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혐의 20여개·뇌물 110억대…"전면부인"
21시간 고강도 검찰 조사 후 일단 귀가
등돌린 측근들과 '대질 카드' 쓸지 주목
110억원대 뇌물 등 20여개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15일 귀가한 가운데, 검찰은 이번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과 민간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등 100억원이 넘는 뇌물 혐의, 다스를 통한 300억원 이상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우선 여러 범죄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 사건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다수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들이대며 추궁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뿐만 아니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등을 돌린 측근들의 진술과 다퉜다. 오랫동안 주변을 지켰던 이들이 이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양상으로, 검찰의 판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옛 측근들과 대질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 본인이 혐의를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수사를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이들이 그간 수사 기관에서 했던 말을 뒤집고 각 범죄 사실에 이 전 대통령 개입 여부 등을 진술해서다.
우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혐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분신'과 '집사'로 각각 불리는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결정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원 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지시 사실을 진술했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을 해당 혐의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보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앞서 열린 자신의 첫 번째 재판에서도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을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 검찰 조사를 거론하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도 많은 인물이 그동안 감춰졌던 이 전 대통령 존재를 진술했다. 검찰이 다스 수사를 벌이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영포빌딩 지하 창고가 드러난 것도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의 진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2007년 검찰과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해 거짓 진술한 사실을 인정하고 다스 설립과 운영 과정에 이 전 대통령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불법 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가 구속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 수사를 받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 전 대통령이 대납을 요구했다는 취지 자수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과 결을 달리하는 진술들을 계속한다면 대질 조사를 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명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뇌물수수 액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는 등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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