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문의 1패와 김태호 카드
충남-무주공산에 날아든 피닉제
부산-오차범위 밖에서 헤매는 현직 프리미엄
가장 확실한 변수는 남북, 북미, 그리고 남북미 회담

1995년 이후 일곱 번째로 치러질 6・13 지방선거를 위한 여야의 막바지 공천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선거 승리를 향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노력이 처절하다 못해 애처롭다. 대선 이후 청와대 인선 당시부터 물고 늘어졌던 ‘깨알 같은 꼬투리’를 영양가 없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평양올림픽’으로 이어가더니 아직도 놓을 줄 모른다.

발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발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홍 대표는 5일 여의도 당사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대구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충남지사, 부산시장, 대전시장 중 여섯 곳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꼬투리에는 철지난 색깔론이 페이소스(pathos)처럼 깔려 있다. 그는 5일 저녁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송출한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대해 “청와대 주사파들이 나라를 온통 파국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더해 “좌파 사회주의 경제 실험으로 거리에는 실업이 넘쳐나고, 서민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조작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속이는 괴벨스식 선전으로 나라는 좌파 폭주로 치닫고 있다”, “전교조, 강성노조는 자기 세상 만난 것처럼 그들만 행복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를 막는 것은 국민의 심판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은지 한번 보자”며 지선 승리를 장담했다. 그는 과연 여섯 곳에서 승리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홍 대표가 밝힌 일곱 곳 중 경북과 대구, 울산, 대전 등 네 곳을 자유한국당 우세지역으로 꼽는다. 문제는 경남과 충남, 그리고 부산이다. 우선, 대표직을 건 홍 대표의 장담에 온통 우려 일색인 누리꾼들의 반응부터 살펴보고, 현지로 떠나보자.

“대표님의 막말이 진보를 꽃피우는데, 그러시면 정말 안 됩니다.” -ra***-
"깨끗한 척하는 가짜 보수보다는 더럽지만 솔직한 홍대표가 좋다. 종신대표 가즈아~!" -의*-
“정말 잘하고 계시잖아요. 말씀도 얼마나 막장스럽게 잘 하시고. 계속 남아주세요. 문 닫는 그날까지.” -내**-
“홍대표님은 구국의 영웅! 떠나시면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무너집니다. 누가 좀 말려주세요.” -푸***-

경상남도 - 의문의 1패와 김태호 카드

경남은 부산과 더불어 한국당이 낙동강 벨트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지역이다. 홍 대표가 진작부터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내걸 만큼 승리를 확신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의문의 1패를 당한 적이 있다.

지난달 말, MBN+리서치플러스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한국당의 전략공천 후보인 윤한홍, 박완수 의원 간 가상대결를 24~25일 이틀 동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경수 의원이 각 20% 포인트, 15% 포인트라는 현격한 차이로 두 의원에 압승을 거뒀다.

그대로라면 민주당의 PK지역 교두보 마련이 당연시 될 터였다. 가상대결 결과에 정신이 번쩍 든 홍 대표는 급기야 김태호 전 경남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김경수 의원과 김태호 전 지사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 당시 경남 김해을 선거구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결과는 김태호 전 지사의 4.2% 포인트 차 승리.

이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김경수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이만기 후보를 28%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김경수 의원은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며, 같은 당 예비후보였던 공민배, 권민호, 공윤권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김 전 지사 역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된 후보 추대식에서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전 지사는 거창군수, 재선 국회의원, 재선 경남지사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다.

다음으로는 당 최고위원이던 2014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요청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김무성, 서청원 의원에 반발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불거진 “친박으로 갈아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두 가지 모두 영어(囹圄)의 몸이 된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다. 거기에 홍준표 대표 재임 시절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던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무상급식 중단에 이은 주민소환투표 추진, 심야 꼼수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 무산 등으로 돌아선 지역 민심 또한 김 전 지사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안은 양당이 선거에 임하는 프레임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의 위치를 십분 활용, '문재인 對 홍준표' 구도로 몰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한국당의 프레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홍준표 재신임’으로 굳어져 있어 구도에서부터 유리할 게 없다. 이 역시 김 전 지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충청남도 - 무주공산에 날아든 피닉제

충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지사의 놀랄 만한 지지도에 힘입어 민주당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지역이다. 하지만 성폭행 의혹에 이은 안 지사의 사퇴와 ‘연인 공천’으로 인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예비후보직 사퇴로 무주공산이 됐고, 그 빈터에 한국당 이인제 상임고문이 피로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들었다.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를 선언하는 자유한국당 이인제 상임고문 ⓒ뉴시스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를 선언하는 자유한국당 이인제 상임고문 ⓒ뉴시스

민주당에서는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예비후보가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양 의원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3월 24~25일 실시한 조사에서 양 의원(25.7%)이 복 예비후보(18.6%)에 비해 7.1%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

