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탈중국' 가속화…관세·패권경쟁 심화 때문
삼성·LG, 전장·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수혜 기대감↑
미국 기업들의 중국산 배제 움직임이 올해 하반기 들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애플 등 미국의 대표 제조 대기업들이 공급망을 전면 재정비하며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가 대체 공급처 후보로 부각되면서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 전반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배제하라는 지침을 주요 협력사들에게 전달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생산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상위 협력사들에 "중국산 부품을 즉시 대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현재 테슬라와 협력사들은 주요 부품 일부를 유럽·북미·아시아 등 제3국 생산품으로 교체한 상태로, WSJ는 테슬라가 "향후 1~2년 안에 모든 중국산 부품을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강화 기조와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재편이 뚜렷하다. 그동안 중국 CATL의 LFP(리튬철인산) 배터리에 의존적이었던 테슬라는 최근 미국 네바다주에서 LFP 기반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는 계획을 가동하며 중국산 대체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산 LFP를 사용하면서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데 따라 비용 부담이 커졌는데,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까지 부과되자 중국산 LFP 배터리 사용 전면 중단에 나선 것이다.
테슬라 뿐 아니라 미국 GM의 변화도 주목된다. GM 역시 최근 협력사들에게 "중국산 부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특히 일부 업체에게는 2027년까지 중국 부품 공급망을 완전히 철수할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GM은 "공급망 회복력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핵심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GM은 배터리·카메라·반도체 등 차량 전자부품군을 미국 또는 우방국 기반 공급망으로 전환하는 내부 검토를 지속해왔다.
이처럼 GM에 이어 테슬라까지 중국산 배제 움직임을 확대하면서 향후 미국 전기차 업계 전반에서 중국산 탈피 흐름이 더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현지 및 인근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전기차용 고품질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과 LG에 잠재적인 공급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의 경우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긴 하나 설비 구축과 기술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중국산 대체재 당장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를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테슬라에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삼성SDI의 경우 GM과 미국 현지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기기 업체 애플도 공급망 전략 전환을 가속 중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미국 희토류 기업 MP 매트리얼스와 5억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아이폰·맥북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을 텍사스 포트워스 시설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공급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는 100% 재활용 희토류 소재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자석으로,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망 내재화 정책과 부합한다.
애플과 MP 매트리얼스는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에 희토류 재활용 전용 라인까지 구축할 예정이며 폐전자제품에서 회수한 희토류를 산업용 자석으로 재가공하는 기술 상용화까지 포함한다.
현재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공급망 불안감이 커지는 탓에 애플 역시 미국 내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종국에는 중국 생산량 줄이기에 이어 중국산 부품 비중 줄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중국 BOE가 삼성전자의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데 따라 스마트폰·웨어러블 디스플레이 공급망에서 삼성·LG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제재 확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격 교섭력 향상이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북미 고객사의 OLED 전환과 스마트폰의 패널 디자인 변경에 따른 수혜도 예정돼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의 OLED 패널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64.5%, LG디스플레이가 34.1%를 차지하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 BOE는 1.4% 수준이었다.
삼성과 LG에게 이 같은 미국 기업의 공급망 변화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얼마나 빨리 낼 수 있는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차량용 반도체·카메라 모듈·OLED·배터리 등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은 중국 대체 공급망을 찾는 미국 기업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신뢰도 높은 옵션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