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美·中 관세전쟁 점화]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면서, 중국 역시 미국산 돈육·철강 등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이번 대중 관세폭탄은 1974년 제정된 미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미 무역법 301조는 외국이 미국을 차별하거나 비합리적인 관행을 갖는 경우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술을 취득하기 위해 협박과 속임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 기업들이 특허 취득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마찰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개선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강도 높은 보복에 나섬에 따라 전면적인 세계 무역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15일간 자국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새로운 관세 심사 대상으로 1300개 카테고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 역시 중국 자본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계획을 60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국도 이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는 30억 달러(3조24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의 관세를,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무역 전쟁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간 3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 적자를 1000억 달러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한 만큼 미중이 전면전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이날 보복 관세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대응에 한정됐다. 이는 앞으로 미국의 행보에 따라 추가 조치가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연간 대중 수출은 1400억 달러 수준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전면전에 나설 경우 광범위한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단순한 관세 보복에 그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이번 무역 전쟁이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지난 1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700억 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중국은 미국과 외교·통상 마찰이 있을 때마다 미 채권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왔던 게 사실이다.

시장에서 대규모 매물이 나올 경우 금리가 급등하고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의 신뢰도가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미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 경제주간지 포춘에 따르면 올해 말 미국의 재정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서고 현재의 조세 정책이 유지된다면 오는 2027년까지 2조4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신규 구매를 줄일 경우에는 시장에서 채권 공급이 폭발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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