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연비 개선에 소형차 경쟁력 악화

미국의 3대 완성차 업체가 연이어 소형차 단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은 최근 소형차와 준중형 세단의 단종, 감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 GM의 소형차·경차 생산기지인 한국지엠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미시간 주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의 오리온 타운십(Orion Township) 공장 / 뉴시스
미국 미시간 주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의 오리온 타운십(Orion Township) 공장 / 뉴시스

GM은 준중형차 크루즈를 생산하던 한국 군산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미국 로즈타운 공장 생산 인력 1500명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은 군산공장과 마찬가지로 크루즈를 생산하던 곳이다. GM은 작년 로즈타운 공장을 3교대에서 2교대로 조정하며 한 차례 인력감축을 한 데 이어 다시 추가감축을 진행하는 것이다. 

GM은 이르면 올해 안에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만들던 쉐보레 소닉(한국명 아베오)을 생산 중단하고, 올해 중 볼트 전기차와 크루즈 자율주행차 생산 공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스파크 역시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포드도 내년 중 소형 세단 '피에스타'를 단종할 방침인데,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의 대항마로 불리던 '퓨전'의 생산 지속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역시 앞서 200세단과 소형차 다트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들 완성차 업체가 소형차 단종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미국 기업평균연비규제(CAFE)의 변화를 꼽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2012년 기후변화 대응책을 위해 평균 1갤런당 36마일(약 15㎞/L) 수준인 연비 기준을 2025년 1갤런당 54.5마일(약 23㎞/L)까지 끌어올리는 기업평균 연비규제(CAFE)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수익이 좋은 중대형 SUV를 팔기 위해 수익성이 낮고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수십만대씩 만들어야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기업평균연비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3대 완성차 업체로서는 더 이상 소형차를 만들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고 SUV 연비가 개선되며 소형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단종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올 들어 미국시장 소형차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13.2% 줄어든 반면 중형급 이상 판매는 7%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SUV, 픽업트럭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업체들이 연비규제 완화와 소비자 니즈 변화로 소형차종과 준중형 세단의 단종, 감산을 선택하는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보편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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