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율 내려가도 비토권 행사할 방안 협의
군산공장 폐쇄 가시화…군산시 등 "통탄스럽다"

한국지엠 노사가 지난 23일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에 합의하면서 법정관리 고비를 넘겼지만,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노사갈등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4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 23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25~26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최종 결정 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한 지난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결과 발표 및 소회를 말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한 지난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결과 발표 및 소회를 말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한국지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자인 제네럴모터스(GM)가 산업은행의 5000억원 출자와 한국지엠에 대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전제로 대출금 27억 달러의 출자전환과 28억원 규모의 신규투자에 나설 방침이어서 산은과 GM간에 '차등감자'를 둘러싼 기싸움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GM은 대출금 27억 달러를 출자전환하는 대신 산은에 신규투자금 28억원 중 산은 지분(17%)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투자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산은은 지엠의 출자전환으로 지분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20대 1의 차등감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GM은 난색을 표했다. 차등감자를 하지 않으면 산은의 지분율은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렇게 될 경우 산은이 GM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한국지엠 정관상 특별결의 의결요건은 85%로, 산은 지분이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경우 산은은 GM 본사의 일방적 특별결의 안건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산은이 국민혈세를 투입해 5000억원을 신규 출자한다고 해도, GM이 언제든 한국 철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동걸 상은 회장은 "경영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GM은 최소 20대 1 비율로 차등감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양측은 산은의 지분율이 내려가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따르면 산은은 GM에 한국시장에 10년 이상 체류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할 것이며, 지분율이 내려가도 비토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10년 이상의 장기체류는 GM측에서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차등감자"라며 "GM 입장에서도 지분 문제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라며 "산은의 비토권을 유지하면서도 양측이 수용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자전환과 신규투자 문제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외투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인천시와 경남도에 신청서를 낸 상태다. 신청서는 인천시와 경남도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접수됐으며, 산업부는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신청서를 보완하고 있다"며 "외투지역 지정 역시 대주주들의 투자 관련 내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GM와 산은의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귀국하지 않고 계속 한국에 머무르며 산은과 산업부 등 한국정부와의 협상을 진두지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군상공장 폐쇄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군상공장 폐쇄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와 함께 노사 협의로 군산공장 5월말 폐쇄 계획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군산시와 시의회, 상공회의소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엠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군산공장 폐쇄 철회가 빠져 비통하고 통탄스러움을 금할 길 없다'면서 군산공장에 대한 조속한 매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군산공장에서 출시되고 있는 주력 차종인 준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올란도’와 준중형 차량인 ‘올 뉴 크루즈’의 내수와 수출 판매가 줄면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벌어졌다.

이 공장은 지난 1996년 옥동자인 '누비라' 1호 차를 출고한 지 20년을 넘어선 향토기업이다. 대우자동차의 레조와 누비라 생산기지였으며 2002년 지엠이 인수한 이후 라세티와 라세티 프리미어, 쉐보레 올란도, 올란도,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전북지역에 대규모 자동차 산업 진출은 지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인근 한국지엠 수출 전용 부두에서 5만t급 선박에 실려 세계 130여개국 이상으로 팔려나가며 전북지역의 수출을 견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군산공장은 생산물량에 타격을 받았다. 그 영향이 군산공장 폐쇄로 까지 이어진 것이다.

매각설이 나오는 이곳 공장은 군산 앞바다를 매립해 만든 129만㎡의 부지에 연간 27만대 규모의 완성차 승용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 및 생산관리 시스템과 작업자 중심의 작업시스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한 이상적인 공장으로 차체-프레스 공장, 도장-화성공장, 조립공장, 디젤엔진공장, KD 공장 등 7개의 주요 단위 공장과 주행시험장, 출고장, 5만t급 수출전용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자동차 수출전용부두를 함께 갖췄다.

지엠은 지역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130여개 협력업체, 1만3000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며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여년 동안 자랑스러운 향토기업으로 성장해온 지엠 군산공장은 그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마음재단을 통해 지역의 소외계층인 무의탁노인, 불우이웃돕기,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김장김치담금행사, 학생 장학금지원, 오토사이언스캠프, 글로벌영어캠프, 복지재단 무상차량 지원 등의 정책을 이어온 바 있다.

사측은 군산공장 잔류 근로자 680명에 대해 추가 희망퇴직과 다른 국내 공장으로의 전환배치를 시행하고, 무급휴직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또 본인 학자금, 자가운전 보조금, 미사용 고정연차 수당 등 1000억원에 가까운 복리후생 항목을 줄인다. 기본급 인상도 동결하고 올해 성과급도 없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노조의 임단협 투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25일과 26일 임단협 잠정합의 투표를 실시, 조합원들의 총의를 묻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조합원들 역시 노사간 합의가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중요한 사안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