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방치된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 문건보니 암호로

삼성그룹이 노동조합 와해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에서 6000여 건의 문건을 확보하면서, 어떻게 노조를 와해하려 했는지 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수사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시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검찰은 삼성그룹 내 노조 와해 시도 정황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 알려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천 건에 달하는 노조 와해 의혹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에 부당노동 혐의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뒤 해당 문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이 문서 중엔 지난 2013년 공개됐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포함해, 최근 작성된 것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건에서는 노조에 대해 'NJ‘, 문제가 있다고 본 직원에 대해서는 'MJ'라고 적는 등 본인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 등이 다수 적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서 실제 노조 와해 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의혹은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됐다. 당시 삼성은 해당 문서에 대해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13년 10월 노동청에 당시 삼성그룹 경영진에게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어 검찰은 2015년 1월 문건의 작성자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고, 문건을 작성한 행위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검찰을 상대로 삼성그룹 내 노동조합 와해 시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 문건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41곳은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5년째 방치 중인 삼성 관련 금속노조 고소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확보했다는 노조파괴 공작 증거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삼성에스원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노동계 단체, 반올림·인권운동사랑방·천주교인권위원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2013년, 2015년에 삼성의 노동탄압을 드러내는 증거가 국회의원과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노조탈퇴 협박을 받고 각종 공작에 시달린 노동자 증인도 있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사건은 2년 반이 지난 2016년에야 검찰로 넘어간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증거를 잡아내고 드러난 범죄행위를 처벌할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 가지고 있다는 소위 6000건의 증거를 공개해야 한다"며 "고소인 조사를 비롯해 삼성그룹, 원청·협력업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지체 없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