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사 단기 손해에도 수혈 택한 쏘카…케이뱅크도 같은 길?
밴드 하회 공모가 “싸다” 착시 마케팅…상장 실패시 매도청구권 7250억 자본 불인정
상반기 현대오일뱅크를 비롯 대어급 IPO로 불리던 기업이 줄줄이 상장 철회를 선언한 가운데, 하반기 IPO시장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모빌리티 대어 ‘쏘카’가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결정하자 케이뱅크도 같은 길을 걸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 기존 주주 손해보는 공모가에도 상장 강행한 쏘카
오는 22일 상장에 나서는 쏘카는 당초 기관 수요예측 희망밴드(3만4000 원~ 4만5000 원)의 하단에도 한참 못 미치는 2만8000 원을 공모가로 결정했습니다.
공모가 결정 논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개인들이 참여하는 일반청약에 앞서 전문가 집단인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되, 희망하는 가격과 수량을 써내게 해 상장 예정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점에서 수급에 의해 결정합니다. 쉽게 말해 비싸게 살 투자자가 많으면 예상 공모가 밴드의 상단에서, 그 반대의 경우는 밴드가 하단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됩니다.
쏘카 공모가를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15년부터 지분을 사들인 2대주주 SK는 2만8000 원에 상장해도 기회비용(이자) 등을 무시하면 배 가까운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3대주주 롯데렌탈은 지분 취득 당시 공모가 대비 30% 이상 높은 가격에 주주로 참여해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상장에 임하게 됩니다.
모든 일에는 TPO(Time, Place, Occasion), 즉 때와 장소,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지금 자금을 수혈해 비즈니스에 탄력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기업가치가 단기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길을 가는 법입니다.
일반 공모에서도 쏘카는 14.4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청약률 저조가 반드시 상장 이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상장 이후 시장 상황이 갑자기 호전되고 수혈 받은 자금으로 그리는 청사진이 시장의 관심을 받거나,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 이후는 알 수 없습니다.
◆ 상장 전 몸집 불리기 성공한 케이뱅크
케이뱅크는 지난 6월 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마쳤습니다. 통상적인 일정 대로라면 이달 말 쯤한국거래소로부터 그 가부가 통보될 예정입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원조입니다.
초기 금산분리 이슈로 최대주주가 BC카드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대출영업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열풍에 힘입어 1위 거래소 업비트와의 실명거래계좌 제휴로 고객 유치, 비이자이익(수수료 수입) 확보를 통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작년 2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의 퇴조에도 우려를 딛고 올 2분기 212억 원의 흑자를 기록, 균형 잡힌 이익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평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때마침 불어온 금리인상 바람,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을 위한 고객 증가 등 케이뱅크에 운이 따라준 부분도 있습니다.
격적인 금리 제시,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며 지난해 말 717만 명에 그치던 고객수가 반년 만에 783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 상장 실패시 자본 흔들리는 케이뱅크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들어온 돈(조달)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비즈니스입니다.
고객으로부터 들어온 돈(여신)에 투자를 받거나(증자, 상장 등) 돈을 빌어(채권 발행 등) 그 돈을 재원으로 사업을 펼칩니다.
올해 상장 추진에 앞서 대출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케이뱅크는 작년 1조25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중 절반이 넘는 7250억 원 상당에는 매도청구권이 부속돼 있습니다.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 만큼의 자금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자기자본이 적으면 BIS비율 등 자본적정성 이슈를 발생시켜 향후 추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결격사유가 발생합니다. 시장에서 가치가 조금 깎이더라도 케이뱅크가 상장을 강행할 거로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장하려는 기업의 기업가치(벨류에이션) 산정은 통상 이전에 상장된 기업의 가치와 견주는 비교사례법을 씁니다. 작년에 상장 대박을 낸 카카오뱅크의 사례가 후발 주자인 케이뱅크에 원용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경쟁사 카카오뱅크는 그런 관점에서 적이자 동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상장 당시 플랫폼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엔 이름조차 낯선 외국계 핀테크 기업들의 가치산정 공식을 끌어와 활용했습니다.
상장 당시 고밸류 논란이 있었지만 동학개미운동 열풍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대 등이 뒤섞였고, 상장 이후 치솟던 주가는 현재 3분의 1 토막이 나 공모가(3만9000 원)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 시선을 고정했다간 케이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아내기는 요원한 일이 됐습니다. 그런 케이뱅크가 돌파구를 찾은 곳은 해외투자자 유치입니다.
서호성 행장이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해외IR일정을 열심히 소화한 이유, 국내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외에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이유 등이 이런데 있을 것입니다.
작년 상장 당시 약 2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카카오뱅크와 견주어 아직 수익이나 여수신 규모,고객수, 월간활성이용자(MAU) 등에서 차이를 고려 10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받고 싶어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만 이는 카카오뱅크의 작년 몸값 기준입니다. 이름도 낯선 브라질 핀테크 기업의 가치까지 끌어다 설명한 가치입니다. 상장 심사를 하는 거래소 입장에서도 카카오뱅크의 상장 책임에 대한 여론을 의식, 케이뱅크가 가치산정의 근거로 제시할 비교집단 선정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케이뱅크는 최대한 몸값을 올려 왠만하면 연내 상장을 감행할 것입니다. 먼저 그 길을 택한 쏘카카 선전해 주기를, 적군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다시 반등해주길 기대하면서.
투자자들이 냉정한 시선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주주가 될 기회인지, 아니면 후회할 선택이 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