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르포-서울역②] 폭염 속 경찰·소방 '노숙 지키미'… "생명은 귀하다"
[ST 르포-서울역②] 폭염 속 경찰·소방 '노숙 지키미'… "생명은 귀하다"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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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1994년 폭염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열풍에 의한 열돔현상, 거기에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온까지 겹친 탓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힘겨운 폭염을 ‘인내’ 하나로 버티는 이들이 있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을 집 삼아 살아가는 노숙인들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서울역 광장을 다녀왔다.<편집자주>

<목차>
① 폭염 속 서울역 노숙현장 찾은 성당 아이들
② ‘노숙 지키미’ 경찰관과 폭염 식히는 소방교

한낮 서울 기온이 38℃를 기록한 지난 3일,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광장의 아스팔트 온도는 56℃를 훌쩍 넘어섰다. 20분 만에 계란 프라이가 만들어질 정도. 올 여름 들어 벌써 2,800여 명이 온열질환에 걸렸고, 그중 35명이 사망했다.

폭염으로 달아오른 오후 2시의 서울역 광장 ⓒ스트레이트뉴스
폭염으로 달아오른 오후 2시의 서울역 광장 ⓒ스트레이트뉴스

기자는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여름캠프를 떠나는 대신 노숙현상이라는 사회문제를 배우기 위해 서울역 광장을 찾은 천안 쌍용동성당 학생들을 따라가 봤다.

노숙인 관련 사건 포함 하루 평균 25회 출동하는 서울역파출소

“다른 파출소의 하루 평균 신고 건수가 3~5건 정도라면, 여기 서울역 파출소는 25건에 달합니다. 지하철 1호선, 4호선, 경의선 등이 서울역을 거쳐 가고 또 일부 노선의 종착역이기도 해서 지하철이나 열차 안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곳에 도착해서 신고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그러면요, 아저씨들 여섯 분이 계속 출동하는 거예요?”

“하하하, 아닙니다. 여기는 총 인원이 35명이고, 팀당 6~7명이 4부제로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계속 말씀을 드리면, 그리고 또 노숙인 분들 관련 신고도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에 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서울시립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나 병원, 각 시설들과 서로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관내 현황 및 노숙인 실태에 대해 설명하는 손덕호 경감(서울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소장) ⓒ스트레이트뉴스
관내 현황 및 노숙인 실태에 대해 설명하는 손덕호 경감(서울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소장) ⓒ스트레이트뉴스
손덕호 소장의 설명을 경청하는 천안 쌍용동성당 학생들 ⓒ스트레이트뉴스
손덕호 소장의 설명을 경청하는 천안 쌍용동성당 학생들 ⓒ스트레이트뉴스

“노숙자 아저씨들 신고는 어떤 건데요?”

“술을 마시고 서로 싸운다거나 어디가 다쳐서 쓰러져 있거나 하는 신고들이 많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에 방치돼 있다는 신고도 있고요.”

“노숙하는 사람들 중에요, 외국 사람들도 있어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서 또 여러 가지 이유로 입국했는데, 돌아갈 길이 막막해진 외국인들이 가끔 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 역시 여기 계시는 한진국 경위님이 각 기관과 연계해서 해결합니다. 한진국 경위님은 노숙전담 경관이십니다.”

천안 쌍용동성당 학생들과 서울역파출소 직원들(자료:넷임팩트코리아/wework) ⓒ스트레이트뉴스
천안 쌍용동성당 학생들과 서울역파출소 직원들(자료:넷임팩트코리아/wework) ⓒ스트레이트뉴스

“노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지금 노숙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다들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여기 와 계시는데, 오가는 시민들께서 조금 더 그분들 사정을 이해하는 눈길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 그럴 수 있죠?”

“예에~~!”

사회적 약자 위한 서비스로 공직생활 마감 꿈꾸는 경찰관

학생들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사이, 서울역파출소 노숙전담 경관인 한진국 경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_ 여기 오시기 전에 외사과에서 근무했다고 들었는데?

“예, 외사과 외국인 담당으로 20년 정도 외국인 VIP 경호 업무를 했습니다.”

