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66〉외부효과는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66〉외부효과는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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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외부효과는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경제학에 ‘외부효과externality’라는 개념이 있다. 한 사람의 행위가 그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팔아서 매년 막대한 이익을 거두지만 많은 사람이 자동차가 내뿜는 오염물질 때문에 피해를 본다.

‘공해公害’라는 이름 때문에 마치 모두가 나누어 져야 할 부담처럼 들리지만,이 같은 피해에는 엄연히 원인 제공자가 존재한다. 세상에 ‘공적인 해로움’이 어디 있는가? 가해와 피해가 있을 뿐이다.

자동차 가격에는 대기오염이라는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어떤 자동차회사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노약자의 기관지 손상에 대해 사과하거나 배상하지 않는다. 시장에는 공급자와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인간계 그 자체다.

자동차 판매자의 이기심과 구입자의 이기심이 상호작용하여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것을 시장이 빚어낸 균형가격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불이익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자율에 맡기면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이롭다’는 주류 경제학의 논리는 여기서 허점을 드러낸다.

모든 외부효과가 시장가격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를 배출할 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낸다. 그 비용은 청소부의 임금이라든지 용역회사의 수입이라는 형태로 GDP(국내총생산)에 포함된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농부가 농약을 치지 않고 유채를 재배한다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양봉업자가 이익을 본다. 노란 유채꽃 물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공공재와 외부효과가 시장의 효율을 저하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동의한다. 그러나 불완전경쟁이 야기하는 시장실패에는 논란이 분분하다. 독점을 인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록스, 노키아, 코닥처럼 한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들의 사례를 근거로 든다.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거나 시장지배력이 가격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한다. 반면에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시장에 악영향을 끼쳐서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한다.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과 구소련의 붕괴는 정부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공황과 금융위기는 시장제도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결과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에시장자유주의자들도 시장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계에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시장 개입이 나쁜 결과만 초래한다고 주장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시장주의자도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정부실패는 대체로 과장된 경우가 많다. 경제의 탈정치화, 즉 시장에서 정치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정치에는 ‘1인 1표’의 원리가 적용되지만 시장은 ‘1원 1표’의 원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시장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면 돈을 많이 가진 자들의 주장이 사회를 움직이게 되고, 결국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게 된다.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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