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도 낙동강 벨트도 위험하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3.09.ⓒ뉴시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지상파 방송3사는 사상 처음으로 246개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출구조사(조사대상자 70만명,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2% 포인트)를 벌였다.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정각, 방송3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당을 놓고 초접전을 보이는 가운데 ‘여소야대’의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126~151석, 민주통합당은 128~150석, 통합진보당은 10~21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야권연대를 이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예상 의석수가 새누리당을 다소 앞서서 19대 국회는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개표결과 의석수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등으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였다.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진 '초접전' 개표전에서 '사상 최대 출구조사'는 소용이 없었다.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도구'로써 출구조사의 기능은 별무 소용이었던 것이다. 정당별 의석수뿐만 아니라 지역구별 득표율에서도 출구조사와 반대되는 결과가 속출됐다.

야권의 결정인 패인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비호남지역의 전면적 야권연대가 위력을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서울에서 천정배(송파을), 민병두(동대문을), 이계안(동작을) 후보 등이 접전으로 예측됐지만 민병두 당선자 하나만 건졌고, 통합민주당의 경우 천호선(은평을) 후보도 박빙 우세가 예측됐지만 최종 낙선했다. 이 지역 숨은 보수표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부산에서도 출구조사는 곳곳에서 여야 후보 간 접전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특히 부산진갑과 사하갑의 경우 민주통합당 김영춘, 최인호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예측돼 접전지역(문성근)까지 더해 "잘하면 부산에서 5석까지도 되겠다."는 한때의 흥분도 이어졌지만 최종 결과는 문재인, 조경태 당선자 2석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의 사력을 다한 낙동강벨트 전략은 결국 김해갑의 민홍철 당선까지 해도 단 3석에 머물렀다.

18대 총선은 정동영 대선 후보가 사상 최대 표차로 참패한 직후 111일 만에 실시됐다. 수도권은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에 뉴타운 공약 광풍까지 불었다. 전문가들은 다들 제1야당의 50석 확보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민주당(옛 새천년민주당)과 야권통합을 이루어 통합민주당으로 4·9 총선을 대비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출마를 거부해 영남 68개 지역구 중 42곳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조차도 7곳의 후보를 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부산경남에서 통합민주당 2석, 민주노동당 2석 등으로 야권은 4석을 획득했다. 두 야당은 부산경남을 포함, 전국 단위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성과를 냈다. 통합민주당은 예상과 달리 원내투쟁의 교두보인 81석을 확보했다. 17대 총선에서 지금의 야권은 부산경남울산에서 6석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이 4석, 민주노동당이 2석을 얻었는데 역시 두 정당 간 연대는 없었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야권의 영남 지역주의 도전사는 3당 합당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1992년 이른바 김대중당(민주당)으로 출마해 32.2% 득표율에 첫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기택 총재의 (꼬마)민주당이었으면 그래도 한 번 해볼 만 했으나 김대중 총재의 신민당과 야권통합으로 만든 민주당 공천이었으니 낙선은 당연했다.(1996년 국민회의-통합민주당 분당 이후 경북 안동갑에서 통합민주당 권오을 후보는 당선된다) 그는 DJ 정계은퇴 후 민주당(총재 이기택)으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에 도전한다.

노무현 후보는 선거 초반 김영삼 대통령의 텃밭에서 YS의 측근이자 3선 의원 출신 문정수 후보를 상대로 각종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는 등 지역주의를 돌파하는 듯했다. 실제로 6월 2~3일 사이 경향신문과 대륙연구소 공동 여론조사(샘플수 500개)에서 노 후보는 32% 대 23.6%로 문 후보를 8.4% 포인트 앞서 있었다. 그러나 지역할거주의가 부활하고 ‘야권연대’가 가시화되자 위기를 느낀 부산시민들이 YS의 민자당으로 똘똘 뭉쳤다.

DJ는 1995년 봄 영국에서 돌아와 3전4기를 위한 정계복귀를 준비하며 최후 승부수를 꺼내들었고 그것이 바로 ‘지역등권론’이다. ‘호남+충청 연합론’으로 불리는 지역등권론은 꺼져가던 지역주의 구도에 불을 지폈다. 호남에서 DJ가 지역등권론으로 지역주의에 불을 붙였다면 충청도에선 JP가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화답했다.

1995년 2월 9일 민자당을 쫓겨나듯이 탈당한 JP는 한 달 남짓 만에 자민련을 창당하고 지방선거전에 뛰어들었다. JP는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내각제 약속 파기 등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탈당 당시 5명의 의원으로 출발했지만 지방선거 시작 직전 신민당(대표 김복동)과 합당으로 교섭단체 구성에도 성공한다. 지방선거를 채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핫바지'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자민련의 상징색인 거센 '녹색돌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역등권론’과 '핫바지론'이 한데 어울려 자민련은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을 싹쓸이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은 부분적으로 야권연대를 합의했다. 자민련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았으며 민주당은 강원지사 후보를 사퇴시켜 양당의 공조는 위력을 발휘했다. 34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시장 등을 비롯하여 야당은 압승했다. 15개 시도지사 중 8석을 차지했고 무소속도 2석이나 승리했다. 이에 반해 여당인 민자당은 5석에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230석 중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계 의석이 107석, 민자당은 70석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역풍도 만만치 않게 불어 그대로 YS의 안방인 부산을 강타했다. 노무현 후보는 ‘5공 청문회 스타’로 얻은 명성에 힘입어 “이번 선거는 정당보다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라고 안간 힘을 다했으나 선거판은 갈수록 3김 정치의 부활이었다. 노 후보는 결국 37.6% 득표에 그치며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한 번은 야권통합, 한 번은 양김의 야권연대 때문이었다.

“나는 DJ를 용납할 수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행위다. 역사의 주인인 국민 대중을 졸(卒)로 보고 수단으로 여기는 지역등권론, 정치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지긋지긋한 지역대결구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DJ의 지역등권론이다.” 노무현 후보가 한 신문사 기고를 통해 DJ의 지역등권론을 공개 비판한 내용이다.

최근에도 야권통합 또는 야권연대에 맞선 보수결집 현상은 재현되고 있다. 관심지역인 대구 수성갑의 경우, 20%이상 견고한 우위를 유지하던 김부겸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에는 다소 흔들리는 조짐을 엿보이고 있다.

부산은 지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3선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장을 받았다. 자칫하면 18석 대 0석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이기고도 개표에서 패배한 김영춘, 최인호 두 후보가 4년을 절치부심해 왔다. 4.8% 차이로 낙선한 전재수(북강서갑) 후보도 3전4기를 준비하고 있다. 19대 총선 때 문성근 후보에게 단수공천을 허용한 후 선대위원장으로 협력한 정진우(북강서을) 후보는 이번이 4전5기 째다. 4.2% 포인트 차로 석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김해을) 후보도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 이어 2전3기다. 김영춘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 낙동강 벨트를 맡은 주역들이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판세는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허용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된다. 비호남권 연대에 대한 전략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탈당 협박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역대 선거데이터를 보면 오로지 선거승리만을 위한 야권통합이나 공공연한 야권연대는 상대인 새누리당 지지층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현명하게 후보별로 단일화하도록 맡겨두거나 유권자의 당가야(당선 가능한 야당후보 찍기) 운동을 기대하면 그만이다. 그럴 시간에 좋은 정책공약을 내놓기를 바란다. 18대 총선과 같은 그 광풍 속에서도 한나라당 153석, 친박연대 14석, 친박 무소속 12석 등 친여계열 총합계 의석은 179석에 그쳤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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