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체 AI칩 성능 입증…메타 사용 검토
HBM, GPU와 ASIC 칩 양쪽 성장 기대
ASIC 칩 수요 일부는 인텔에 이전 움직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조건부 수혜
AI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특수용도칩) 파이가 커지며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구글 TPU(Tensor Processing Unit, 행렬연산칩)를 메타가 사용 검토한다는 소식이 결정타가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로서는 AI 인프라 시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제미나이3(Gemini 3)를 개발 성공해 TPU 성능과 효율을 입증했다. 엔비디아 독점의 대안 찾기에 나섰던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독점 지위를 위협받은 엔비디아는 “자사 칩 기술이 구글보다 앞서 있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구글 TPU처럼 ASIC 칩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CSP들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 GPU(병렬연산칩)의 초고가에 반발,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특수 목적에 집중한 칩으로 저전력과 성능 효율을 높이는 목적이다.
CSP들의 ASIC 칩 사용량이 커지면 자연히 GPU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 AMD 등 GPU 제조사 간 가격경쟁이 유발될 요인이다. 다만, GPU는 AI 범용이고, ASIC는 특화된 서비스 모델을 지원해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GPU, ASIC 모두 HBM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AI 서버 시장의 확대를 누릴 수 있다. TPU 5세대 칩은 95GB HBM을 사용해 32GB를 쓴 4세대보다 용량이 3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TPU가 GPU보다 칩당 더 많은 HBM 용량을 탑재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ASIC 칩의 설계 목적에 따라 HBM 수요가 대폭 커질 수 있다. GPU만 커지는 시장보다 ASIC와 동시에 성장하는 시장이 훨씬 큰 파이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시장 점유율이 앞서는 SK하이닉스에 최대 수혜가 점쳐진다.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로 애먹은 바 있는 삼성전자도 다양한 수요처가 생긴다. TPU를 설계한 브로드컴은 SK하이닉스에 HBM을 대량 발주한 바 있고, 삼성전자 HBM3E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조건부 수혜가 예상된다. TSMC 파운드리의 병목 현상과 미국 현지화 요구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우선은 인텔 파운드리가 부활하는 양상이다. ASIC 칩은 대형 패키징을 요구하는데, TSMC 패키징의 심각한 병목이 부각된다. 또 미국 정부는 AI 핵심 칩의 미국 내 제조·패키징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TSMC에서 소화되지 못한 CSP ASIC 칩 수요 중 일부는 인텔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플래그십 CSP AI ASIC 칩을 생산한 경험이 부족하다. 내년이나 내후년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팹 가동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 성장 자체는 삼성 파운드리에 기회지만, 즉각적인 점유율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TSMC 병목·미국 팹 가동이 변곡점”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