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제도 도입 위한 용역 발주
발주사가 의무적으로 도급금액에 안전비용 계상
조선업 재해율 및 사망만인율 전국 평균 4배 달해

18일 국회에서 '한국 조선업 인권 보고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영 기자
18일 국회에서 '한국 조선업 인권 보고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영 기자

정부가 조선업에 건설업처럼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관련 용역을 의뢰해 현장 실태 파악에 이미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건설업처럼 발주자 또는 시행사가 비용을 의무적으로 도급금액에 계상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18일 조선업인권침해대응연대와 시민단체 등이 공동주최한 ‘2025 한국 조선업 인권보고서 발간 기념 국회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업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제도를 만들 것”이라며 “현재 용역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주사들이 해외에 있다 보니 (조사에) 어려움도 있다”며 “건설업이 일정 요율을 산출하고 있는데, 조선업도 보호구라든지 안전을 위한 비용 기준을 산정하기 위해 현장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매출에서 (안전에 필요한 비용) 어떤 부분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강제성이 없어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다”며 추진 과정의 어려움도 전했다.

현재 건설업에 적용 중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산안법 제72조에 의거, 발주자나 시공을 주도해 관리하는 자(시행사)가 도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건설공사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산업재해 예방 비용을 도급금액 또는 사업비에 계상하도록 한다.

장관은 사업 규모와 종류별 계상 기준, 건설공사 진척 정도에 따른 사용비율 등 기준 등을 정하며, 건설공사도급인(건설사)은 사용명세서를 작성해 보존해야 하는 등 해당 비용에 대한 사용 의무가 있다.

제도 도입 시 발주사와 건조사(시공사) 모두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 수준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조선업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선박 건조 및 수리업종의 재해율은 2.63%로 한국 전체 재해율 0.67%보다 3.9배 높았다. 또 지난해 사망자는 54명, 사망만인율은 4.02%로 한국 전체 사망만인율 0.98%에 비해 4.1배 높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형식적 구축과 이행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1월12일 한화오션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후퇴를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을 인수한 후 안전관리조직(HSE)을 개편하면서 HSE 현장 인원을 줄였고 짧은 기간 동안 중대재해가 빈발했다는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도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12월30일 HD현대미포에서 발생했던 잠수부 중대재해는 조선소 필수 업무이면서 위험작업인 잠수작업을 모두 하청화한 데서 발생했다. 하청 업체는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고 잠수장비조차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장비를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의 외주화는 근래 이주노동자로 점점 대체·확산되는 추세다. 이주노동자도 저임금 단기고용 이주정책이 난립해 매년 계약 연장 여부를 두고 종속적인 지위에 얽매이며, 산업재해와 부당·차별 대우받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마스가(MASGA) 정책에 따라 이런 후진적 조선업 고용 구조는 노동 인권 관련 국제 규범을 엄격히 준수하는 미국에 노출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조선업 부흥을 위해 미국이 한국과 손잡았지만 일정 수준 복원된 후엔 이주노동자 등 인권침해 문제를 빌미 삼아 한국을 퇴출 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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