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소비심리 둔화로 사실상 ‘제로성장’의 한 해를 보냈다. 오프라인 채널은 역성장 압박을 받았고 온라인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비용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한 해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전략과 남긴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올해 프리미엄·럭셔리 중심 전략의 성장 축이 흔들리는 구조적 변화를 마주했다. 2021~2023년 고성장을 견인했던 명품 소비가 둔화되면서 백화점 업황이 완만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중산층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핵심 카테고리의 성장 탄력이 낮아졌다.

실적 자체는 ‘매출 증가·이익 감소’로 요약된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연결 기준) 매출은 3조3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76억원으로 25.9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854억원으로 54.49% 줄며 수익성 둔화가 뚜렷했다. 백화점 성장 둔화와 면세사업의 이익 약화, 인터내셔날·까사 등 주요 자회사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분기 단독 실적에서도 이 흐름은 명확하다. 매출은 1조69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53억원으로 35.86%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40% 이상 줄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화점 부문은 단순 합산 기준으로 매출 6285억원(-2.1%), 영업이익 709억원(-109억원)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역성장을 나타냈다. 강남·센텀시티 등 핵심 점포는 명품·뷰티 중심 수요로 선방했으나 지방 중형 점포는 상권 공동화와 소비 위축 영향으로 매출 하락 폭이 컸다. VIP 전략은 유지됐지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속도가 둔화되며 명품 카테고리 성장 모멘텀은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코스메틱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전반적으로 약세가 지속됐다. 2분기 매출은 3086억원(-3.8%)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패션 판매 둔화, 화장품 투자비 증가, 재고 처리와 브랜드 구조조정 비용이 가중된 영향이다. 수입 패션과 코스메틱은 로열티·임대료·마케팅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매출이 늘어도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재확인됐다.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디에프는 매출 6051억원(22.9% 증가)으로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15억원(-101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중국인 고객 회복 속도 둔화, 송객수수료 부담, 임차료 등 고정비 구조가 수익성을 제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은 공간 리뉴얼과 카테고리 재편, 조직 슬림화를 중심으로 기존 전략의 정교화를 이어갔다. 백화점 내 체험형 콘텐츠 강화, VIP 라운지 개편,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 등 프리미엄 전략의 업그레이드가 계속됐지만 소비 둔화라는 외부 변수를 넘어서는 수준의 모멘텀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룹 차원의 비용 효율화에도 불구하고 SI·면세사업의 수익성 부진이 전체 이익 개선을 가로막았다.

종합하면 올해 정 회장의 성적표는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익 압박이 커진 조정기’로 요약된다. 백화점 성장 둔화와 인터내셔날의 적자 전환, 면세사업의 수익성 약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업계는 내년 신세계의 핵심 과제로 지방점 실적 반등, SI의 체질 개선과 적자 해소, 면세사업의 정상화, 백화점 VIP 마케팅 고도화, 공간 경쟁력 강화 등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신세계는 소비 둔화와 비용 부담 속에서 성장 엔진을 재정비하는 시기였다”며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정 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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