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1개기업 R&D비용 28%를 자산화
글로벌 제약사보다 3배 가까이 많아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유수 제약·바이오사들이 지난해 연구개발비(R&D)의 28%를 자산화 한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 기업이 '실적 뻥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 지난달 25일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21개 기업들은 작년 R&D에 총 1조305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7.7%(3619억원)를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들이 R&D 비용의 10%대 정도만 자산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자산화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R&D 비용을 회계 장부에 기록할 때 '무형자산'과 '비용'으로 나눠 처리하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과다 계상하면 회사의 자산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등 실적 부풀리기에 이용될 소지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체의 경우 (R&D 비용을) 10%대로 자산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자산화율이 높다"며 "관련주가 최근 상승세로 회계처리 논란에 큰 문제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하락세에 접어들 경우 실적 부풀리기를 한 업체를 중심으로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D 비용 자산화율이 30%가 넘는 상장사도 21곳 가운데 9곳에 달했다. 바이로메드(87.0%), 셀트리온(74.4%), 삼천당제약(74.1%), 차바이오텍(71.1%), 메디포스트(51.4%), 메디톡스(39.1%), 삼성바이오로직스(35.5%) 등이 R&D 투자액의 30% 이상을 자산으로 회계장부에 기입했다.
코미팜(96.7%)과 코오롱티슈진(93.2%)은 비율이 100%에 육박했다. 코미팜은 작년에 R&D 26억원 가운데 25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65억원의 R&D 비용 가운데 247억원을 자산으로 계상했다.
반면 녹십자(17.0%), 파미셀(11.7%), 한미약품(5.5%), 휴젤(5.0%), 한올바이오파마(4.7%), 대웅제약(0.4%) 등은 10%대 이하 수준에서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신라젠, 유한양행, 제넥신, 영진약품, 부광약품, 종근당 등 6곳은 R&D 투자액을 모두 털어냈다.
R&D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자산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 있는 신약을 개발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종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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