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이 투쟁으로 얻은 미래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에 앞장서고 있는 문정현 신부와 백기완 선생ⓒ돌직구뉴스

흔히들 아주 쉽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말한다. 민주주의 최종점을 다수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의 결과는 결국 강자에 의한 약자의 배제라는 폭력이 된다. 그리고 이런 폭력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는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이 투쟁으로 얻은 미래였다.

19세 청년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스크린도어에 끼어 생을 다했다. 비정규노동자였다. 문자메시지 달랑 하나로 해고통지를 받았던 여성노동자가 10년 복직투쟁을 벌였다. 단식농성, 고공농성, 오체투지, 죽는 것 빼고는 다 해 본 10년이었다. 헌데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비정규노동자였다. 그녀는 복직투쟁을 중단했지만, 노예제도보다 나을 것 없는 비정규제도 철폐를 위해 싸우고 있다.

돌쟁이 아가를 둔 30대 노동자가 “힘들고 배고팠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비정규노동자였다. 세월호에서 학생들 곁을 지키다가 숨진 단원고 교사 두 명은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비정규직이었다. 아니 비인간이었다. 지금도 이곳의 찬 바닥에서, 저곳의 굴뚝 위에서 비인간이 된 비정규노동자들이 외롭게 싸우고 있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약자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10년 투쟁을 통해 대법원에서 승소해도 법대로 되지 못하고, 10년 투쟁을 통해 정규직을 쟁취해도 회사가 사라지고 마는 게 현실이다. 이렌드, KTX, 동화오토, 지엠대우, 하이스코, 기륭전자, 하이닉스 등 아직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들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꿀잠‘ 건립운동이 시작 됐다. 정리해고 등 서울 도심에 상경 투쟁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쉼터, 비정규노동자들의 여름방학 외갓집 같은 공간, 비정규단체 활동가들의 소통과 연대 공간, 틈새를 메우는 역할 기지, 필요한 물품의 신속한 조달창고, 비정규현장 투쟁에 대한 지원과 연대 공간, 비정규운동과 문화운동이 만나는 공간, 그리고 노동운동과 관련해 일시 상경한 노동자들의 단기숙소, 강정·밀양 등 사회운동 과정에서 상경한 주민들의 숙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소 10억원이 필요한데 노동계, 종교계, 사회운동 단체가 모금에 동참했고 민주시민들이 합류하여 6월 말 현재 3억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특히 통일운동가인 팔순이 넘은 백기완 선생과 칠순을 훌쩍 넘긴 문정현 신부가 자신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모금을 위해 내놓았다. 백기완 선생은 한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면서 겨우 써내려간 붓글씨 40여점을, 문정현 신부는 괴로울 때마다 심장을 깎는 심정으로 매달려온 새김판(서각) 70여 점을 선뜻 내놓았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오는 7월 5일부터 서울 통인동 소재 ‘류가헌’에서 <두 어른>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백기완·문정현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을 위한 전시회 연다/6월27일, 돌직구뉴스 참조)

노동운동 과정에서 끝까지 버티겠다던 이들도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잠시 몸을 뉘일 곳, 깨끗이 몸을 씻을 곳,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곳, 아픈 데 치료받을 곳, 법률지원과 인권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집 한 채가 있고 없음이 얼마나 큰 차이인가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리싸움을 하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는 이런 곳이 너무나 절실했던 것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조동자가 한사람도 없는 사회가 되어, 이 나라의 모든 노동자들이 가정에서 늘 꿀잠을 자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과 함께 ‘꿀잠’ 건립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요청해 본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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