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0~5세 아동 95%에 월 10만원 지급
선별지급으로 바뀌며 불필요한 예산 더 들어
과잉복지 논란 속 국가보장 보편적 권리 주장도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전체 0~5세 아동 중 95%에게 매월 10만원씩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일각에선 야당의 반대로 추진된 '선별지급'으로 1000억원 안팎의 행정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불필요한 예산 소모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3인가구 1170만원, 4인가구 1436만원, 5인가구 1702만원 이하로 하는 선정기준안을 발표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인 가구 기준 소득과 재산 합계가 월 1170만원을 넘지 않으면 올해 9월부터 0~5세 아동 1명당 매달 10만원씩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 다음은 아동수당 선정기준 및 수급가구 비교표/ 뉴시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인 가구 기준 소득과 재산 합계가 월 1170만원을 넘지 않으면 올해 9월부터 0~5세 아동 1명당 매달 10만원씩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 다음은 아동수당 선정기준 및 수급가구 비교표/ 뉴시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일 이 기준(소득환산율 연 12.5% 적용)으로 추산한 결과, 전체 0~5세 아동 252만명중 95.6%인 약 241만명이 9월부터 매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 가구 기준으로 보면 총 198만가구중 95.3%인 189만 가구다.

애초 복지부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국회는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90% 이하에만 지급하는 '선별수당'으로 바꿔 아동수당법을 제정했다.

이같이 '보편수당'이 '선별수당'으로 바뀐 건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말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선별 지급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7월로 예정됐던 지급시기가 9월로 미뤄진 것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 아이가 태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라며 아동수당 도입을 골자로 한 육아대책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은 아동복지 차원에서 아동수당 도입을 서둘러왔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 예산부담과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과잉복지'라고 주장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지난 1월 "소득상위 10%를 안주게 된 것은 너무 아쉽다"며 "아직 법이 안 만들어졌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다 줄 수 있도록) 다시 시도하겠다"고 했으나 국회에서 몰매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 다시 아동수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포퓰리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재원대책도 없으면서 행정비용 운운하며 '100% 지급'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고 허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무상보육, 가정양육수당, 각종 자녀 양육지원제도와의 조율 및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모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이 아동 빈곤해소를 통한 아동 행복 추구, 아동의 미래 투자라는 아동수당의 근본목적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보편수당'이 '선별수당'으로 바뀌면서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아동수당을 부모소득과 상관없이 올해 7월부터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데 드는 예산을 5년간 13조4000억원(국비 9조6000억원, 지방비 3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실제 올해 9~12월 4개월분 관련 예산으로 국비만 7000억원이 책정된 상태다.

당시 집계에선 선별작업에 필요한 복지담당 공무원수를 연간 500여명으로 추정해 인건비 증가분 200억~300억원을 책정했으나 실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지부는 2300명분 보조인력 예산을 확보했다. 접수기간 초반 신청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것에 대비해 인력을 일시적으로 증원한다는 것이다.

또 신청가구가 소득 상위 9만가구의 아동 11만명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인력과 비용 투입이 뒤따른다.

복지부가 잠정집계한 바에 따르면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소득상위 10%를 제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770억원에서 1150억원 사이다. 여기에는 금융재산 조사 통보에 100억원, 세액공제 300억~400억원 등이 포함됐다.

게다가 아동수당 수급자의 소득이 탈락자보다 높아지는 소득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산정기준액보다 소득인정액이 적더라도 일부 가구는 10만원이 아닌 5만원만 수당으로 받는다.

소득·재산 자료를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국민 불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다. 자신의 가구가 산정기준액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등 '보편수당'이었다면 불필요했을 절차를 '선별수당' 체제에선 매년 거듭해야 한다.

복지부는 행정비용 최소화를 위해 조사 방법과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미 소득·재산에 따라 복지급여를 받고 있는 아동이나 가구(▲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아동양육시설 등 보호 아동 ▲가정위탁 아동 ▲입양대기 아동 ▲한부모가족지원 수급가구 ▲초·중·고 교육비지원 수급가구 ▲영구·국민임대주택 지원 수급가구 ▲차상위 지원 수급가구 등)는 조사 없이 수당 지급 대상으로 분류한다.

관계기관 시스템상 공적자료만으로도 소득인정액이 산정기준액의 70%이하(3인 가구 819만원, 4인 가구 1005만원 등)이면 선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해 추가 조사 없이 지급 결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원 자료 발표 이후) 입법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소득·재산 조사 면제, 일정 수준 소득 이하 자동 판정, 선별절차 최소화 등을 담았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행정비용이 얼마나 든다는 것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선 이런 비용과 우려를 '당리당략에 따른 제도 취지 훼손 때문'으로 보고 정치권에 아동수당법 개정 논의를 촉구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동수당의 본래 취지는 기본적인 아동의 권리가 부모 소득에 따라 달라져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선별수당으로 근본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별수당 형태의 아동수당과 보편수당에 드는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선별비용에만 최대 1150억원이 들어가는 것은 문제"라며 "복지부가 시행규칙 등으로 미세조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보편 지급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비용 절감 등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의견에는 아동수당 제도의 본래 취지는 출산율 제고가 아닌 아동권리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수당제도는 저출산 해소가 목적인 제도가 아니다"라며 "부모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의 보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출산 현상은 노동시장정책, 부동산정책 등이 결합해 접근해야할 문제"라며 "단순히 아동수당을 지급했는데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으니까 아동수당은 무용하다는 식의 논리는 본래 제도 취지와 저출산 문제 접근에 맞지 않는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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