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G2) 무역전쟁, 개전 21개월 만에 1단계 스몰딜 합의
2018년 3월 시작된 무역전쟁, 지난해는 난타전으로 마무리
2019년 12차례 협상 끝에 미국의 작은 승리로 일시 휴전
1단계 합의, 시장 환영 속 미 온건파와 강경파 입장 갈려
중국, 4,000억 달러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방안 이행 미지수
2020년 미중(G2) 무역전쟁 향배 키워드는 ‘첨예화’, ‘비관적’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스트레이트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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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반하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시작된 미중(G2) 무역전쟁이 21개월 만에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57조8,2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미중무역전쟁이 2019년 12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정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면서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12월 15일 1,560억 달러(180조4,14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추가관세를 연기하고, 지난 9월 부과한 1,200억 달러(138조7,8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7.5%로 인하헸다. 중국도 15일로 예정됐던 미국산 제품에 대한 5~10% 추가관세를 보류하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2018년 3월 시작된 무역전쟁, 난타전으로 마무리

미국과 중국은 2018년 3월 이후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협상을 다섯 차례나 가졌지만, 모든 협상이 롤러코스터 같은 핑퐁게임의 소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날, 중국은 돈육 등 30억 달러(3조4,695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열흘 후 실제로 미국산 제품 8개 품목에 25%, 120개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반격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이튿날, 미국은 통신장비 등 25%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품목을 발표했다. 중국은 곧바로 대두와 자동차 등 미국산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섰다.

한 달간 공백기를 가진 양국은 5월 들어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총 3차례 만났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231조3,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중국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Micron)이 생산한 제품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7월 들어 미국과 중국은 340억 달러(39조3,210억 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주고받았다. 8월, 다시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이 꾸려졌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그 즉시 양국은 160억 달러(18조5,040억 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베이징회담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후 헤어지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2018.10.08) ⓒ스트레이트뉴스DB
베이징회담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후 헤어지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2018.10.08) ⓒ스트레이트뉴스DB

9월에 접어들자, 미국은 6월에 공언했던 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양측은 26일 동안 냉각기를 가진 후, 12월 1일 G20 정상회의 기간에 만나 90일간 추가관세 부과 유예 및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하며 실익 없는 한해를 마무리했다.

2019년, 위협과 응수, 12차례 협상 끝에 1단계 합의 이르러

2018년이 미중 양측의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면, 2019년은 미국이 장기전의 기선을 장악한 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른 칼은 상반기 2,000억 달러(231조3,000억 원), 하반기 3,000억 달러(346조9,500억 원) 및 2,500억 달러(289조1,2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카드였다.

미중 양측은 1월 7일 베이징 협상을 시작으로 1월과 2월에 5차례 만나는 등 베이징과 워싱턴, 상하이를 오가며 2019년 한 해 동안 총 12차례나 협상 테이블을 꾸렸다.

1월, 미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為技術, Huawei)와 ZTE(中興通訊) 등 중국기업의 부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통신장비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2월,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부터 내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보류하기도 했지만, 5월 들어 기존 10%이던 관세율을 25%로 인상해 버렸다. 중국도 곧바로 대응했지만, 실탄 부족으로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관세율을 5~25% 인상하는 데 그쳤다.

중국 류허(劉鶴, Liu He)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DC에서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세 사람이 회담장을 나오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류허, 스티븐 므누신, 로버트 라이하이저)(2019.05.10) ⓒ스트레이트뉴스DB
중국 류허(劉鶴, Liu He)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DC에서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세 사람이 회담장을 나오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류허, 스티븐 므누신, 로버트 라이하이저)(2019.05.10) ⓒ스트레이트뉴스DB

상반기 전투를 마친 양국 정상은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회의에서 만나 추가관세 유예와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휴전은 얼마 가지 않았다. 상하이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 달러, 10% 추가관세 부과, 9월 발효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후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3,000억 달러 카드의 발효시기를 9월에서 12월로 늦췄다.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발한 중국은 750억 달러(86조7,375억 원) 9월 10%, 12월 5% 추가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일, 미국은 기존 2,500억 달러 관세율 30% 인상, 3,000억 달러 관세율 15% 인상 방침을 발표했다.

