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중도통합과 손학규 전 대표의 부상

「새판에는 정치 지형적 새판과 보다 큰 틀의 개혁이 있어」
「꿈틀거리는 중도통합과 손학규 전 대표의 부상」
「진정한 새판은 국민권력의 확산에 따른 민주주의의 확대」

4.13 총선 이후 대선 정국의 서막이 올랐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사실상 여야 잠룡들이 설계해놓은 대선의 밑그림 하에서 치러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과정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처럼 대선이라는 이름의 고속도로로 올라선 이도 있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처럼 일반국도로 내려선 이도 있다.

대선 고속도로 ⓒ김태현

그리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이들이 톨게이트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등이 그들이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세간에 오르내렸고, 지금도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이는 두 사람이다. 총선 참패 이후 분열로 와해지경에까지 이른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부상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측근 16명이 20대 국회에 입성해 향후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손학규 전 대표다.

그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모시기 위해 기 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이가 있다. 손학규 전 대표다. 그는 “정치권이 새판을 짜야 한다”는 말로 정계 복귀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가 언급한 ‘새판’으로 향후 정국의 추이를 유추해보자.

강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 ⓒNEWSIS

두 가지 새판 ① : 정치 지형적 새판

정치권이 새판을 짜야 한다? 그가 구상하는 새판이란 어떤 것일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는 두 야당 사이에서 대선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올라설 수 있는 정치 지형적 기회를 포착하는 판이고, 다른 한 가지는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여정의 끝에서 반드시 도출되어야만 하는 ‘보다 큰 틀의 개혁’을 위한 판이다.

정치 지형적 기회란 곧 정계 개편을 의미한다. 강력한 제3당이 출현하고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할 지경에 이르러 있는 지금, 정계 개편 시나리오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정치공학에 따른 정치 지형적 새판 ⓒwupr.org

먼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김무성 대표가 떨어져나간 새누리당은 현재 무주공산이다. 그 빈 공간을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원희룡 도지사 등이 노리고 있다.

○ 중도개혁신당 창당

지난 19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 직후 유승민 의원과 약 15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정의화 의장이 이사장으로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 출범이 오는 26일로 예정되어 있고, 새누리당의 길정우, 정두언, 정병국 의원, 무소속 권은희, 조해진 의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등 유승민 의원과 유사한 성향의 개혁 보수 인사들 및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의 발언으로 유추해 볼 때, 그가 그리는 구도는 당 외부 세력을 규합한 다음 비박계가 가세하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크다.

○ 중도통합

이 판은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 내 개혁 보수 세력, 즉 이른바 비박계와 국민의당이 통합을 모색하는 판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 비노계도 가세할 수 있다. 호남과 영남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동서중도통합론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만일 남경필과 원희룡 두 지사가 이 통합에 참여한다면 정치권에 주는 파괴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손학규 발 야권 정계개편

다음으로 야권의 상황을 살펴보자.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 내 입지는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 사정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 간의 알력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까닭이다.

거기에 더해서 손학규 전 대표까지 가세해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전멸했다”며 호남 지지가 없었음에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는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연일 정치적 행보를 거듭하는 이유는 새누리당의 분리 가능성, 국민의당에 의한 캐스팅 보트 등 현 정국의 특성 상 그가 야권 발 정계개편의 최대 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 발 정계개편 구상은 정치적 중량감 과 경륜, 그리고 중도 성향에 비추어볼 때 그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안철수 공동대표 ⓒ김태현

손학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있기에 당내에서 대선경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혹 그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스스로 언급한 ‘새판’에도 맞지 않다. 그렇다고 안철수 공동대표가 버티고 있는 국민의당으로 가기도 어렵다. 국민의당 내 지원세력이라야 박지원, 김성식, 박선숙 의원 정도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창당’뿐이고, 그 길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길이다. 창당이 현실화된다면 아마도 중도를 기치로 진보와 보수를 동시에 아우르는 성격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정의화 의장의 정치 결사체 역시 이 판에 가세할 수 있다.

이 ‘새판’이 가능하려면, 또는 최대의 성과를 보이려면, 각 당이 패권주의적 정당으로 각인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새누리당은 대통령만 바라보는 친박근혜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무현+친문재인당으로, 국민의당은 호남자민련으로 폄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손학규 전 고문의 새판은 비박계와 비노계, 비문계, 그리고 호남자민련에 반기를 드는 세력들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새판 ② : 보다 큰 틀의 개혁

그러나 위에 언급한 ‘정치 지형적 새판’이라면, 그것이 어떠한 판이건 개혁이 수반되는 진정한 새판일 수 없다. 정치공학적인 새판에는 국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새판은 대권 도전만을 위한 새판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와 정치는 물론 민주주의의 거듭된 퇴보를 저지하기 위해 ‘보다 큰 틀의 개혁’이 전제되는 새판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는 정국을 불문하고 다양한 변곡점을 지나왔다. 어떤 때는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충돌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민족과 민중을 두고 우선권을 다투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독재와 대중이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민주주의는 힘겨운 걸음을 내디뎌왔고, 그 걸음을 따라 더디나마 정치와 경제가 발전해왔다. 독자 제위도 잘 알다시피, 87년 이후 발전을 거듭하던 우리 민주주의가 퇴보로 돌아선 지는 이미 오래다.

정치란 경제시스템을 선택하는 행위이기에 장기불황 국면으로 접어든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은 정치시스템의 개혁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은 없다. 오로지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과정을 치밀하게 더듬어 본 다음, 그 끝에서 올바른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는 개혁, 바로 그 개혁을 선택하는 것만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

그런 정치개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그중 ‘국민권력의 확산’을 제안한다. 여태껏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맡긴 결과로 나타난 민주주의의 지지부진한 발전과 퇴보가 국민권력의 확산을 부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권력의 확산 ⓒoutheretoo.blogspot.kr

진정한 새판은 진보니 보수니 중도니 하는 구분에 있지 않다. 이 당에 비토그룹이 몇 명이 있느니 저 당에 협력그룹이 몇 명이 있느니 하는 정치공학에도, 어떤 세력과 손을 잡느니 어떤 세력을 음해하느니 하는 치졸한 계산에도 있지 않다.

진정한 새판은 국민을 등에 업는 데 있다. 그리고 국민을 등에 업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과 함께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국민을 부르고 있다. 이 땅의 후진적 정치 행태가 국민권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야권 발 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한 손학규 전 대표뿐 아니라, 대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자 하는 모든 잠룡들에게 묻고 싶다. 정치 지형적 새판을 선택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치인들과 갈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앞세우는 ‘보다 큰 틀의 개혁’을 선택해 국민적인 지지와 함께 갈 것인가?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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