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국익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지원, 외교통일위원회 배정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6.14.ⓒ뉴시스

언론운동을 20년 이상 해온 추혜선 의원의 난데없는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 배정에 항의하며 정의당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언론노조를 비롯한 독립PD협회,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추 의원의 전공과 의사에 맞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로의 배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추혜선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경선에 출마해 여성2위로 비례대표 3번을 배정받아, 지난 4월 총선에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간사, 광주 KBS노동조합 간사, 속초신문 기자 등으로 일하며 언론운동계에 발을 딛었고, 당시 언론노조연맹 위원장을 지내던 최문순의 추천으로 SBS노조 간사가 되었다. 이후 경력을 인정받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뒤, 심상정 의원에 의해 정의당에 영입되어 언론개혁단장을 맡았다. 경력이 말해주듯 추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언론개혁 전문가임에는 틀림없다.

추혜선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난 직후 당선인의 신분으로 주어진 언론개혁과 방송정상화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시작했다. 방송의 공공성 수호를 위해 많은 이해 당사자와 관계자들을 만나고, 방송 공정성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를 기반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추 의원은 국회 개원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경력의 추 의원이 외통위에 배정된 이유는 6석의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상임위 배정을 경합해야 하는 국회의 관행 때문이다.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지만, 원내교섭단체는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별 의원정수를 받은 뒤 당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의원 본인의 희망과 전문성을 두루 고려해 원내대표가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소수당은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남은 상임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고 국회의장이 최종적으로 이들의 상임위 배치를 결정한다. 추 의원이 강력하게 희망한 곳은 미방위였는데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배정된 것이다.

윤 의원은 울산 북구에서 노동자 총투표로 선출된 민주노총 전략후보다. 20대 총선에서 61.49%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이는 일방적인 산업구조개악과 노동법 개악을 국회에서 저지하라는 80만 노동자와 19만 북구 주민들의 명령이 표출된 결과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의 환경노동위원회 배정은 결국 무산됐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미방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무너진 방송공정성과 언론의 정상화 작업, 그리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공익성과 시청자 권리 수호, 그리고 통신의 공적 역할 강화를 통한 통신 이용자 권익확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맡기려고 국민들은 20년간 언론운동을 해온 추 의원을 국회에 진출시킨 것이다. 이 시점에 언론·방송 전문가를 미방위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건 작금의 방송 환경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추 의원이 미방위로 배치되지 못한 것은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의원이 정작 국회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로 가지 못한다면 비례대표 제도의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추혜선 의원은 “언론 운동을 20년 이상 해왔는데 갑자기 외통위에 배치하니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고 말한다. 해서 전문성 있는 의원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기를 강요하는 방식은 잘못된 관행이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환노위는 원래 비인기 상임위이다. 윤종오 의원처럼 노동법 개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노동자 국회의원이 환노위에서 배제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환노위의 정수를 1명만 늘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비교섭단체 의원이 지망하는데 그 티오를 늘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추혜선 의원의 미방위 행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소수 의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상임위원회 배정은 시대착오이며 국회가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소수라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일방적인 상임위원회 배정에 따르라고 한다면 이는 거대정당의 폭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야 시대를 이끌어가는 국회가 될 수 있다. 자체의 모순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혁해 달라진 국회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입증해야 한다.

전문직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했을 때는 기대와 요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임위 활동이 의욕도 전문성도 없는 의원들의 시간 때우기나 의원직 월급 주는 명분거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당선과 동시에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정확히 인지하고 의정활동을 준비한 의원에게 적합한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이 상식이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고쳐지지 않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례대표는 상징성이 있다. 그간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국익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도 그런 의미에서는 마찬가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상임위 배정에 관한 권한이 있다. 비록 혼란을 초래하기는 했으나 그가 이 일련의 사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 의장의 용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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