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와 정당의 역할'을 주제로 정치외교학부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김 대표가 강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서울대 공동행동 레드카드 회원들이 청년실업 대책 등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15.06.03.ⓒ뉴시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청년 실업률은 12.5%로 청년실업률 통계를 따로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다. 하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취업준비생과 단기 알바생 등을 모두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22%, 실질 청년실업자수는 109만 명으로 집계(통계청 산하 한국통계진흥원)돼 공식 청년 실업률과는 큰 차이가 난다.

정부는 2월 들어서면서 청년 취업자 수가 1만 8천명 증가, 청년 고용률(41.4%)도 전년보다 0.3%p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숫자가 갖는 함정이요 허구의 놀음이다.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달이나 카페 서비스 등 대다수가 ‘알바’ 중심이다. 기획재정부의 2015년 ‘청년고용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무려 42.4%가 신분이 불안정한, 38.6%가 15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그야말로 ‘헬 조선’ 탈출 외에는 대안이 없다. 소비는 점점 둔화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일본 경제도 잃어버린 20년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정책까지 쓰고 있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우리는 20년 전 장기불황에 들어간 일본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일본처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15년 일본의 고등교육(전문대학 이상) 이수율은 OECD 평균(41%)보다 낮은 37%였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68%로 학력 인플레가 세계적이다. 그만큼 고급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OECD 주요국 청년 니트족 특징'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졸업자 중 니트족 비중은 24.4%로 그리스(39.2%), 터키(24.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숫자로는 약 110만 명이다. 대졸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일하지 않으면서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것이다. 니트(NEET)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4·13 총선 27일 전인 17일 현재 여야 각 정당은 온통 공천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공천에 탈락하고, 이에 반발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후보들은 온통 금배지를 다는 데에만 혈안이다. 자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영광을 차지한들 무엇 하는가. 사상 최악이라던 18대 국회의 의원입법발의 법안 처리율이 44.4%였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이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3월 17일 현재 41.6%로 더욱 낮아졌다. 이 나라의 미래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신음하고 있는데 여야 정치인들은 지난 4년 동안 정쟁으로 날을 샌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4·13 총선을 앞두고 청년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화려한 거짓 구호, 빌 空자 공약(空約)이 대부분이거나 선거를 위해 일시적 모면책에 불과한 것들뿐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서울에서만 운영하는 청년 희망아카데미를 3년 안에 전국 16개 시·도에 모두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청년 희망아카데미는 청년들의 취업을 위한 일자리 연계,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취업 지원 정도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은 야당이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청년수당 도입에 대하여는 묵묵부답이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은 분명히 사회적 약자로 국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혜택을 누릴 당당한 권리가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10.4%에 불과했다. 과도한 공공부문 지출(58%) 때문이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8만 4천달러) 1위의 스위스와 우리나라 국민이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 국가 캐나다 및 2위 국가 호주는 모두 공공부문 지출은 GDP 대비 35% 이하로 억제하고 대신 사회보장비를 각각 19.4%(스위스), 17%(캐나다), 19%(호주)로 늘림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을 잘 보호하고, 안정된 서민중심 복지·의료정책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재정부담 핑계는 그야말로 핑계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청년 공약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34만 8천개를 늘리고, 300인 이상 대기업 고용의무할당제 한시적 도입 25만 2천개, 주 노동시간 40시간 준수로 실 노동 시간을 단축하여 11만 8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청년일자리 7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현재도 비대한 공공부문을 축소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자가당착이다. 지난해 정부가 1조 9788억 원의 국민혈세를 청년 일자리 확보에 투입했지만 62,5%가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청년 취업자가 6만 8천명인데 대부분 비정규직인 일자리를 만드느라 사용했으니 일자리 한 개당 3천만 원 가량을 썼다는 얘기다. 최근 3년 사이 청년층 시간제 근로자는 4.2%가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3.4%가 늘어났다. 정부는 2016년 청년일자리 예산을 다시 2조 1213억 원으로 증액했으므로 둑 터진 논에 물 대기일 뿐이다.

대기업에게 강제로 청년을 고용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 대책이다. 2015년 우리 경제는 가까스로 2.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수출 위주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침체 속에서 공장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추가 증설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력하고도 새로운 규제를 가하겠다니? 국가주의도 아니고 참으로 한심하다.

이렇듯 거대 여야 정당의 청년 일자리 공약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들이 대부분이다. 일단 표를 얻고 보자는 속셈이다. 당사자인 청년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N포세대의 헬조선은 또 4년이 연장된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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