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방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줄줄이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 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발인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가운데) 의원과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고인의 운구를 차량으로 싣고 있다. 2016.06.19.ⓒ뉴시스

최근 세월호 사건 당시 민간잠수사로 실종자 수습에 헌신했고, 이후에도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오던 김관홍 잠수사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고 김관홍 잠수사는 시신 수습 과정에서 얻게 된 부상과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았으며 심리적으로 멍이든 상태였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작년 국정감사와 세월호특조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고, 올해 4·13 총선에선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 당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자원봉사하기도 했다. 그가 바란 것은 오로지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이었다.

참사 당시 참여한 민간 잠수사 절반 이상이 트라우마와 골괴사 등으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고 현업 복귀한 이들도 부상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때문에 업계에서 기피인력으로 낙인찍히고, 현업에 복귀해도 일이 없어 가정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중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공우영씨는 석 달 가까이 목숨을 걸고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 292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수습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어이없게도 검찰로부터의 기소였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한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공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1년이 넘는 힘든 재판 끝에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수난구호는 국가의 몫이고, 잠수사를 선발하거나 배제할 권한이 없는 그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국가적 재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의 잠수병과 트라우마는 함께 돌보고 대처해야 할 우리 공동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구조·수습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지정토록 하는 내용과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순직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순직 인정을 위한 법률안 개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사 이후 많은 날이 지났지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해 1월 특조위가 출범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세금도둑론을 확산시키고 조사 대상 부처의 공무원들을 특조위에 대거 파견하도록 한 특별법 시행령을 강행하면서 특조위 힘빼기에 나섰다.

그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초지일관 방해에만 골몰해 왔다. 여당이 추천한 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적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비난하고, 특조위와는 별도의 예산과 인원 안을 해수부로 전달하는 등 부지기수로 방해 행동을 하였다.

특조위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조사를 의결하자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은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실제로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조사를 의결할 경우 여당 추천위원들의 집단 사퇴도 불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수부 내부 문건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어떤 이는 4.13 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당적을 보유할 경우 위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식 면직 되었다가 불과 두 달여 뒤 다시 추천되기도 한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자가 이렇게 다시 돌아와 위원직을 맡겠다고 한다면 특조위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것이다. 추천한 여당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추천을 받아들인 인물 또한 몰염치의 극치이다.

정부기관의 특조위 활동 방해도 여기에 못지않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들의 박근혜 대통령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기록 일체를 제출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실지조사를 검찰은 끝내 거부했고 조사관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대 본청에서도 발생했었다. 참사 직후 해경과 해군의 교신기록이 담긴 TRS 기록 원본 제출을 요구하며 실지조사에 나섰지만 해경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 차원의 비협조이자 결국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행위다.

특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핵심 증거물인 선체의 인양 과정에도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해부터 선체의 온전한 인양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장 바지선에 동승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특조위 조사관들이 낚시배를 빌려타고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작업 현장에 접근했지만, 해수부는 ‘기술적 문제’로 작업이 연기됐다면서 끝내 바지선 동승을 허용하지 않고 조사관들을 돌려보냈다. 어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하나 같이 특조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희생자 가족들이 정부가 선체 인양 준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지난해 8월부터 인양현장에 가장 가까운 동거차도에서 반별로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인양 사전 작업을 감시·기록하고 있는 현실은 민주국가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선수(뱃머리)들기 작업 중 해상크레인과 연결된 총 5개 와이어 가운데 2개가 선체를 파고 들어가  갑판부에 길이 6.5m, 7.1m 정도 손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비밀리 쉬쉬하면서 몰래 인양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세월호 선체 인양 시기는 당초 7월말 보다 늦어진 8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20대 국회가 개원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3명 전원, 그리고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서명하였다.

이 개정안은 우선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개시일을 예산을 최초 배정받았던 지난해 8월로 못박아 특조위가 내년 2월까지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인양된 선체에 대해 특조위가 최대 1년까지 정밀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예정대로 인양이 완료될 경우 내년 7월까지 선체 조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저 먼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고 진실의 앞을 가로막는 세력은 여전히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고 있다. 구조 방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 책임자들은 간판만 바꿔달고 줄줄이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만약 지금까지처럼 조직적 방해로 일관한다면 민심은 물론 역사가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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