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자문사 ISS 재선임 반대에도 재선임 승인
이재용 거취에 "역할 고려하고 법규정 검토"
시민단체, 이재용 임원직 해결 촉구하기도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삼성전자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가운데 주총을 열고 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을 큰 문제 없이 통과시켰다. 주총 진행 중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나왔으나 역할과 법규정을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17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회사 측은 '동학 개미운동' 이후 주주 수는 215만명까지 급증한 점을 고려해 좌석을 지난해보다 늘리고 온라인 중계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사외이사 재선임과 특별배당금 승인, 올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ISS는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법제처 처장 등 삼성전자 사외이사 3인 재선임에 관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고객사들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특히 ISS는 해당 사외이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문사가 반대의견을 피력하면서 이사 임명 등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마저 나왔으나 국민연금과 또다른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이사 임명 건에 찬성의견을 냈다.
결국 IS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 의장으로 나온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등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임직원과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연결 기준 매출 237조원, 영업이익 36조원이라는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DS부문은 메모리 사업에서 차별화된 고용량 제품 등의 판매 확대로 반도체 시장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했으며,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EUV 공정의 양산 확대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TV와 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과 관련해서는 "소비자가전(CE)부문은 새로운 QLED TV, 비스포크 가전 등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리더십을 굳건히 했고, 모바일(IM)부문은 첨단 기술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혁신적인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0년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사 평가 기준 623억달러로 글로벌 5위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정기 배당 규모를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상향했고 매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 범위에서 정기 배당을 초과하는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일부 조기 환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시큐리티(Security) 등 미래 역량을 준비하고 자율적인 준법문화의 정착을 통해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서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뿐 아니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주주 질문에 답변했다.
주주총회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시민단체 소속 주주들의 질문이 나왔다.
'이사회가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사업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반복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의 3인이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채운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주총이 열리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한 조치들도 눈에 띄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0명은 주총장에 설치된 임시 진료소 3곳에서 의심환자를 선별하고, 발열이 의심되는 주주들은 따로 설치된 천막에서 중계를 보며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주총장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해임과 사내·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직에서 퇴진하라", "이사회는 불법 옥중경영 방치말고 해임 의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