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 칼럼] '금수저 대물림' 상속세 완화 "온당치 않다"
[이호연 칼럼] '금수저 대물림' 상속세 완화 "온당치 않다"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0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상속공제제도 완화 "순기능보다 역기능 많다"
이호연 선임기자
이호연 선임기자

최근 인터넷상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와 이재웅 쏘카 대표간의 한바탕 설전이 있었다.

지난 1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이에 대해 벤처 성공신화의 대표격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금 기득권을 강화하는 가업상속공제를 용이하게 해줄 때가 아니라 혁신성장에 올인해도 될까 말까 할 때이다”라고 비판을 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상속세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상속세제 폐지 주장 타당한가?

상속세는 사망으로 인해 재산이 가족이나 친지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 상속재산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상속세 폐지론자들은, 상속재산은 사망한 사람이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축적된 재산이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상속을 받는 사람과 소득세를 납부한 사람은 동일한 경제주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납세의무는 모든 국민에게 부과된 의무로서, 소득세를 납부한 주체와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주체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허술한 세법, 미비한 과세 인프라 또는 징세 행정력 부족 등으로 적절하게 과세하지 못한 재산에 대해 사후적으로 상속세를 통해 과세하는 것은 조세정의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상속세와 증여세 관련 법규는 좀 더 촘촘하게 보완돼야 할 것이고, 허술한 과세인프라와 징세행정력도 한층 강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상속세가 차지하는 세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상속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상속세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재정수요충당을 위해 다른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해야 되기 때문에 조세부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미국을 보자.  미국의 대표적인 갑부들의 모임인 RW(Responsible Wealth)는 현재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RW는 공정사회 구현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단체 소속 대표적인 인물은 세계 최고 부자인 빌게이츠, 미국 2위 부자인 워런 버핏, 헤지펀드의 대부격인 조지 소로스,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등이다. 이들은 얼마 전 뉴욕타임지에 상속세 폐지 반대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빌게이츠의 아버지인 빌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는 세상에서 고안된 가장 훌륭한 세제’라는 주장을 했다. 그는 “미국의 빈부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데, 부자들이 계속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상속세 폐지론자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 정책이 타당한가?

가업상속공제제도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최대 5백억 원까지의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징수하지 않는 제도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1997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 공제한도금액은 1억 원이었으나, 중소·중견기업들의 끈질긴 로비로 한도는 500억 원까지 늘어났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라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상속개시 당시 기업의 매출액은 3000억 원 미만이어야 한다. 피상속인은 10년 이상 경영에 참여해야하고, 상속인은 상속 개시 전 2년 이상 가업 종사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후적으로 상속인 1인이 가업을 단독 승계해야 하고,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상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 가업용 자산은 10년 내 20% 이상, 5년 내 10% 이상 처분하지 못함은 물론, 상속개시 당시의 고용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해당 기간 동안 업종 변경도 제한된다.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속세를 추징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10년 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도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독일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됐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해당 제도에 대한 위헌 판결로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한층 엄격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시종일관 제도가 확대 적용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경돼 왔다.

일각에서는 가혹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가업 상속보다는 기업을 팔아 현금으로 상속하려는 추세가 강해 M&A 시장에 기업매물이 넘쳐나고 있어 문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M&A 시장의 활성화는 창업주에게는 현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해 주고, 시장경제체제를 한층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강점도 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게 될 경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매출액이 3천억 원 수준이라면 이미 성숙한 기업이다. 창업주의 자식은 남보다는 기업에 대한 애착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애착과 경영능력은 별개이다. 꼭 창업주의 자식이어야만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의 대물림 또는 금수저와 흙수저 현상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격차 해소 또는 양극화 현상 축소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아니던가?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의 이번 발언에 대한  재고(再考)와 현 정부의 올바른 정책방향을 기대해본다.


주목도가 높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