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사기등 혐의로 4일 영장실질심사
19년만에 구속 갈림길...상속세 포탈은 빠져
계열사에 비상장사 주식 '꼼수' 매각 의혹도

검찰이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2일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세금 62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19년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선 처지가 됐다.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 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 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찰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에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 조 회장이 과거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받을 당시 변호사 비용이 십억원대의 회삿돈으로 처리된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 일가의 횡령과 배임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해외 예금 계좌 내 50억원 이상의 상속 지분을 신고하지 않은 의혹(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또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해당 약국은 약 20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료 1000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돼 조 회장에게 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이 외에 조 회장은 부친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의 부동산 등 해외재산을 상속받았으나 상속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 4남매가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은 상속세 포탈 혐의는 공소시효와 관련된 법리 판단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영장범죄사실에서 빠졌다. 

앞서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 4남매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조세포탈의 가중처벌) 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4월 30일 접수하고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5시간 30분 동안 마라톤 조사를 받고 이튿날 새벽 1시께 귀가했다. 조 회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이 삼남매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벌이다 발생한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꼼수'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 삼남매에게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를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조 회장의 주식 증여로 삼남매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 칼' 주식을 갖게 됐으며, 이는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과 맞닿아 있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삼남매는 해당 주식을 주당 10만원 정도로 취득했으나 2014년 정석기업이 이를 주당 25만원에 도로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씨 자녀들이 총 90억 여원의 이득을 보고 계열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계열사가 가격이 오른 비상장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4일 오전 10시 30분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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