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집사'끼리 북-미 실무회의
체제 안전보장·대북제재 해제도 중요 의제로
다음달 6월 12일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대화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주한 미 대사를 지낸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은 판문점 북측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과 만나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29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으로 가 북미 정상회담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지난 27일 실무회담 결과를 놓고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뉴욕에서 90분간 만찬 회동을 갖고 비핵화 등 의제에 대해 탐색전을 펼쳤다.
여기에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서기실장도 29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만나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 일정과 의전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곳에 테이블을 열면서 비핵화 방법론과 의제뿐만 아니라 일정과 장소, 의전과 같은 세밀한 사항 등에서도 막판까지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미국이 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 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북미가 논의할 핵심의제는 크게 '비핵화 대상'과 '비핵화 시간표', '사찰·검증 방법' 등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비핵화에 상응하는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도 핵심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회담의 윤곽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핵화 시간표가 2020년 임기 말, 가까이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맞춰진 만큼 북한이 빠른 시일내에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성과로 내세울 만한 비핵화 조치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스캔들을 잠재우는 동시에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지렛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인 '행동'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도 경제개발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따라 2020년께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미국이 당장 응할 수 있는 조치인 독자제재 영역의 개인·금융제재 해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평양과 워싱턴 간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사전 조치를 양측이 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북미당국자간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상회담 이후에도 합의 이행을 위해 실무회담을 할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 소위 역지사지 자세를 가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