_ 노숙전담부서로 발령받던 순간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사실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내가 왜 그런 일을? 이러면서 말이죠. 제 전임이 장준기 경위님이셨는데, 살짝 와서 좀 살펴봤습니다. 그 양반을 대하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그들도 국민이니까 미력이나마 노력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서비스 아니냐, 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해도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인터뷰 중인 한진국 경위 ⓒ스트레이트뉴스
인터뷰 중인 한진국 경위 ⓒ스트레이트뉴스

_ 주로 하는 업무는?

“행정이나 복지는 기본적으로 구청이나 시청에서 하고, 경찰은 규제가 기본입니다. 노숙인들도 규제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야 유치장만 뻔질나게 드나들 수밖에 없습니다. 벌금도 많이 내야 하고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툼이나 음주 이런 것을 범죄예방 차원에서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해서 다독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독이는 게 제 주업무인 셈이죠. 허허...”

형님으로, 동생으로, 또 삼촌으로 노숙인들에게 다가서는 한진국 경위 ⓒ스트레이트뉴스
형님으로, 동생으로, 또 삼촌으로 노숙인들에게 다가서는 한진국 경위 ⓒ스트레이트뉴스

_ 교도소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노숙인도 있다던데?

“예, 있습니다. 그 친구들 오면 신경을 좀 더 써야 합니다. 사복을 입고 나가서 밥도 사주고 담배나 라면도 사주면서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으려고 말이죠. 그렇게 하면 범죄에 대한 생각을 좀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_ 근무하면서 안타까운 때가 있었다면?

“건강이 좋지 않은데 술을 계속 먹다가 돌아가실 때 많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겨울에 외국인 노동자가 서울역에서 노숙한 지 일주일 만에 사망했을 때도 그랬고... 노숙인은 자꾸 늘어나는 추세인데, 참 걱정입니다.”

“에이그, 이 양반들아, 쓰레기는 좀 치우면서 살자” ⓒ스트레이트뉴스
“에이그, 이 양반들아, 쓰레기는 좀 치우면서 살자” ⓒ스트레이트뉴스
“하하하, 형님 그거 치우지 마, 버릇 돼!” ⓒ스트레이트뉴스
“하하하, 형님 그거 치우지 마, 버릇 돼!” ⓒ스트레이트뉴스

_ 노숙전담 경관으로서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일단, 노숙인들은 육체적으로, 특히 정신적으로 다들 매우 어렵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많기 때문이죠. 현재 임시주택, 기초수급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지만, 노숙인 맞춤형 자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시설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이 시설에 들어갔다가 금세 다시 나오거든요. 제 생각에는 ‘흥미’ 부분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흥미를 북돋울 수 있고 자활도 되는, 또 가능하면 자립지원금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아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어디 다녀오셨어요?” ⓒ스트레이트뉴스
“오랜만입니다 형님, 어디 다녀오셨어요?” ⓒ스트레이트뉴스

_ 끝으로 시민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여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다. 크게 보면 노숙인들도 국민이고 또 사회에서 보듬어 안아야 할 가족입니다. 하는 행실을 보면 당연히 눈살이 찌뿌려지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가진 상처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봐주십사 하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 그는 파출소 담벼락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는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세상의 가장 외진 곳으로 밀려난 이들과 그런 이들에 대한 서비스로 공직생활을 마감하려는 경찰관은 한참이나 웃고 떠들었다.

폭염 광장으로 출동한 소방교

하루 중 가장 뜨겁다는 오후 2시 30분, 살수차 한 대가 광장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었다. 중구청 소속 살수차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1년 내내 살수차가 이른 아침과 정오 무렵 광장을 청소하고 달궈진 바닥을 식히기 위해 살수차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광장을 청소 중인 중구청 소속 살수차 ⓒ스트레이트뉴스
광장을 청소 중인 중구청 소속 살수차 ⓒ스트레이트뉴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살수차 부근에 있던 노숙인들이 살수차 기사를 향해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물이 다 떨어졌던지 중구청 살수차는 서울역파출소에서 지하철 2번 출구 근처까지 물을 뿌린 후 사라졌다.

