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경쟁력 하락이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아 미리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항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항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4대 수출시장 중 수출 경쟁력이 개선된 곳은 유럽연합(EU)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미국·EU·일본 등 4대 시장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수출 경쟁력은 대부분 감소하거나 제자리를 맴돌았다.

국제무역연구원이 경쟁력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장 점유율은 불변이라는 가정 하에 불변시장점유율(CMS) 모형을 활용해 수출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증가는 두 나라의 수입수요 확대에서 비롯됐을 뿐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오히려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한국은 주요 수출국 중 유일하게 경쟁력 요인으로 인해 수출이 각각 –4.0%와 –1.6%씩 감소했다.

한국이 중국의 최대 수입국임에도 제품 경쟁력이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중국에서 경쟁력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율이 각각 4.4%나 됐고 일본도 1.7%로 시장 점유율이 늘었다. 미국에서도 한국(-1.6%)만 후퇴했고 인도(5.0%)·중국(3.9%) 등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됐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품목별로는 해외생산 확대, 경쟁 심화 등으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동차는 EU를 제외한 중국·미국·일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품목에서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대만·중국 등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우리 기업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경쟁력이 2년 연속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며 "주력 품목의 수출 경쟁력 회복과 동시에 신성장 품목의 수입시장 선점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점을 걱정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내년 이후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주춤해지면, 경기 변동에 민감한 D램의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D램의 전방산업은 스마트폰, PC 등 IT제품인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가인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다, 메모리 반도체 주요 업체들도 설비투자를 크게 확충한 터라 올 하반기 이후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편중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우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 공급의 약 93%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 2곳과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호황 국면이 끝나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커질 우려가 있다. 지난해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설비투자에서는 20.2%( 2016년 2분기~지난해 2분기중)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업체들이 호황기 수익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경기변동 영향을 적게 받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핵심설계 기술개발 등을 통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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