팽팽한 긴장이 열흘가량 지구촌을 감돌다 9월 1일 터져 나왔다. 미국이 1,120억 달러(129조5,28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던 것. 중국 역시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일부에 10%, 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응수했다.

열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 규모 추가관세 부과시기를 10월 1일에서 10월 15일로 연기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양국은 워싱턴에서 차관급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간 끝에, 중국이 400~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추가관세 인상(25→30%)을 보류하는 스몰딜(small deal, 부분합의)을 성사시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DB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DB

12월 13일, 양국은 마침내 1단계 합의를 공식화했다. 양국의 합의안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내년 1월 초쯤 서명될 예정이다.

1단계 합의를 대하는 미중 양국의 반응

미국 내 온건파들은 일단 합의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장도 1단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요 주가지수들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방식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합의사항 중 중국의 약속이 모호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중국의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상하이와 선전의 주가지수들이 폭등했던 것.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2020~2021년 총 4,000억 달러(462조6,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방안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등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2단계 협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아닌 중국 내 보수와 혁신 간 싸움에 달려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대표의 말이다. 중국이 향후 2년 동안 미국산 제품 수입을 두 배로 늘일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 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승부에서 판가름 날 거란 의미다. 그만큼 1단계 합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이 쉽지 않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그럴 경우, 1단계 합의는 무효가 될 공산이 크다.

내년 미중(G2) 무역전쟁 빅딜 전망은 ‘비관적’

미중 양측의 무역전쟁이 내년에 순탄한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관세 인상 유보를 언제든 철회하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요구했다. 1라운드보다 더 팽팽한 2라운드가 예상된다.

지난 12월 13일 발표된 1단계 합의는 스몰딜에 불과하다. 핵심 쟁점들에 대한 빅딜(big deal)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금융서비스시장과 농산물시장 개방,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중국의 기업 보조금 지급 등이 그런 것들이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자료:AFP) ⓒ스트레이트뉴스DB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자료:AFP) ⓒ스트레이트뉴스DB

미국은 중국 정부가 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외국인투자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맞선다. 외환시장과 관련, 미국은 환율을 조작해 무역수지를 조정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중국은 환율조작 자체를 부인하면서 주권침해를 들먹인다.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 중국은 외국기업에 국내기업과 동일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외국인 특허 보유자의 특허권을 부정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은 중국에 신용카드업을 비롯한 금융시장과 곡물 등 농축산물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에 벌어질 미중(G2) 무역전쟁 2라운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0년 미중(G2) 무역전쟁 향배의 키워드는 ‘첨예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8년 6.6%까지 줄곧 하향세를 그렸다. 중국 인민대가 제시한 전망치는 2019년 6.1%, 2020년 5.9%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가 성장률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좋지 않다. 2018년에는 2.9%로 그나마 선방했으나, 2019년 전망치는 2.3%, 2020년 전망치는 1.8%다. 산업현장의 불만은 중국보다 미국에서 더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있을 11월까지 추가관세 인상 카드를 지속적으로 내밀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승기를 잡기 전에는 어떤 호혜적인 합의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졸속 또는 실익 없는 타결은 재선가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2단계 무역협상에 들어가겠지만, 협상 타결을 대선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며 견제구를 날린 이유다.

내년 미중(G2) 무역전쟁 전망이 무엇보다 힘든 것은, 2018년 이후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구도, 그 구도가 어느 한쪽의 양보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온건파들은 1단계 합의가 2단계 협상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강경파들은 2단계 합의 역시 1단계처럼 미흡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는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한 보고서에서 “내년 미중 갈등은 표면적 봉합 속에 갈등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등 여러 라운드를 거쳐서 정착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명백한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이다.

2018년과 2019년 미중(G2) 무역전쟁의 결과물인 1단계 합의는 미국의 표면적인 승리로 돌아갔지만, 작은 승리에 불과하다. 어떤 것도 확정할 수 없지만,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한 2020년의 세계교역이 미국 발 보호무역주의의 지속적인 도전에 한층 힘겨워질 거라는 예측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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