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11〉국내총생산과 국가의 부
[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11〉국내총생산과 국가의 부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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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국내총생산과 국가의 부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한 국가의 부는 그 나라 국민이 일해서 생산한 재화를 모두 합한 것이다. 외국에서 수입한 재화도 국민이 생산한 물건을 팔아서 번 돈으로 사온 것이니, 결국 국부는 오로지 국민 노동의 결과물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국부와 오늘날 한국은행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은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총생산은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한 것이고,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서비스만 빼면 스미스의 국부와 정확히 일치한다. 경제학의 창시자는 왜 국가의 부에서 서비스를 제외했을까?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할 당시의 영국은 산업혁명의 초창기였다. 1764년에 제니방적기가 발명되었고, 1769년에는 제임스 와트James Watt라는 기술자가 개량된 방식의 증기기관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이윤에 민감한 자본이 제조업을 향해 돌진하던 시기에 서비스라는 이름의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스미스는 서비스를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간주했다.

예를 들어 청소를 한다든지 주인의 심부름 같은 하인의 노동은 그 서비스가 수행되는 순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부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사 하인이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스미스의 시대에는 오직 실물이 중요했다. 그러나 서비스상품을 빼고 현대 사회의 경제적 팽창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서비스상품의 종류만 해도 통계를 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직종의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속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농업・광업・제조업 종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 세상의 모든 연구원, 모든 경찰관, 모든 군인, 모든 교사, 모든 의사, 모든 변호사, 모든 기자, 모든 연예인, 모든 스포츠맨이 서비스 생산자다. 같은 직종이라 해도 서비스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거의 모든 사람이 서비스의 그물망 속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 살다가 그물망의 한 매듭을 붙잡고 죽는다. 심지어는 죽은 후에도 납골당에 갇혀 ‘사후서비스’를 받는다. 물론 그가 생전에 수행했던 노동의 축적, 즉 그가 가족에게 남긴 유산에서 비용이 지불될 것이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도 활력을 잃게 된다.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의 도시에서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몰락하면서 빈 건물이 계속 늘고 있다. 디트로이트 중심부에 있는 버려진 공장건물이 보인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도 활력을 잃게 된다.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의 도시에서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몰락하면서 빈 건물이 계속 늘고 있다. 디트로이트 중심부에 있는 버려진 공장건물이 보인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도 엄연한 생산활동이다. 그 노동의 최종 결과물이 무형의 상품이긴 하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는 유형의 상품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삶에서 실물 재화만 남고 모든 서비스가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라. 의식주야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만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뚝 떨어질 것이다. 의료 서비스, 교육 서비스, 치안 서비스, 금융 서비스, 정보 서비스, 오락 서비스가 없는 사회는 얼마나 피곤하고 각박하겠는가.

반대로 재화가 사라지고 서비스만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자. 그런 사회는 지속될 수가 없다. 의식주의 기반이 곧바로 붕괴해 버리기 때문에 며칠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서비스는 재화에 의존하여 파생되고 확장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 둘 다 부를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재화가 더 근본적이다. 따라서 제조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도 활력을 잃게 된다.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는 그 모든 과정을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의 도시에서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몰락하면서 빈 건물이 계속 늘고 있다. 2013년 7월 18일, 디트로이트 시는 18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정식으로 파산을 신청했다. 이는 미국 도시 중 최대 규모의 파산이다.8 디트로이트는 그해 『포브스』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비참한 도시’ 1위에 선정되었다.<계속>

※ 이 연재는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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