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전기차와 배터리 협업 강화에 나섰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만나 배터리 사업에 대해 논의한 바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대차·LG·삼성·SK 등 국내 4대그룹 전부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에 협업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오는 22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전기차 관련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LG화학의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달에는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공장인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2022년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됐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생산 1위 업체이며 지난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1위(SNE리서치 조사 기준)다.

양사는 지난 18일에는 전기차·배터리 분야 핵심기술 역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기술 검증 후 전략투자도 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곧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이 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해에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의 총수와 연속적으로 회동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예상 시점이 1~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밝아 잠시의 어려움에도 투자를 늘려 곧 다가올 수익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에게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필요한 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제조 생산라인 자체가 멈춰설 수 있다. 이에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따라 현대차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3사 중 합작법인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차와 LG화학 간 합작법인 설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현대기아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