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남양연구소서 2차 배터리회동 예정
배터리·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협력방안 논의할 듯
현대-완성차, 삼성-배터리 합작사 추진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삼성과 현대차가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1일 경기 화성 남양읍에 위치한 현대·기아차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아직 회동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두 총수의 회동이 확정되면, 이는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방문한 것에 답방 성격을 띌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남양연구소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비전과 차세대 배터리 공급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신차 개발을 비롯해 미래차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장소다.

두 인물의 공식 회동은 2개월여 만이다. 당시 이들은 삼성SDI 공장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 현황을 살펴봤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전고체 전지(All-Solid-State Battery)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전기차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중점사업인 '한국판 뉴딜'의 세축 중 하나인 ‘그린뉴딜’의 핵심 과제다. 현대차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삼성·현대차 두 그룹의 상호 관심사가 겹친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맞춰 공격적으로 전기차·수소차 사업 전략을 펼쳐 5년 내에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개최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사로 나서 “그린 뉴딜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차그룹은 저탄소, 나아가 제로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 그리고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며 정부의 ‘그린 뉴딜’ 사업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기·수소차 활성화를 위해 국내 배터리업체 3사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에서 전기차 등 배터리를 생산 중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오너들과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는 차세대 배터리 확보 경쟁에 앞서기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두 총수가 잇따라 회동하면서 양사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에 삼성이 배터리를 공급한 적은 없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부터 양산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이 수주했고, 2차 공급사는 LG화학으로 결정됐다. 아직까지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의 직접적인 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두 번째 만남을 계기로 현대차그룹과 삼성SDI의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현대차와 삼성SDI가 합작을 논의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예상 시점이 1~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에게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필요한 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제조 생산라인 자체가 멈춰 설 수 있다. 이에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따라 현대차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3사 중 합작법인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차와 LG화학 간 합작법인 설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만 두 회사는 이번 만남의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당장 업체 간 어떠한 협약이나 파트너십 체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두 총수의 공식적인 두번째 회동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키우면서 삼성SDI를 유력한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에 합작사 설립 등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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