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명희 이사장 특수폭행 적용 검토
"언어-물리적 폭력이 일상"피해자 진술 확보

왼쪽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폭행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한진그룹 세 모녀가 모두 '갑질 사건'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세 모녀 가운데 가장 먼저 파문을 일으킨 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넛 제공 서비스를 이유로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항공기를 돌려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언론보도로 '땅콩회항'이 알려지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 조 전 부사장은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조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조 전 전무가 지난 3월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A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A사 소속 팀장에게 음료수병을 던졌다는 글이 게시됐다.

수사를 맡은 경찰이 당시 확보한 당일 회의 녹음파일에는 조 전 전무가 "(A업체의) A자도 보기 싫다"고 소리치는 음성과 유리컵이 떨어져 나는 소리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한 달 후, 이번엔 조 자매의 어머니인 이 이사장에게 폭언·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이사장이 지난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 현장에서 직원의 팔을 끌어당기고 삿대질을 하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되고, 호텔 직원 중 자신을 할머니라 부른 이에게 폭언을 하고 해당 직원을 그만두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3년 여름에는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서 작업자에게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공개됐다. 자택 공사 당시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등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에도 자택 근무자인 가정부나 수행기사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경비원에게 가위와 화분 등을 던진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에 이 이사장 이날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첫 조사를 받았다.

세 모녀는 경찰 출석시에는 갑질 태도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2014년 서부지검 출석 당시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진심으로 (박창진 당시 사무장에게) 사과드리겠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다. 다른 계획은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 전 전무의 경찰 출석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 전 전무는 두 손을 모으고 시종 머리를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시종일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땅만 쳐다봤다. 두 손은 가지런히 모은 채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 이사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짙은 남색 정장차림에 안경을 쓰고 파란색 문양의 넥타이를 맨 이 이사장은 두 손을 모은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후에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시종일관 아래만 바라봤다.

'왜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느냐', '가위나 화분을 던진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죄송하다"고 답했다.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는지"를 묻자 이 이사장은 고개를 조금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포토라인에서 참회의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앞서 조사를 받은 조 자매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적극 부인해 논란이 됐다. 

이 이사장 역시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이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이 일상적이었으며 그 방식과 정도가 상당했다는 피해자 10여 명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업무방해·상해·상습폭행·특수폭행 등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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