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을 대리해 정부를 감시하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명시한 진정한 삼권분립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등과 상시청문회법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16.05.24.ⓒ뉴시스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청문회 활성화법’을 통과시켰다. 필자가 19대 국회 4년 동안  유일하게 칭찬해 주고 싶은 사건이다. 20대 국회는 놀고먹는 국회가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막상 법안이 통과되자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가 나서서 입법부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정부의 업무를 위축시킬 수 있고 더 나가 행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면서 여기저기 언론을 통해 비상식적인 볼멘소리를 해대고 있다.

심지어는 ‘위헌’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을 포함해 온갖 법적수단을 들먹이며 법안의 무력화를 시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소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까지 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국회가 일 좀 하겠다는데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은 아주 단순하다. 우선 여야가 아직 합의가 안 된 법이고, ‘청문회 활성화법’으로 공무원들이 종일 국회에 매달려 있어야 하며,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정부가 일할 수 없으므로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그럴까. 여야가 이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 아니었다. 이 법은 2014년 10개 국회개혁 방안 중 하나로 제시돼 여야에서 추천한 10명의 전문가들과 또 국회의장이 추천한 5명 해서 모두 15명이 반년 이상에 걸쳐서 연구해 합의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었다.

운영위원회가 8개월 동안 심사해 상임위를 통과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이 없었다. 위원장도 여당 의원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에 계류되어 있던 것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사명감을 갖고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그리고 또 이보다 앞서 2005년,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재적의원 4분의 1만 요구하면 특정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자'는 더 급진적인 법안을 낸 적 있다. 왜 매번 청와대와 여당은 똑같은 법안에 대해 그때 그때 입장이 다른지 모르겠다. 마치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말인가.

그리고 보통 국정감사 때 청문회 하면 공무원들이 밤새워 자료 만들고, 또 국회의원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료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이런 상황이 정말 1년 365일 계속 된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데 청문회라고 다 똑같은 청문회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을 부르는 입법청문회,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때 부르는 청문회, 그리고 상임위에서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 부르는 일반청문회, 이렇게 3가지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선 '현안조사'를 위해서도 일반청문회를 열 수 있게 추가한 것뿐이다. 그동안 저축은행 부실이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관련해서도 '중요한 안건'으로 폭넓게 해석해 일반청문회가 열린 바 있다. 그러니 원래도 상임위에서 열 수 있던 일반청문회의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과반이 요구해야 청문회가 열리는 건 예전과 마찬가지고 그래서 '상시 청문회'라는 말 자체도 맞지 않다. 미국 같은 경우 툭 하면 청문회가 열린다. 그렇다면 거기서도 청문회 때문에 정부 업무가 마비돼 아무 일도 못 본다는 것인가.

미국의 의회는 청문회가 하루 10건 이상 열릴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청문회 때문에 마비된다는 등의 반대 목소리는 전혀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계속 당사자들을 불러다가 의견을 듣는 것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범죄자도 대상으로 삼으며 2013년엔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이 역외탈세 문제로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고, 또 최근에는 연비 조작이 들통 났던 미 폭스바겐 CEO도 지난해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우리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옥시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진작 들어야 할 게 많았는데, 앞으로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지금은 회기가 아니라든가 청문회 소집 사안이 아니다 라는핑계는 최소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헌법 61조에도 당연히 국회가 국정을 감사, 감시하고 또 조사하는 것은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오히려 공무원들이 더 일을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정직하게 또 철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더 이상 괜한 트집으로 수구언론을 통해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고, 국회가 국민을 대리해 정부를 감시하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명시한 진정한 삼권분립이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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