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핵심안건 안전운임 일몰제
尹정부, 파업 철회에도 일몰제 연장무효 입장
안전운임 실효성 논란…폐지 후 대체제도 가능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0일 여의도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0일 여의도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최근 파업을 종료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파업의 핵심안건인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상 안전운임제의 폐지 가능성까지 열어놨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노동계 압박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12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한 가운데 지난 주말 사이에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집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안전운임제 사수, 노조 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을 주장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는 화물연대의 현장 복귀 후 열리는 첫 집회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위헌적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운 불법적 탄압에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민들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법과 약속을 어기고 국회는 민생을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화물연대의 투쟁을 이어받아 안전운임제를 반드시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임시시행)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총파업을 이어오다 전체 조합원 대상 투표를 거쳐 파업 종료와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파업 철회 찬반 투표를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파업 철회 찬반 투표를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가 된 안전운임제란 트럭 운전사 등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매년 국토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유류비 등을 감안해 안전운임을 결정하고 이를 어기면 화주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됐고 실효성을 평가해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품목만 해당되며 다른 품목에 도입되지는 않았다.

안전운임제는 일몰제로 도입된 만큼 연장되지 않는다면 올해 종료된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도의 일몰제를 폐지해 다음해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고 적용 범위도 일부 차종에서 전 차종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가 도입돼 과로·과적·과속 문제가 상당수 개선됐고 사고율이 감소된 만큼 안전운임제 정착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지난달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전운임제는 안전하게 운전하라고 문재인 정부가 3년간 시범운영한 것”이라며 “지난 2~3년 동안 결과를 보면 화물차 사고건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8% 늘었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의 발언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안전운임제의 성과를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의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12.9% 감소했으나 안전운임제 대상인 견인형 화물차 사망자는 도리어 42.9% 증가했다. 게다가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했으나 견인형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인호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인호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바탕으로 여당과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의 도입으로 안전 개선효과가 불투명한데도 화물차 기사의 월평균 소득은 늘고 노동시간은 줄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는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30년 이상의 추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안전운임제 실효성을)더욱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호주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보고서에서는 32년간 나온 추세로 인해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사망사고 줄고 전체적인 교통사고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는 1979년부터 특수고용 대형화물차자의 운임과 근로조건을 규제하는 안전운임제를 시행 중이다. 호주 그리피스대 데이비드피츠 명예교수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89년 NSW의 견인형 화물차 관련 사망사고의 비율은 다른 호주 지역보다 3분의 1 이상 높았지만 2021년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안전운임제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칠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소위 ‘노동개혁’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노동계와의 대치 구도는 오히려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단정짓고 엄정한 법 집행과 공기업의 손해배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 관철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야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의 경우도 사업자가 줘야할 운임만 강제하고 화주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보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안전운임제 연장 대신 대체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줄곧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의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기간만 연장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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