위 '공격수'의 위치에서 당국 수장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 과거 성향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거란 신중론도 있다.

참여연대와 의정 활동 등을 통해 그분의 성향을 금융권도 익히 알고 있지만, 감독 기구 수장의 자리에 오른 만큼 과거 대외적으로 비쳤던 것처럼 금융사들과 강하게 대립하거나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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