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식구 ‘현대차그룹’서 정반대 노조활동
현대차 노조 "시대에 맞춰 회사와 공동성장"
기아차 노조 "쟁의위 투표서 압도적 찬성표"

'한집 식구'인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서로 다른 노사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연합뉴스
'한집 식구'인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서로 다른 노사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한집 식구'인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서로 다른 노사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투쟁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회사 성장 및 협력사와 동반 생존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파업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4일 소식지를 통해 2020년 임금 단체협상과 관련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3.3%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 대상은 소하·화성·광주·판매·정비 등 각 부분 전체 조합원 2만9261명으로, 이중 지난 3일부터 진행된 투표에 2만1457명이 참석해 89.61%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와 비교해 찬성률은 화성 사업장이 86.2%로 가장 높았고 광주가 83.27%, 소하가 78.99%로 뒤를 이었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결과는 이날 중 나올 예정이며,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기아차 노조는 합법적 파업 쟁의권을 얻는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8월 27일 올해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를 갖고 약 2개월간 9차례에 걸쳐 교섭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81%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투표가 가결된 것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와 무책임한 경영에 노조원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라며 "사측은 조합원의 뜻에 따라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성과에 납득할 수 있는 안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과 9차례의 임단협 본교섭을 거치며 ▲기본급 12만 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에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으로 파업 수순을 밟게 됐지만 최근 현대차가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무분규 합의를 이뤄낸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쟁의행위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기아차는 지난 2월부터 1차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차질과 근로자의 확진 등으로 인해 수개월간 생산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 9월에는 소하리공장 근로자의 확진으로 6일간 공장이 멈추기도 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여러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투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현대차 제공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현대차 제공

기아차와는 달리 현대차 노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노조집행부를 만나는 등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17일 만인 지난달 30일, 노조 집행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노조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 노조의 긍정적인 '변화 바람'에 회사 측도 반응해 자동차 산업 격변기를 맞아 노사가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경영진과 노조 지부장간 면담은 회사의 미래발전을 위해 노사가 적극 소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협상 타결과 함께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 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 선언을 통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달라진 현대차 노사 관계에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를 찾아 "현대차 울산공장은 노사 협력과 미래 비전에서도 1등기업"이라며 "지난 9월에는 노사가 함께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안정과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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