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눈을 부라리고 덤벼들어야 정상…<뉴스타파>에서 희망을 본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성매매 추정 동영상 ⓒ뉴스타파 제공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언론을 틀어쥔 것이 과연 누구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당시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포털에서는 하루 종일 ‘이건희’가 검색어 ‘1,2위였고 유투브 동영상 조회수는 554만이나 됐다. 하지만 지상파 뉴스와 종편, 조중동 등 주요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마저 비판할 때는 가차 없던 언론들이 삼성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순종적인 모습이다.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어 제4부라 일컬어지는 언론들도 최대의 광고주 삼성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평소 언론은 박유천과 같은 연예인의 성 스캔들이 터지면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다뤘다. 해당 연예인은 완전 동네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유명세로 따지면 이건희 회장이 단연 최고인데도 불구하고 이번만은 달랐다.

이 회장 정도의 성 스캔들이라면 언론은 눈을 부라리고 덤벼들어야 정상이다. 미국 전 대통령 클린턴이 재임 시절의 성 스캔들로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기억할 것이다.

특히 언론이라면 이 사건을 반드시 보도해야 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이 회장이 성매매 범법 혐의자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자금이든 금융실명제 위반이든 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삼성의 자본력을 동원한 보도 통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광고비다. 2015년 우리나라 광고시장은 약 11조이며 삼성그룹이 집행한 광고 및 협찬액이 2조원이 넘는다. 지상파 1개사의 광고매출은 5,000억 정도인데 삼성그룹은 지상파 1개사당 년간 350억을 광고비로 집행했다.

이는 협찬액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로, 대략 1개사당 400~500억 이상 추정되는 협찬 비용까지 합치면 삼성그룹이 직접적으로 신문·방송사 경영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삼성그룹의 통제 의사 전달 없이도 언론사 내부에 의해 자발적 통제가 이루어질 정도의 광고 집행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재벌 삼성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엄청난 액수의 광고가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국내 언론의 비겁하고 부도덕함을 나타낸 단면이다. 이런 마당에 지상파, 종편, 주류신문에게 이건희 회장 성매매사건의 보도를 기대한다는 건 과욕인 세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언론이 이 모양이니 경찰도 검찰도 서로 손을 안 대려고 난리인 것 같다. 수사를 착수하기엔 불충분하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손대면 결론은 빤한데 욕먹기 싫어서일 것이다. 아니면 혹시라도 삼성에 찍힐까 겁도 나는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유일하게 성명을 내놨다.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왜 입장표명을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과거 삼성비자금문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제보할 신문사를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가 도움을 받은 후에야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삼성X파일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정의당)은 오히려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처럼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이들은 한결같이 보복을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 그래서 삼성관련 사건엔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전부들 외면하는 것일 수 있다.

거대공룡 삼성으로부터 보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이제부터는 삼성 돈을 목구멍에 쳐 넣을 생각만 하는 찌라시 같은 언론들도 삼성을, 이건희 회장을 이 나라의 가치를 대표하는 존재인 양 미화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성과가 있었음을 자찬했다.

이어 ”우리 의식 속에 내면화되고 있던 삼성에 대한 두려움, 이건희라는 초현실적인 권위에 대한 세뇌된 경외가 이제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보도가 삼성을 포함 재벌개혁의 단초가 되길 희망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을 취재한 기자는 <뉴스타파>의 김경래, 심인보 기자였다. KBS에서 각종 징계에 인사불이익을 받다가 <뉴스타파>로 옮긴이들이다. 이들은 동영상 속 성매매 장소를 확인하게 위해 강남일대를 두 달간 찾아 헤맸다고 한다. 취재의 기본 정석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있는 언론인들이 있어, 돈과 권력에 굴복당한 기레기들이 참 언론인 양 설치고 있는 현실에도, 아직은 공정언론을 지키는 불씨가 살아 있음에 희망을 본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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