조사는 양 의원, 복 예비후보, 이인제 상임고문 등을 포함하는 다자대결 조사결과도 발표했는데, 그 조사에서도 양 의원은 이 상임고문에 3.9%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지난 2월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충남지사 다자 가상대결’ 결과와 비교해 보면, 세 후보 간 순위와 차이에 큰 변동이 없다. 그러나 ‘기타/없음/잘모름’ 응답이 지난 2월 조사에서는 전체의 27.6%인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21.8%(기타 7.0%, 없음 9.2%, 잘모름 5.6%)를 기록했다. 결국 부동층 표심을 어느 쪽이 흡수하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지난 2월 실시한 가상대결 조사결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지난 2월 실시한 가상대결 조사결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안희정 전 지사와 박수현 예비후보의 사퇴가 한국당의 반사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인제 상임고문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첫 번째 산은 박근혜 탄핵과 관련, 지난 3월에 한 발언이다. 이 상임고문은 탄핵 국면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은 모든 매체가 불러일으킨 온갖 거짓 선동이 난무하는 폭풍에 의해 시작됐다”는 발언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탄핵을 ‘반체제 세력이 주도하는 촛불집회’로 규정하기도 했다.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1,700만 명의 국민을 반체제 세력의 농간에 놀아난 '바보'쯤으로 치부한 셈이다. 그의 주장은 “국회 권력이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은 원천적으로 불법이자 무효”라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이 상임고문이 자신의 발언과 관련, “탄핵이라는 파국적 형태가 등장하는 것은 헌정 발전에 부담”이라는 취지로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출마선언 자리에서는 탄핵 관련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엉뚱하게도 기자의 소속을 묻거나 "질문을 하나만 하라"는 등 회피로 일관했다.

두 번째로 넘어야 할 산은 ‘세종시 수정법안’ 건이다. 이 상임고문은 2010년 6월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백지화하는 세종시 수정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세종시의 시민단체들은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정부 산하 특별자치시를 부정하는 것은 충청 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처사”라며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혁신과 도전, 용기와 열정이 변함없이 가슴에서 불타고 있다는 이 상임고문, 하지만 대중의 눈에는 피로함이 역력해 보이는 피닉제(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 그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대상은 상대당 후보가 아니라, 열정적이고도 용기 있게 내뱉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이고, 지금의 스코어로는 자기 극복조차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 - 오차범위 밖에서 헤매는 현직 프리미엄

부산은 이번 지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눌렀던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오거돈, 김영춘 전・현직 해양수산부 장관과 정경진 전 부시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일찌감치 오거돈 전 장관으로 교통정리가 된 상태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렇지 않아서, 서병수 현 시장이 전략 공천된 가운데, 공천에 반발한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재격돌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서병수 시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재격돌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서병수 시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서병수 시장과 2006년 이후 부산시장 도전이 네 번째인 오 전 장관의 대결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지선에서 서병수 시장이 1.31% 포인트 차로 오 전 장관을 가까스로 이긴 적이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민주당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최근 PK 지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한국당에 비해 2.4배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서병수 시장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측근의 해운대 엘시티 비리 연루 의혹이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서 시장의 연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 산은 인사 참사다. 김규옥 전 경제부시장, 정무 및 경제 특보 등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오 전 장관보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뚜렷한 묘책이 없다는 것이다.

서병수 시장은 2월에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3월에 실시된 MBN+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오 전 장관을 이겨본 적이 없다. 그것도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난 열세다. 현역 프리미엄의 강도가 약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괄목할 만한 대책이 없는 한, 부산은 홍준표 대표를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될 수 있다.

지선의 뜨거운 감자, 문재인식 운전자 외교

한국당이 경남과 충남, 부산 중 최소 두 곳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홍준표 대표의 정치생명이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자신의 호언장담이 있기도 했지만, 패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홍 대표의 막말과 독단적인 당 운영에 서슬 퍼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당 중진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전 지사가 홍준표 대표에 뿔난 민심을 딛고 김경수 의원을 누를 수 있을까? 이인제 상임고문이 탄핵 발언을 박차고 세종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서병수 시장이 엘시티와 인사 참사라는 낮은 지지율의 바다를 보란 듯이 건널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뜨거운 감자만 없다면 세 곳 모두 승리해 홍준표 대표의 막말과 독단적인 당 운영에 힘을 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란,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가져올 당 지지율 변화 가능성이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 추념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신년사 중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추념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신년사 중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혹여 남북미회담마저 성사되고 이후 다자회담으로까지 발전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낸다면, 그간 선거 때마다 남북 대결 구도로 한몫 단단히 챙겨왔던 한국당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 것이며, 경남과 충남, 부산의 후보들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개연성이 충분히 점쳐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에 대해, 사과는커녕 “돈 1원도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라며 현 정부를 향해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이어간 홍준표 대표, 그는 과연 경남과 충남, 부산 중 최소 두 곳에서 승리해 “제발 사퇴는 하지 말아 달라”는 누리꾼들의 비웃음 섞인 애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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