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짜고 노조교섭 지연 의혹받아
손경식 회장 "이런 일 생겨 국민께 송구"

검찰이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을 지난 26일 압수수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각 지역 서비스센터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단체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과 공모해 노조와의 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경총과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로 검찰 관계자가 압수품을 담을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경총과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로 검찰 관계자가 압수품을 담을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서울 마포 경총 노사대책본부를 압수수색해 노사협상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책임 있는 사용자단체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5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보고받기로는 노사 교섭에 있어서 일을 맡아서 한 사실은 있지만 크게 문제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으니 결례되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우리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준법정신을 강화해 법을 잘 지키는 기업이 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기업이 앞으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좀 더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서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높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지가 중요하다"며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할 상여금, 식비 등 여러 항목이 충분히 반영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산입 범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계속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산입범위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떻게 할 것이냐 문제도 있다. 최저임금 심의에 있어서 우리 의견을 매우 강도 있게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문제인지 확실히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에 일어난 문제가 기업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뭐라고 말하는 게 무척 조심스러운데 대한항공이 우리나라의 국적 항공사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회사로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50일 맞아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경총과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를 압수수색 했다/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50일 맞아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그는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 등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헌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헌법 조문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고 구체적 사항은 하위 법률이 정하는 게 원칙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나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과 같은 사안은 헌법 규정으로 넣기에는 좀 부적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기정 상무는 "대주주 권한을 약화시키면 오히려 외국 투기세력이나 적대적 M&A 세력에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정비된 상태에서 상법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일방적으로 논의하는 데 대해서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노사관계에 대해 손 회장은 "좀 더 건설적으로 선진화된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노사 간 대화가 서로 신뢰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협력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범한 사회적 대화 기구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서로 협력하자고 이야기했고 민주노총도 직접 방문하려고 한다"며 "자기 주장과 욕심만 부려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서로 상대의 이야기도 경청해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향후 경총 경영 방안에 대해 "노사 관계에서 노측을 많이 설득하고 정부에도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전달하고 협조를 받아내는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며 "구체적으로 기업의 혁신성장 지원, 설득력 있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고 시대 변화에 맞는 기업근로문화 혁신 주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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