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인’했던 스웨덴전 패배로 전패 우려 높아
| 준비 안 된 스쿼드, 기준 없는 포메이션, 부메랑 된 ‘트릭’
| 패전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려선 안 돼
| 무용지물 된 申의 입, 기댈 곳은 선수 개개인의 정신력뿐


“멕시코가 분위기가 좋아서 버거운 상대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멕시코전, 독일전을 잘 치러 좋은 성과 거두겠다.”

지난 18일 치러진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 스웨덴전에 0-1로 패한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이 경기 직후에 한 발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4개국(자료:FIF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4개국(자료:FIF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멕시코와는 24일 자정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격돌한다. 딱 하루 남았다. 스웨덴전 패배 직후부터 계산해도 5일 남짓이다. 이 짧은 시간에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한단 말일까? 그리고 ‘좋은 성과’란 무엇을 의미할까? 신 감독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스웨덴전은 월드컵 경기임에도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을 만큼 엉망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되지 않은 대표팀은 처음이다.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겠다?

그보다 앞선 지난 12일, 신 감독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FIFA(국제축구연맹) TV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장담했다.

“오직 스웨덴과 첫 경기를 멋있는 승리로 장식하는 것만 생각하며 준비 중이다. 충분히 훈련하고 다져서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겠다.”

결과는 참패였다. 스코어 상으로는 한 골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① 준비 안 된 스쿼드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스쿼드(squad)의 구성, 즉 선발 라인업이다. 스웨덴전을 한 시간 앞둔 8시, 신 감독은 그동안 ‘트릭’이라며 꼭꼭 감춰뒀던 선발 라인업을 마침내 공개했다. 미드필더진과 수비도 중요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기에, 세간의 관심은 공격진 구성에 쏠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던 김신욱(전북)-손흥민(토트넘)-황희찬(잘츠부르크) 조합이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기성용(스완지시티)-이재성(전북)으로 짜인 역삼각형 미드필더진과 박주호(울산)-김영권(광저우)-장현수(FC도쿄)-이용(전북)으로 짜인 포백라인도 평가전 등 담금질 과정에 잠깐씩 선보였던 진용일 뿐이었다.

단체 경기가 다 그렇듯, 축구 역시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 상호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종목이다. 그만큼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고 서로의 의중이나 위치 파악에 세밀해야 한다. 황희찬은 곁눈질 한번만으로도 손흥민이 어디로 내달릴지 알아야 하고, 손흥민과 김신욱은 공중볼 경합에 가장 적합한 장소에 대한 공감을 드리블 도중 나눠야 한다. 그래야만 ‘팀웍’ 혹은 ‘한솥밥’이라 부를 수 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모의고사는 그때까지 쌓아올린 자신의 수학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대표팀에게 평가전은 수험생의 모의고사와 같다. 그런데 모의고사를 치르는 신 감독은 어땠던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자료:FIFA)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자료:FIFA)

지난 11일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0-2로 패한 후 “유난히 준비 과정이 길었다. 정보전을 너무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 이 선수가 몇 분을 뛰고 어떤 상황에서 어려워하는지 내 머리에 들어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

그때까지도 선수들의 특성이 신 감독의 머리에 들어 있지 않았다는 소리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왔기에, 각 선수들의 특성을 모의고사에서 체크한단 말인가?

비공개로 열린 마지막 모의고사 세네갈전에서조차 신 감독은 최선의 전력을 쏟아 붓지 않았다. 최선의 스쿼드로 담금질에 나선다 해도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판에, 황희찬, 박주호, 문선민은 부상을 방지한다며 출전시키지 않았고, 세트피스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실전에서 한 번도 담금질하지 않은 전술, 그 전술이 노출될까 우려해서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세네갈전에 앞서 지난 1일 국내에서 가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역시 “모든 선수를 테스트한다”는 명분으로 수비수 교체에 열심이었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중원 사령관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변형 스리백’이라는 초강수 무리수까지 둔 끝에 1-3으로 패배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이 볼을 받기 위해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는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공격수 실종 문제는 스웨덴전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역습 상황에 손흥민은 치고 달렸지만 수비하느라 지친 황희찬과 김신욱이 쫓아오지도 못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연 이 팀이 대표팀인가” 싶을 정도로 한심한 장면들도 많았다. 스웨덴의 높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세운 김신욱 카드는 부정확한 전진 패스 및 골대 근처도 못 가는 이용, 이재성의 크로스(센터링)에 무용지물이 됐다. 그는 상대 수비수를 달고 뛰면서 손흥민과 황희찬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임무를 맡았지만, TV 화면에서 사라지기 일쑤였다.

6월 1일 전주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하는 시미롯(Gojko Cimirot)(자료:ZIMBIO)
6월 1일 전주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하는 시미롯(Gojko Cimirot)(자료:ZIMBIO)

그런 탓에 팬들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역습 상황에 공격을 위해 달려가느라 허우적대는 센터포워드를 보며 분통을 삼켜야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웨덴은 속도가 빠르지 않은 팀이라서 역습을 진행할 생각이었다면 발 빠른 이승우나 문선민 카드를 고려했어야 했다. 높이에 대한 불안이 우리 축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김신욱의 활용 방안과 관련, 단 한 가지 좋은 평가는 세트피스 수비에서 도움이 됐다는 것뿐이다. 빠른 역습과 침투 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에, 장신 공격수가 수비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니, 전술에 대한 언급은 더 할 필요가 없다.

