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로 영업 기반 약화됐다”
AAA/부정적→AA+/안정적…”IB형 수익구조 이익변동성 확대”

한국씨티은행 유명순 은행장. 홈페이지 캡처.
한국씨티은행 유명순 은행장. 홈페이지 캡처.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28일자 보고서를 통해 전일 한국씨티은행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폐지에 따라 여·수신 규모가 감소하고 시스템적 중요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여이게 투자금융(IB)형 수익구조로 변화하며 이익 변동성이 커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29일 한신평이 전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신평은 지난 27일 정기평가에서 한국씨티은행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낮췄다.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의 등급을 신평사가 낮추면 그만큼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해, 씨티은행 입장에선 영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더 큰 비용을 치뤄야 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 한신평 제공.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 한신평 제공.

한신평이 씨티은행 무보증사채의 등급을 낮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폐지에 따른 영업기반이 약화다.

2021년 10월 씨티은행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 2022년 2월 15일부터 소비자금융사업과 관련한 모든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신규 계약의 체결을 중단했다.

한신평은 소비자금융 폐지로 핵심 영업기반을 구성하는 개인고객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여∙수신의 규모가 감소했고, 국내 은행시스템의 중요도가 크게 낮아졌으며, IB 위주로 영업기반이 재편되면서 영업 기반 변동성도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대출채권 및 예수부채는 소매금융 철수 이전(2021년 말) 각각 24.2조원, 28.0조원에서 2024년 3월 말 10.8조원, 18.2조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 12월 말 기준 동사의 시장점유율은 대출금 기준 0.6%, 예수금 기준 0.8%로,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외형을 보유하고 있다.

씨티은행 기업금융부문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다국적 기업의 국내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관련 금융자문과 외환거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소비자 금융이 폐지되고 기업금융만을 사업으로 영위할 경우, 고객의 범위가 제한될 것이고, 국내 및 대외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영업 기반 변동성 또한 증가할 거라는 게 한신평 예측이다.

예수금의 경우 2022년부터 소비자 금융 수신 규모가 감소해 2023년 말 기준으로는 기업금융 비중이 약 74%까지 상승했으며, 기업금융의 예수금 고객은 주로 국내 및 해외 다국적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수신 구성상 법인 예금 비중과 거액 예금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며, 이는 수신기반의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한신평의 시각이다.

씨티은행의 기업 예금은 긴밀한 금융거래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성이 인정되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 예금 대비 이탈률이 높을 거라는 판단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손익. 한신평 제공.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손익. 한신평 제공.

둘째, 투자은행(IB)형 수익구조로 변화에 다른 이익변동성 확대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수익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가계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신용카드채권 중심 영업자산에서 높은 이자이익이 발생하는 대신, 대손비용과 고비용 인력구조가 손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조직 슬림화가 진행되며 고정비가 축소되겠으나, 대출 규모의 감소로 이자이익 비중은 감소하고, 비이자이익의 비중은 상승할 것으로 한신평은 분석했다.

특히 씨티은행은 기업금융의 주력 상품과 관련된 파생상품손익, 외환거래손익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확대될 거라는 게 등급 하향의 또 다른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 뿐 아니라 씨티은행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법인들의 소비자금융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한국법인도 그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씨티은행을 이용하던 우량 고객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던 PB들은 현재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포함한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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