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고 혐의 다툼 여지"
경찰, 불구속 상태로 검찰 송치 가능성 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의 판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수도 있으나, 경찰 수사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 지난 달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반려된 것처럼 경찰의 수사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 이사장에 대해 단지 도주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것은 물론 혐의사실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지난 4일 밤 늦게 기각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명의 피해자에게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명의 피해자에게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시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최소한 수사단계에서 만큼은 법원이 수사기관 대신 피의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범죄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과 경찰이 구속영장을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신청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법원이 경찰과는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단지 법리해석에 대한 이견으로만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후 경찰의 수사력과 연계해 논란의 소지가 될 수도 있고, 자칫 경찰이 재벌 총수일가를 잡아들이는 데에만 급급해 성급하게 수사한 게 아니었냐는 잡음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는 것이다.

수년에 걸쳐 폭언 또는 폭행이 여러차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습폭행, 특수폭행, 상해, 업무방해, 모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등 무려 7가지 혐의가 이 이사장에게 적용됐다. 이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그물망'을 여러 개 펼친 셈이다.

경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사실만 해도 24개로, 정관계 뇌물이나 재벌 비자금 사건에서도 이 정도의 범죄사실을 캐는 건 흔치 않는 사례다. 
 
이씨는 평창동 주거지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위험한 물건인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량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의 다리를 발로 차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14년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공사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이런 '갑질'로 지난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11명이 피해를 입었고,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 일부의 사실관계과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이 이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동영상이나 녹음파일 등 객관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남아 있는 범행에 대해서만 인정할 뿐, 증거나 주변 목격자 등이 부족한 범행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사실이 없다' 등의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변호인의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찰로서는 수년 전 사건임을 감안하더라도 객관적인 물적 증거를 수집하는데 소홀했거나 구체적인 정황 등 간접증거나 목격자 등을 좀 더 확보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았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사실관계와 법리 측면에서 경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만큼 자칫 이대로 사건을 송치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일부 혐의사실은 무죄가 나올 공산도 크다는 분석이다. 

법원의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경찰은 향후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후 검찰과 협의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찰 주변에서는 보강 수사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자료나 추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한 영장 재신청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이사장이 구속 위기를 넘겼으나 국민 정서상으로는 유죄를 선고받은 것과 다름없어 결과적으로 득 될 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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