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5〉경제의 자기장
[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5〉경제의 자기장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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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경제의 자기장

경제학經濟學, economics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학學’이란 글자가 붙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머리 좋은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느낀다. 먹고사는 문제, 다시 말해 내 삶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텔레비전에서 한국 경제니 세계 경제니 하면서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들이대면 머리가 아파서 채널을 돌려 버린다.

“경제란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로스앤젤레스의 경제나 미국의 경제를 생각하든 아니면 전 세계의 경제를 생각하든, 경제는 살아가면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의 말이다. 그 말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곧 내 문제이고, 세계 경제 또한 큰 틀에서 내 삶의 조건들을 결정한다. 100퍼센트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 혹은 세계 경제의자기장磁氣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 ①~⑨ 중 나의 경제생활과 관계없는 사건은 무엇인가?

① 버스 요금이 100원 올랐다.

②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③ 달러 환율이 1,050원에서 1,100원으로 올랐다.
④ 단골로 이용하던 가까운 카센터가 문을 닫았다. 
⑤ 담배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⑥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⑦ 태국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⑧ 미국 재무부 증권 10년물의 시장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⑨ 북극의 이상기온으로 제트기류가 남하했다.

이 가운데 내 인생과 무관한 사건은 하나도 없다. 예시한 9개 항목 전부가 나의 가처분소득을 깎아먹는 사건이다.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란, 내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세금을 비롯한 각종 공과금, 건강보험료, 대출금 이자, 월세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뒷걱정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어서 ‘실소득’이라고도 한다. 앞의 사건들이 어떻게 나의 가처분소득을 잠식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① 버스 요금이 100원 올랐다.
버스비 인상은 각종 공공요금 인상의 신호탄이다. 시내버스 요금이 오르면 지하철 요금도 오르고 광역급행버스 기본요금도 오른다. 택시비까지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의 압
력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뜻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랑비에 옷 젖듯, 가처분소득이 야금야금 줄어들 수밖에 없다.

②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모든 채무자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한 사람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가계부채 1,400조 원 시대, 대한민국에 빚 없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다면 길거리에 나앉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③ 달러 환율이 1,050원에서 1,100원으로 올랐다.
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말은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건의 값이 비싸진다. 해외시장에서 달러표시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돈으로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원하는 상품을 들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석유 1배럴의 달러표시 가격이 60달러일 때, 환율이 1,050원이면 6만3,000원을 주면 되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뛰면 6만 6,000원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원유, 밀가루, 옥수수, 콩, 커피 등 대부분의원자재를 수입하는 나라는 환율이 오르면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 소득은 일정한데 물가가 오른다? 그 말은 나의 소득이 물가상승률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다.

④ 단골로 이용하던 가까운 카센터가 문을 닫았다.
가까운 단골 카센터의 폐업은 도시에서는 별로 문제가 아닐 듯싶지만 시골에서는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집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카센터를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30킬로미터 떨어진 읍내까지 가야 한다.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르지만 무엇보다 시간과 기름값이 더 든다. 고장으로 차가 섰을 때 견인비도 만만치 않다.

⑤ 담배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담배가 가진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하여 흡연자에게 담뱃값 인상은 임금 삭감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소득 감소는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삭감한 임금을 기업이 아닌 정부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에 저임금 노동자 계층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면 이런 법안은 결코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다.

⑥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유가가 들썩인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중동과 러시아의 유가만 오르면 다행인데 세계 에너지시장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의 원유 가격도 오르고 러시아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춤을 춘다. 유가는 식량 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가 폭등은 식량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먼저 전기 생산원가와 난방비를 크게 올림으로써 서민의 삶을 옥죌 것이다.

⑦ 태국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태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결과는 우리 국민 모두가 1997년에 직접 경험했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태국의 경제위기가 뇌관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당시 한국의 금융사들은 국제적 돈놀이에 폭 빠져 있었다. 일본에서 저금리 단기자금을 들여와 태국에 고금리로 빌려주고 짭짤한 이득을 보았던 것이다. 태국 기업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자 일본이 채권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금융권은 더 이상 돈을 빌릴 수도 갚을 수도 없게 되었다.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⑧ 미국 재무부 증권 10년물의 시장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재무부 증권은 미국의 국채를 말한다.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미국의 신용이 하락했다는 뜻이고, 그 말은 미국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세계 경제의 악몽이다. 미국 정부는 더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고, 미국 금리가 오르면 세계 모든 나라의 금리가 뒤쫓아 오른다.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부른다. 세계 경제가 장기간 침체 국면에 붙들리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데 내 삶이 온전할 리가 없다.

⑨ 북극의 이상기온으로 제트기류가 남하했다.
북극의 이상기온과 제트기류의 남하는 한국 사람의 월동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트기류는 북반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기류로서 시베리아 북부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에어커튼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 지방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이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남쪽으로 밀려 내려온다. 결국 한반도 지역의 겨울 기온이 평년 수준보다 낮아지고, 보일러가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된다.

지역 경제와 세계 경제를 불문하고 모든 경제 문제는 내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 연관성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대부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쉬운가?’라는 질문에는 신용등급과 금리로, ‘노동자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쉬운가?’라는 질문에는 실업률이나 일자리 증감률로 대답한다. 심지어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국민행복지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경제 문제의 해법은 산수 문제처럼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제는 복잡한 인간심리와 사회현상이 얽힌 ‘무질서의 질서’이기 때문이다.<계속>

※ 이 연재는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지하며, 위반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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