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대신 1000株…방치한 시스템, 이용한 직원들
실태조사 하루 만에 청원 6만 명…피해보상 어떻게?

삼성증권이 전산 실수로 우리사주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려던 것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은 이 사이를 이용해 주식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높은 신뢰를 받아왔으나, 이번 사태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3만9800원)보다 1450원(3.64%) 내린 3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2072만주가 넘어 전날 거래량 51만주의 40배가 넘는다. 

특히 장 초반에 삼성증권 주가는 저점을 3만5150원까지 낮추며 11.68%(4650원) 급락했다. 이에 따라 변동성완화장치(VI)가 수차례 발동됐다. VI는 전날 종가 등과 비교해 10% 이상 주가가 변동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제도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결산에 대해 우리사주 한 주당 1000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1000주를 지급하자, 이 틈을 이용해 일부 직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자 주가가 폭락한 것. 

이날 오류 사태로 매도된 물량은 잘못 입력됐던 주식 수의 0.18%로 매도 수량은 501만2000주로 파악됐다. 전일 전체 거래량(51만주)의 10배 가까운 물량이 특정 시각에 나온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법인대차 등을 포함해 매도됐던 물량에 대해서는 시장 영향이 최소화되는 방법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최근 증권사에서 전산 실수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케이프투자증권 직원이 코스피200옵션을 시장가격을 크게 밑도는 가격에 매도하는 주문 실수로 62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는 사태가 발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신뢰를 자부해왔던 삼성증권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삼성증권에 발생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파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증권사 직원이니만큼 배당된 주식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틈을 이용해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내부 직원들의 도덕성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잘못 배정받은 것을 원상복귀, 즉 되돌려줘야 하는 게 법리적으로 맞다"며 "회사 직원들인데 주식이든 돈이든 어떤 형태로든 돌려주는 게 적절해 보인다"라고 했다.

한국거래소도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인 상황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향후 거래소 규정을 위반한 것이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삼성증권에 대한 책임 추궁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증권사 전체 시스템 점검과 공매도 금지 요청을 담은 청와대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중 한 청원글에는 이틀 만에 동참자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지난 6일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자는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이건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요"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를 꼭 폐지해주시고 이번 일을 계기로 증권사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청와대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관련 청원 글이 160여건이 잇따라 올라오며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 조작만으로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권사 전체 거래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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