참패도 그런 참패가 없다. 점유율은 한국 48%, 스웨덴 52%로 비슷했지만, 빌드업이 되지 않은 한국은 주로 우리 진영에서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았다. 그런 패스조차 성공률이 78%로 스웨덴의 패스 성공률 83%에 뒤졌다.

기술이 안 되면 열심히 뛰기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달린 거리는 103km로 스웨덴의 102km와 비슷했고, 그마저도 막판에는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개최국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뛴 118km, 이집트전에서 뛴 115km, 우루과이의 111km, 독일의 110km에 비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자료:FIFA)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자료:FIFA)

손흥민이라는 훌륭한 공격자원을 두고도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한 졸전이 끝난 다음, 신 감독이 한 말은 “주어진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멕시코전, 독일전을 잘 치러 좋은 성과 거두겠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서 어떤 성과를 거두겠다는 말인가?

② 기준 없는 포메이션, 부메랑 된 ‘트릭’

두 번째로 거론된 문제는 포메이션이다. 신태용 감독은 평가전 내내 4-4-2, 3-4-1-2, 3-4-3,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월드컵에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할 것임을 틈틈이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스웨덴전에는 신 감독이 감독 초기에 주로 썼던 4-3-3 포메이션이 가동됐다. 확실한 트릭이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세네갈전을 빼고는 국가대표 감독에 취임한 이후 가진 17경기 동안 4-3-3 포메이션을 써본 적조차 없다. 온갖 포메이션을 월드컵 직전까지 실험하고도 자신이 애용하는 포메이션으로 돌아가 버린 모양새다.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포메이션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이는 스웨덴을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포메이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참패의 주요 빌미가 됐다.

다비드 루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 마르코스 알론소, 로랑 코시엘니, 나초 몬레알, 에쉴리 윌리엄스 등 이름만 들어도 탐나는 세계 각 리그의 수비수들도 포메이션이 바뀔 때마다 다른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포메이션 변화에 매우 신중하다. 수비 불안은 우리 대표팀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신 감독은 우리 수비수들을 세계적이라고 봤던가?

완성된 스쿼드로 평가전에 나서서 담금질을 해도 신통찮을 판에, ‘트릭’이라며 숨기느라 본 게임에서야 완성된, 아니 ‘저절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스쿼드를 선보였으니, 참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후반 19분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한 이후에야 정우영, 문선민, 이승우를 연이어 투입하며 4-4-2 포메이션으로 공세를 퍼부었지만, 손흥민과 황희찬의 체력이 상당 부분 빠진 후라서 패배를 돌이키지는 못했고, 팬들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인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더라”며 평가전에 나서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꾼 이른바 ‘등번호 트릭’도 쓸모가 없었다. 경기 후 스웨덴의 안데르손 감독은 “(자신의) 분석관이 1,300개의 비디오 클립을 분석해 20분 분량으로 만들어서 우리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이 누가 누군지 모두 알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Fox Sports)의 패널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 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자료:foxsports)
미국 폭스 스포츠(Fox Sports)의 패널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 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자료:foxsports)

경기 결과를 두고,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인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다음과 같이 혹평을 쏟아냈다.

“손흥민이 보이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톱클래스 공격수를 윙백으로 활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이다.” 손흥민이 수비에 깊숙이 가담하느라 스웨덴 진영을 흔들 수 없었다는 의미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대표팀 감독 역시 “한국은 스스로 손흥민이라는 공격수의 존재감을 지워버렸다”며 한국의 3전 전패를 예상했다. 두 사람 다 전술적인 실패를 언급한 것이다.

손흥민을 활용할 수 없었던 이유로 ‘수비 불안’을 핑계 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핑계는 우리 수비가 4-3-3 포메이션에 익숙해졌을 때나 성립되는 얘기다. 스웨덴전은 준비되지 않은 스쿼드에 기준 없는 포메이션, 거기에 쓸데없는 ‘트릭’과 스웨덴의 높이를 과도하게 경계한 전술적 실패가 어우러진 참패 비빔밥이었다.

패배의 원인, 선수들에게 돌리면 안 돼

스웨덴전이 끝난 직후, 공격수 김신욱과 수비수 장현수, 페널티킥을 허용한 김민우 선수에 대한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신욱은 어슬렁거리며 활약이 없었다는 질타를, 장현수는 무성의한 패스로 박주호에게 부상을 입히고 패널티킥의 빌미까지 제공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 5월 21일 국가대표 소집 후부터 전력을 최대한 숨겨가며 평가전 내내 ‘트릭’을 강조했던 신태용 감독이다. 쓸데없는 등번호 트릭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스웨덴전을 하루 앞둔 17일, 신 감독은 갑자기 그동안 했던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어버렸다.