조금 있으니 119 응급차와 소방차가 광장으로 들어섰다. 6~7명의 소방대원들이 하차하더니 화재 진압용 호스를 꺼내 광장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폭염으로 달궈진 광장 바닥에 살수작업을 하는 서울중부소방서 소속 119 대원들 ⓒ스트레이트뉴스
폭염으로 달궈진 광장 바닥에 살수작업을 하는 서울중부소방서 소속 119 대원들 ⓒ스트레이트뉴스

살수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최은호 소방교(34)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_ 소방서가 서울역 광장에 물을 뿌리는 이유는?

“예, 구청에서 협조공문이 왔었습니다. 중구청은 일 년 내내 서울역 광장에서 살수작업을 하는데요, 매일 아침, 점심, 이렇게 두 번요. 아침에는 주로 광장 청소 목적이고, 점심때는 달궈진 광장 바닥을 식히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점심 살수작업을 도와달라는 공문이 왔던 겁니다. 조금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얼마 전에 국무총리님이 주재한 폭염대책회의가 있었지 않습니까. 거기서 세부적인 조치들이 결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_ 광장 바닥을 식히는 이유는?

“노숙인들이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계셔서입니다. 오늘 기온이 38℃ 정도 되는데, 여기 아스팔트 기온은 56℃를 넘어섭니다. 그만큼 온열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_ 중부소방서가 노숙인들을 위해 따로 하는 활동은?

"이번 폭염은 재난수준이잖습니까. 우리 중부소방서는 폭염 경보가 발령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대문 쪽방촌에서 살수작업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쪽방촌에는 폭염 취약계층, 그러니까 에너지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고 계시니까요.”

_ 그 외에 에너지 빈곤층 관련해서 하는 활동이 있나?

“예, 저희들은 폭염캠프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방서와 일반인들이 함께하는 캠프인데요, 쪽방뿐 아니라 폭염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서 냉수와 음료수를 나눠드리고,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대응하는 응급의료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_ 살수작업은 언제까지 할 예정인지?

“이번 여름은 35명이 더위로 사망하고 2,800여 명이 온열질환에 걸릴 정도로 무덥습니다. 저희는 폭염이 끝날 때까지, 적어도 폭염경보가 해제될 때까지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서울역 광장 살수작업에 참여한 최은호 소방교 ⓒ스트레이트뉴스
서울역 광장 살수작업에 참여한 최은호 소방교 ⓒ스트레이트뉴스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폭염에 서울역 광장에서 살아가는 노숙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분주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술에 취해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잠이 든 노숙인을 그늘로 끌어 오는 경찰관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쪽에서는 사막보다 더 뜨거운 광장 바닥을 식히는 소방대원들이 있다. 그야말로 생명을 위한 사투다.

“노숙인들이 알아서 잘 하면 되지 않느냐” 또는 “왜 피 같은 세금을 그런 데 쓰느냐”고 야단 칠 수 있다. 하지만 노숙현상을 해결하는 일은 겉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 ‘노숙 지키미’ 경찰관과 ‘폭염 식히는’ 소방교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잖습니까.”

폭염 현장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중구청과 중부소방서의 살수작업 덕에 시원해진 서울역 광장 ⓒ스트레이트뉴스
중구청과 중부소방서의 살수작업 덕에 시원해진 서울역 광장 ⓒ스트레이트뉴스

한결 시원해진 서울역 광장,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뜨거워지겠지만,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이라며 달려오는 이들이 있기에, 노숙현상을 사회문제로 보려는 학생들이 있기에, 광장 노숙인들과 실랑이까지 벌여가면서 그들을 돌보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그나마 덜 메마른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문제는 정치권이 오랫동안 싸워온 주제다. 그 외에도 복지 관련 다양한 현안들이 정치라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그러나 그 테이블 어디에도 노숙현상이라는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노숙현상을 사회문제로 보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노숙현상은 ‘사회의 온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체크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제는 ‘나 사는 것도 벅차다’는 시각에서 ‘죽어가는 생명이 있다’는 시각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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