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부재 장기화…주주 소송 등 리더십 신뢰도 하락
타이어 호조·한온시스템 안정화 등 회복세지만 불안감 여전  

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 사옥. 한국앤컴퍼니 제공
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 사옥. 한국앤컴퍼니 제공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타이어 판매 호조와 한온시스템 안정화 등을 통해 하반기 들어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현범 회장과 관련해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 회장을 상대로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총수에 대한 신뢰도도 더욱 하락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영 공백 위기를 딛고 실적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3분기 매출 3847억원, 영업이익 137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9%, 85.6% 성장했다.

한국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의 원가 개선과 운영 효율화 노력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재무 부담이 줄었다"며 "글로벌 타이어 판매 증가 등으로 인한 경영 실적 개선을 통해 지분법 손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핵심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용 프리미엄 타이어 판매가 증가하며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이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127억원, 영업이익 58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24.6% 증가한 규모다.  특히 타이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2조7070억원, 영업이익은 10.4% 증가한 519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아픈손가락'이었던 한온시스템 역시 올해 들어 원가 개선과 효율화가 본격화되며 수익성이 안정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 부담 증가와 급감한 실적 등으로 우려가 높아지기도 했으나 올해 내부 개선 작업이 진행되면서 하반기에는 개선된 지표가 실적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매출은 2조7057억원, 영업이익은 9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1.7% 증가한 규모로, 순이익 역시 55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리더십 부재 상황 속에서도 한온시스템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사업운영 효율화를 위해 지난달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운영자금, 시설 유지보수,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 주요 영역에 투입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며 연간 5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며 "비용 효율화를 지속하면서 내년에는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한국앤컴퍼니그룹을 둘러싼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실적은 회복되고 있는 반면 사법 리스크는 심화되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앤컴퍼니 소액주주 9명은 조 회장을 상대로 부당이득 50억3647만원을 지급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주주들은 조 회장이 거액의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구속돼 경영대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한국앤컴퍼니로부터 급여는 물론 상여금까지 지급받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11월 26일부터 현재까지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나 지난 2023년부터 경영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2023년 3월 자회사 한국타이어에 대한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약 8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보석허가를 받고 재판 중 석방됐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현재 6개월째 구속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주주들은 조 회장이 회사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고도 '경영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주주들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23년에 급여 16억3800만원과 상여금 30억6900만원 등 총 47억700만원을 수령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급여 명목으로 8억1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조 회장이 회사에 피해를 입힌 형사범죄로 구속되는 바람에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배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구속기간 동안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무 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로서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가 없다"며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에게 구속기간 동안 수령한 보수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리스크로 경영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조 회장에 대한 신뢰도도 점차 하락하며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 리더십을 둘러싼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최근 재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앞으로는 신중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겠다.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다할 기회를 달라"고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쳤지만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측은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계열사 구조조정 같은 전략적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 변호인단은 조 회장이 상당 기간 구금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총수가 장기 수감될 경우 5만여 임직원과 협력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비상 상황에서도 한온시스템 안정화 등을 이룬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총수 부재 속에서도 성장 모멘텀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