“최대한 가져갈 것을 가져가려고 (감추고) 준비한 것이지 깜짝 놀랄 만한 전술은 없다고 보면 된다.”

언제는 본선에서 통하지도 않을 ‘트릭’을 구사한답시고 스쿼드도 결정하지 않은 채 부지런을 떨더니, 막상 본선 직전에 가서야 깜짝 놀랄 만한 전술은 없다니, 이 무슨 해괴한 말 뒤집기란 말인가.

한 게임도 담금질을 해 보지 않았던 11명의 스쿼드를 본 게임에 내보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17차례나 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가동해보지 않았던 4-3-3 포메이션을 느닷없이 들고 나온 책임은? 스웨덴의 높이만 고려하고 늦은 발은 고려하지 않았던 책임은? 모두 감독에게 있다. 심지어 박주호 선수의 햄스트링 부상마저 감독의 책임이다. 그런 것이 감독이라는 자리다.

장현수의 패스를 받으려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박주호(자료:news.mt)
장현수의 패스를 받으려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월드컵 아웃된 박주호(자료:news.mt)

김신욱과 장현수 선수의 잘못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불협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의 책임이 지휘자에게 있는 것처럼, 선수의 잘못 또한 감독이 책임질 일이다. 선수 선발 권한이 감독에게 있고, 신 감독은 오랫동안 국내외 다른 선수들을 점검하며 준비한 결과 그들을 선발하고 지도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 두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감독을 믿으며 ‘나름대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을 뿐이다. 예선전 당시부터 신 감독을 향한 책임론, 사퇴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물론, 축협 지도부나 프런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과론적으로 대표팀 측면 지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협과 신 감독의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따라서 팬으로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선수들에 대한 질타가 아니라, 격려다. 남은 멕시코전과 독일전에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일 말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 대표팀 선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은 우리 국민일 수 있기에 그렇다.

전패 위기에 몰린 대표팀, 믿을 것은 정신력뿐

“잘하는 경기를 하겠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겠다.”, “트릭으로 보면 된다.”, “좋은 성과 거두겠다.”

모두 신태용 감독이 틈틈이(또는 패배할 때마다) 우리 국민에게 한 ‘희망고문’ 성격의 발언들이다. 결과는 그렇게 말처럼 희망적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팬심이 신태용 감독을 ‘입태용’이라는 별명으로 부를까.

이미 ‘스웨덴전 올인(all in, 전력투구)’을 몇 차례나 밝혔지만 실패한 신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른바 ‘축구 좀 안다’는 팬들로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멕시코전, 독일전을 잘 치러 좋은 성과 거두겠다”는 신 감독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양치기 소년’이 된 꼴이다.

24일 0시에 열리는 멕시코전에는 반드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수비 지향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다가 비기거나 진다면 조기 탈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독일전을 앞두고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맥 빠진 소리나 하지 않으려면, 역습을 막고 역습에 나서는 맞불작전, 공격 축구뿐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전술에 대한 우려부터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한국도 빠른 공격수가 많다.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이 스피드를 살려야 한다”며 빠른 공격을 주문했다. 김신욱을 센터포워드로 내세우기보다는 이승우를 투입해 기동력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전주대에서 축구학과 분석팀을 이끄는 박경훈 교수는 “스웨덴의 센터백들은 190cm가 넘지만 발이 느리다. 김신욱 대신 손흥민, 황희찬을 센터포워드로 배치해 최전방에서 압박했다면 역습 위협 때문에 상대 수비진이 전진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우리 수비진은 부담과 체력 소모를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웨덴전 전략이 오히려 멕시코전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동력이 강한 멕시코에 기동력으로 대응하기보다 김신욱을 내세워 수비진을 최대한 묶어둬야 한다는 진단이다.

지난 스웨덴전을 통해 우리팀의 준비가 소홀했음이 드러났다. 거스 히딩크, 울리 슈틸리케, 두 명장의 지적대로, 전술적인 실패는 특히나 뼈아프다. 스웨덴전에 올인했다가 참패한 마당이니, 신태용 감독의 “잘 준비하겠다”는 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신력뿐이다. 정신력의 다른 말은 '투지'다.

“경기는 남았고, 공은 둥글다”는 신 감독의 하나마나 한 이야기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트릭이나 새로운 시도, 수비 불안감 따위는 모두 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 각자가 죽기 살기로 뛰려는 정신력, 기댈 곳은 바로 그것뿐이다. 감독을 배제하고 선수들에게 희망을 거는 월드컵, 홍명보호 이후 벌써 두 번째다.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면, 5천만 우리 국민은 모두 ‘오지랖’ 감독이 된다. 그만큼 한국축구에 애정이 많다. 스웨덴전에서 보인 경기력이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도 재연된다면, 가뜩이나 파리만 날리는 국내 프로 그라운드는 ‘희망고문 입태용’ 탓을 하며 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

남은 두 경기는 상대의 전술을 압도하는 정신력과 그 정신력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투지로 임해야 한다. 죽을힘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설령 패한다 해도 국민감독들을 이해시킬 수 있으며, '집나간' 국민감독들을 다시 국내 그라운드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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