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통 창조하는 정부를 향해 외치는 소리, 못 살겠다, 갈아보자

「미세먼지의 주범이 갈비와 고등어, 그리고 경유 차량이다?」
「미세먼지 배출 1, 2, 3 순위는 건드리지 않는 못된 정부」
 

“클린 디젤 자동차는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하려면 향후에도 효율 좋은 디젤 차량의 역할이 크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 이명박 정부는 클린 디젤 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범주에 포함시켰고, 저공해 자동차 기준에 부합하는 경유차에 한해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주었다. 그러한 기조는 이번 정권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경유 택시를 도입하겠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내건 공약이었다. 이 공약에 따라 2013년 3월에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 구매자에게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도입되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과 맞물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보다 적은 경유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 2012년 대선 토론회를 준비 중인 박근혜 후보 ⓒzimbio.com

현 정부의 경유차 우대 정책 역시 지난해 중순까지 지속되었지만, 9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경유 차량, 갈비나 고등어를 구워 파는 수도권 소재 300㎡(90여 평) 이상 규모의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 숯가마 등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미세먼지의 진짜 주범은?

경유 차량,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 숯가마가 과연 미세먼지의 주범일까? 먼저 전국적인 단위에서, 국내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순위부터 살펴보자.

 (2013년 기준, 단위 : t)

▲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국립환경과학원) ⓒ돌직구뉴스

초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제조업 연소가 41,606t로 단연 으뜸이고, 비산먼지, 비도로이용오염원, 생물성 연소, 도로이용오염원 순이다. 이중 갈비집, 고등어집은 4순위인 생물성 연소에 해당하고, 경유 차량은 5순위인 도로이용오염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1-3순위인 제조업 연소와 비산먼지, 비도로이용오염원부터 잡아야 한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1순위인 제조업 연소를 보면, 전국적으로 제조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비중은 전체의 39%(2013년 기준)로 가장 높다. 가스 상태로 배출된 후에 입자로 변하는 응축성 미세먼지(CPM)는 입자 형태로 곧바로 배출되는 여과성 미세먼지(FRM)보다 더 유해한데, 이런 미세먼지는 주로 발전소와 공장, 경유 차량 등에서 배출된다. 이것이 배출 순위 5순위인 경유 차량보다 배출 순위 1위인 발전소와 공장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 미세먼지 오염원 1순위인 발전소와 공장 ⓒloe.org

2순위인 비산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날아온다. 이 문제는 국제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기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손쉬운 국내 배출원만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 외통부 차원에서 중국과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협상을 벌여가야 할 문제다.

3순위인 비도로이용오염원은 공장 오폐수 및 기타 오염원을 포함하는 ‘도로에서 발생하지 않는 오염원’을 말한다. 이 문제는 환경부 차원에서 보다 강화된 관리감독 방침을 결정해 집행해야 하는 문제다.

▲ 미세먼지 오염원 2순위인 중국 발 황사 ⓒdailymail.co.uk

이상에서 보듯, 정책적 메스가 발전소와 공장에 대한 관리감독과 규제에 가장 먼저 가해져야 함에도, 박근혜 정부의 칼날이 향한 곳은 고작 갈비집과 고등어집, 경유 차량이다.

두 가지 서민 규제 정책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협의 중인 미세먼지 대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먼저 주범으로 지목된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에 대해, 현 정부는 이미 2013년에 초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비를 지원한다는 ‘제2차 수도권대기환경기본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현실화될 수 없었다. 저감장치 가격이 대당 천만 원, 이천만 원을 호가하는 터라, 설치비를 지원할 예산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력이 있는 정부에서 또 다시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 무엇을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할지 답답해지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경유 차량 쪽을 보면,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 저지에 일조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가솔린 차량에 비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경유 차량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미세먼지를 푹푹 뿜어대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경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 100대 85인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 비율을 95대 90까지 조정하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발전소와 공장 등 대규모 배출원과 비산먼지의 절반을 한반도로 날려 보내는 중국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 서민들의 발에 돌덩이 같은 세금을 더 얹겠다는 구상이다.

▲ 대책 없는 증세의 희생양 ⓒblog.naver.com/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결국 트럭 한 대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많은 서민들은 더 궁핍해질 테고, 그렇지 않은 시민이라도 더 비싸진 갈비와 고등어를 먹기 위해 더 비싸진 경유를 주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죽을 지경이다. 이 순간, 1톤 트럭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고장 난 냉장고나 피아노 삽니다. 공일공! 육육육육에 육칠구삼! 오래된 가전제품 삽니다...”

서민 고통을 창조하는 정부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인은 노예처럼 굽실거리고 서민은 왕이 된다. 그러나 고작 1장의 권리를 행사하자마자 정치인과 서민의 입장은 뒤바뀐다. 이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와 ‘창조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정부다.

그러나 그간 추진해온 일들을 보면 거의 모든 문제의 책임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정부임이 드러났을 뿐이다. 영유아 보육비를 비롯해 담뱃값 인상, 거짓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폐지 등이 그런 것들이다.

특히 이번 미세먼지 대책은 담뱃값을 인상하던 당시를 연상케 한다. 복지에 쓸 돈이 없으니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답시고 담뱃값을 인상한 것도 모자라, 국민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를 줄인답시고 경유 가격을 올리려 하다니. 이 정부의 정책 근간은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벌주는 정책’인 모양이다.

▲ 국민 빙자 벌주기 정책 ⓒtribune.com.pk

‘벌주는 정책’이라면 민생 참 보살피기 쉽다. 병동이 모자라서 병동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병원비를 올리면 된다. 음주운전과 술로 인한 가정폭력을 해결하려면 소주값을 올리면 된다. 지하철이 미어터지면 지하철 내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교통비를 올리면 된다. 대통령 해먹기 참 쉽다.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떠맡기는, ‘국민 빙자 서민 삥뜯기 정부’, ‘서민 고통 창조 정부’다.

미세먼지를 줄여야겠다면 근시안적으로 디젤 엔진을 들었다 놨다 할 게 아니라, 5년 뒤를 내다보면서 전기차 관련 SOC부터 확충한 다음 전기차 시장의 개방 및 기술 지원에 나서야 한다. 발전소와 공장이 미세먼지 주범임을 알았다면, 애꿎은 식당을 건드릴 게 아니라, 10년 뒤를 내다보면서 발전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고 탄소배출권을 통해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에 대한 관리감독을 한층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런 게 창조경제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이 복지를 실현하고 창조경제를 하겠다며 호언장담한 대통령이다. 그런데 국민 건강을 빙자해 국민을 상대로 삥이나 뜯으며 서민의 고통을 창조하는 졸렬한 정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졸렬한 정부 덕에, 그렇지 않아도 국민적 미움을 받고 있는 후쿠시마산 고등어들만 더 억울하게 생겼다. 미세먼지가 고등어들 탓이니 말이다.

▲ 미세먼지의 주범, 앵그리 고등어 ⓒshutterstock.com

박근혜 정부에 당부한다. 지속가능하니, 효율적이니, 지원 종합대책이니 하는 따위의 ‘발표’를 위한 미사여구는 머리에 그대로 넣어두고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 제발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 괴롭히지 말고, 국민들 숨 좀 쉬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달라! 여기저기에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이를 부드득 부드득 갈고 있는 서민들이 당신들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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